러시아 입성 |
■ 5.18(금)
o 恨 많은 울란바토르공항
오늘은 오전 7시 50분발 비행기편으로 울란바토르에서 이르쿠츠크로 가는 날이다.
국제선이니 만큼 2시간전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며 어제 가이드에게 오늘 오전 5시까지
숙소로 데리러 오라고 요청을 해두었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5시 35분이다.
놀라서 일행을 깨우며 난리를 쳤는데, 왜 가이드가 우리를 깨우지 않았을까 궁금해 하면서
다시 찬찬히 시계를 보니 4시 35분이었던 것이다.
일단 안도하면서 깬 김에 출발준비나 하자며 아우들을 다독여서 짐을 챙기고 길 나설 준비를
마쳤다.
곧 이어 가이드가 시간에 맞추어 도착해서 가이드가 직접 몰고온 승합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는데, 탑승수속은 1시간전부터 한단다.
이런, 내가 괜히 아우들을 들볶은 꼴이 되었다.
공항 대합실에 앉아서 어제 사놓은 빵과 음료수를 먹으며 하릴없이 프론트쪽만 보면서
우리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참, 죄없는 가이드까지 덩달아 새벽부터 고생을 시킨 것이 못내 미안하다.
어쨌건 시간이 되니 체크인을 시작했고, 종이쪽지에 불과할 것 같은 e티켓을 내미니까
선뜻 3명의 항공기 탑승권을 내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가이드와 먼 발치에서 잘있으라 작별인사후 탑승장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항공기에 탑승까지 했는데, 어인 일인지 1시간동안 이륙할 생각을 않는다.
<러시아산 미상 기종의 허약한 메인기어>
어찌어찌 소식통을 톨해 알아본 바로는 울란바토르공항의 강한 바람(측풍) 때문에
이륙을 못한다고 한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44인승의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로 40년도 더 된 듯 낡은 티가 역력하니
조금만 측풍이 불어도 못띄울만 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있으니 비행기에서 도로 내려 공항청사에서 대기하라고 하니
다음 여정 때문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9시반까지 Go - No Go를 결정한다고 했는데, 9시반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걱정이 태산을 이룰 때쯤 급히 비행기를 타라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비행기는 문을 닫자말자 빠른 속도로 활주로까지 가서는 곧바로 이륙해버린다.
아마 정풍에서 다시 풍향이 바뀌어 측풍이 될까봐 급히 이륙한 것이 아닐까 짐작이 되었다.
그제사 그때까지 걱정하던 일이 싹~ 해소되면서 한시름 놓았다.
창쪽에 앉아서 바깥 경치를 열심히 구경했다.
몽골의 광활한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1시간여 지나자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그것이 몽골 서북부의 4~5천여 고지대 만년설인줄 알았는데, 좀 있다가 바이칼호가
발아래로 보여서 그건 아니구나 했다.
<바이말호와 호반>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직 녹지 않은 눈은 거대한 바이칼호 주변의 지형적 특성에 따른
기후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눈을 '바이칼의 서리'라고 이름지었다.
곧이어 비행기는 앙가라강을 조금 따라가는가 싶더니 드디어 이르쿠츠크공항에 착륙했다.
내리자 말자 강렬한 햇볕으로 인해 살이 타는 듯 따갑다.
어쨌거나 우리는 목표에 도달했으니 다른 건 크게 문제될 이유가 없었다.
o 이르추츠크 숙소 체크인
우선 공항 바로 앞에 있는 숙소를 찾아가 체크인하고 짐을 풀었다.
원래 체크인 기준시각이 13:00인데 울란바토르에서 비행기 타고 이르쿠츠크 도착하면 오전 9시 반이라
숙소 프런트에 '체크인 전에 짐을 좀 맡길 수 있냐'는 러시아어 회화를 열심히 외웠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으니 그건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는 다들 썬크림을 바르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먼저 레닌동상을 보고 바로 옆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러시아에서는 자유여행이니 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여행 출발전에 알아둔대로 정류장을 찾아가 90번 시내버스를 탔다.
아우들에게 11정거장 다음에 내려야 된다고 일러두었건만 아무도 끝까지 세지를 못했다.
그저 바깥의 낯선 풍경을 눈에 담기에 바빴으니...
버스 요금은 다른 사람의 여행기에서 읽어온 것과 달리 5루불이 인상되어 25루불씩 냈다.
o 레닌동상
일단 계획대로 레닌가에서 내려 300여m를 걸어 레닌동상 앞에서 기념촬영하며 속으로 욕을 많이 했다.
'당신 같은 인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았는지 아느냐'고...
그런데 이따위 레닌동상을 철거하지 않는 러시아의 속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도 역사다'라고 한다면 어쩔 도리 없다만...
o 러시아에서의 첫 식사
그렇게 간단히 기념촬영만 하고 근처의 유명 F식당으로 갔다.
종업원이 갖다주는 메뉴판을 앞에 두고 끙끙대다 세사람이 똑같은 메뉴로 전채, 본채(메인디쉬), 후식..
이렇게 3단계로 나누어 주문했다.
메뉴판의 음식 사진을 가리키며 '이거 뜨리(셋), 저거 뜨리..' 이런 식으로...
메뉴 이름은 생각도 안나지만 그런대로 먹을만은 했다.
사실 맛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값으로 평하는 것이다.
세사람이 먹은 식대가 한화로 약 12만원 정도였다.
지나치다 싶지만 러시아에서의 첫 식사인 만큼 대수롭쟎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 좋은데 후식은 정말 너무 달아서 혼났다.
<너무 단 후식들...>
어쨌거나 대범하게 값을 치르고, 팁까지 두둑히 얹어주어 종업원으로부터 환한 얼굴로 인사를 받으며
식당 문을 나섰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보니 건물들이 하나같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이쁘다.
o 알렉산드르 3세 동상
이어 갈 곳은 알렉산드르 3세 동상...
시베리아횡단철도 건설을 명한 황제라서 동상을 세워 기린다나...
우리가 식사한 곳에서 6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o 바브르像
알렉산드르 3세 동상에서 앙가라강변으로 조금 걷는데, 바람이 상당히 세고 차다.
<찬바람으로 머리 빗질(櫛風)하고 있는중...>
약간 돌아서 130크바르탈('地區'라는 의미) 입구에 있는 이르쿠츠크市 상징 바브르상으로 갔다.
바브르는 호랑이를 그리려다 꼬리를 담비처럼 그리는 통에 그대로 굳어진 상징이라는데
경위야 어찌되었던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o 聖십자가교회
바브르像까지 걷고는 벤치에 잠시 앉아 쉬다가 길 건너편의 聖십자가교회로 갔다.
일반 건물들도 이쁘지만 교회는 정말 아름답다.
교회 경내에 들어서지 않았는데도 범상치 않은 첨탑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o 꼼소몰
130지구 목조건물단지를 지나 끝부분에 큰 쇼핑몰이 있는데, 그게 꼼소몰이다.
쇼핑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조금 돌아보다 바로 밖으로 나왔다.
이제 오늘 둘러보아야 할 목록은 다 채웠다.
o 러시아 대표요리 샤슬릭 시식
오늘 챙길 리스트가 남았다면 이제 저녁식사뿐...
130지구에 온 만큼 그곳의 A식당을 갈까 했으나 거기는 리뷰가 조금 시원챦은 곳이라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A식당 본점을 가기로 결정.
구글지도로 찾으니 그리 멀지도 않아 걸어서 가기로 했다.
샤슬릭 꼬치 12개와 보드카 4잔, 그리고 후식 약간만 시켜 먹었는데, 질이나 양 모두 흡족했다.
그리고 리뷰에서 괜챦다 싶으면 여지없이 손님들이 많다.
홀을 꽉 채운 손님들과 음식의 열기로 더워서 식사를 끝내자 바로 밖으로 나왔다.
o 간이 망원경 구입
그리고 버스 타는 곳까지 걸으면서 아우들에게 나만의 위시리스트 한가지를 알리고 양해를 구해
경로에서 살짝 벗어났다.
구글지도에서 본대로 찾아가 문을 닫기전에 도착해서 흥정 끝에 9만여원을 주고 조그만 망원경
하나를 구입하고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o 결산
아까 시내로 진출할 때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80번 버스를 타고 숙소 바로 앞에 내렸다.
이렇게 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일정표를 체크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식당은 계획대로 쉬이 맞춰지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하는 일이 부담되고 주눅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어쨌거나 많이 피곤해 하는 둘째를 두고 막내랑 둘이서 6~700m를 걸어 주류 판매점에 가서
보드카 큰 용량 두병을 사와서 숙소 휴게실에서 파는 만두를 삶아 안주로 기분좋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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