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모름지기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서산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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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難避花 / 김삿갓

靑春抱妓千金芥  청춘에 기생을 품으니 천금이
티끌 같고

白日當樽萬事空 대낮에 술 한잔 마시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 기러기는 먼하늘 날다 물을
따라가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 나비는 청산을 지나다 꽃을
피하기 어렵다네.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 끼어 술을 얻어 마시고 이 시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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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心皆變


秋深落萬果   가을이 깊어져 온갖 열매 떨어지고
冬來留唯枝   겨울 오니 나무마다 가지만 남는구나.
新春開桃花   새봄에 복사꽃은 또다시 피겠지만
歲前沒人情   흐르는 세월 앞에 人情은 간데 없네.

* '16. 11.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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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불매향(梅不賣香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곡조를 품고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추운데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네.

月到千虧餘本質(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본 모습을 간직하고

柳經百別又新枝(류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새가지가 올라온다.


- 象村 申欽(1566~1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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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下獨酌 (월하독작)(1)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 꽃 사이 놓인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네.
擧盃邀明月(거배요명월) ......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월기불해음) ...... 달은 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 그림자는 부질없이 흉내만 내는구나.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 한동안 달과 그림자 벗해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 행락은 모름지기 봄에 맞추었다.
我歌月排徊(아가월배회) ...... 내가 노래하니 달은 거닐고
我舞影凌亂(아무영능란) ......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 어지러워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 깨어서는 모두 같이 즐기고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 취한 뒤에는 제각기 흩어진다.
影結無情遊(영결무정유) ...... 길이 무정한 놀음 저들과 맺어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길.

 

 

月下獨酌(월하독작) (2)

 

天若不愛酒(천약불애주) ......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 ...... 하늘에 주성이 있을 리가 없고
地若不愛酒(지약불애주) ...... 땅이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 땅에 어찌 주천이 있겠는가.
天地旣愛酒(천지기애주) ...... 천지가 이미 술을 즐겼으니
愛酒不愧天(애주불괴천) ...... 술 즐김이 어찌 부끄러우랴.
已聞淸比聖(이문청비성) ...... 듣기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복도탁여현) ...... 탁주를 일러 현인과 같다 하니
聖賢旣已飮(성현기이음) ...... 성현을 이미 다 마신 후에
何必求神仙(하필구신선) ...... 신선을 더 구하여 무엇하랴.
三盃通大道(삼배통대도) ......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一斗合自然(일두합자연) ...... 한 말 술에 자연과 하나 되나니
俱得醉中趣(구득취중취) ...... 취하고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勿謂醒者傳(물위성자전) ...... 깨어 있는 이에게 전하지 말라.

 

 

月下獨酌 (월하독작) (3)

三月咸陽城(삼월함양성) ..... 삼월이라 함양성에
千花晝如錦(천화주여금) ..... 갖가지 꽃핀 낮이 비단 같구나.
誰能春獨愁(수능춘독수) ..... 뉘라서 이 봄 수심에 잠기리
對此徑須飮(대차경수음) ..... 이 풍경 마주하여 마시리로다.
窮通與修短(궁통여수단) ..... 궁핍하거나 형통함, 명의 길이가 짧음도
造化夙所稟(조화숙소품) ..... 일찍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이니
一樽齊死生(일준제사생) ..... 한 잔의 술이면 삶과 죽음이 같은 것이요
萬事固難審(만사고난심) ..... 세상만사는 원래 알기가 힘든 것이다.
醉後失天地(취후실천지) ..... 술에 취하여 천지를 잃어버리고
兀然就孤枕(올연취고침) ..... 쓰러져 홀로 잠에 빠지면
不知有吾身(부지유오신) ..... 이 내 몸이 있음도 모르게 되니
此樂最爲甚(차락최위심) ..... 이 즐거움이 으뜸이로다.

 

 

月下獨酌 (월하독작) (4)

 

窮愁千萬端(궁수천만단) ..... 근심걱정은 천만 가지요
美酒三百杯(미주삼백배) ..... 아름다운 술은 삼 백잔이라.
愁多酒雖少(수다주수소) ..... 근심은 많고 비록 술은 적으나
酒傾愁不來(주경수불래) ..... 술잔을 기울이면 근심은 오질 않네.
所以知酒聖(소이지주성) ..... 하여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알겠구나.
酒?心自開(주감심자개) ..... 술을 마시면 마음이 절로 열리고
辭粟臥首陽(사속와수양) ..... 수양산에서 먹기를 사양했던 백이숙제나
屢空飢顔回(누공기안회) ..... 빈 쌀뒤주에 굶주린 안회나
當代不樂飮(당대불락음) ..... 살아 생전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다면
虛名安用哉(허명안용재) ..... 헛된 이름 남겨 어디 쓰겠나.
蟹?卽金液(해오즉금액) ..... 게의 집게발 안주는 황금액이요
糟丘是蓬萊(조구시봉래) ..... 술지게미 더미는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저수음미주) ..... 모름지기 아름다운 술을 마시며

乘月醉高臺(승월취고대) ..... 달을 타고 취하여 놓은 대에 오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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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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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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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 와 휘파람을 불 때 (아무리 지난날을)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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床前明月光 (촹치엔밍위에꽝, 상전명월광)  침상 앞 밝은 달빛 들이치니

疑是地上霜 (이쓸띠이쌍쑤앙, 의시지상상)  땅 위 내린 서리가 다름이랴

擧頭望明月 (쥐토우왕밍위에, 거두망명월)  눈을 들어 보름달 바라보곤

低頭思故鄕 (띠토우쓰꾸우샹, 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을 그려보네.

 

 

 

 

흐르는 노래는 The River In the Pines / Joan Ba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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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시(이름은 夷光)는 월나라 출신으로 오-월전쟁에서 패한 월나라 책사
      범려의 계략에 따라 오왕 부차에게 바쳐져 妃가 되었다.

      그로 인해 부차는 국정보다 서시의 미색에 빠져 정사를 소홀히 하고, 서시를

      위한 별궁 건립국고를 탕진하므로서 국력은 쇠퇴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틈타 월왕 구천은 다져진 국력을 동원, 오나라를 패퇴시키니 서시는 

      그야말로 "경국지색"으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고사성어 효빈(效顰)은 이처럼 아름다운 서시에서 비롯되었다.

      내용인즉, 서시는 속병이 있었던 듯 자주 찡그렸는데 찡그린 모습도 아주

      예뻤다고 한다.

      이렇게 찡그린 모습이 예뻐보이자 못생긴 이웃집 처녀가 따라서 찡그렸더니

      동네 사람들이 모두 기겁했다고 하며, 중국식 과장에 의하면 부자는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艶色天下重(염색천하중)   여자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이 좋아하니
    西施寧久微(서시녕구미)   미인 서시 어찌 시골에 오래도록 묻혀있겠는가
    朝爲越溪女(조위월계녀)   아침에 월나라 개울가 처녀
    暮作吳宮妃(모작오궁비)   저녁에는 궁궐의 왕비가 되었구나.


    賤日豈殊衆(천일개수중)   그녀 미천할 때, 뭇 여자들과 무엇이 달랐던가
    貴來方悟稀(귀내방오희)   귀해지니 드문 줄 알았네
    邀人傅脂粉(요인부지분)   화장도 남시켜 하고
    不自著羅衣(부자저나의)   비단 옷도 자신이 직접 입지 않았소.


    君寵益嬌態(군총익교태)   임금이 총애하면 교태 더욱 늘어나고
    君憐無是非(군련무시비)   임금이 위해주어 잘잘못도 모른다네
    當時浣紗伴(당시완사반)   지난 날 빨래하던 동료들
    莫得同車歸(막득동거귀)   누구도 같이 선택되어 같이 가지 못 했네.


    持謝鄰家子(지사린가자)   이웃 여자에게 사랑받는 법 알려주어도
    效顰安可希(효빈안가희)   찡그려도 총애 받는 일 어찌 바랄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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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有酒相招飮(유주상초음)           술 있거든 불러서 함께 마시고. 
    有肉相呼喫(유육상호끽)           고기 있거든 청해서 함께 먹어라.

    黃泉前後人(황천전후인)           앞서고 뒤따라 황천으로 갈 사람들. 
    少將須努力(소장수노력)           젊어서 모름지기 힘써 배워라. 

    玉帶暫時華(옥대잠시화)           벼슬길 화려한 것 잠시 뿐이고, 
    金釵非久飾(금차비구식)           금비녀 꽂아 예쁜 것도 오래가지 아니하리. 
    張翁與鄭婆(장옹여정파)           장노인과  정노파도 
    一去無消息(일거무소식)           한번 떠난 뒤로는 소식 없더라.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벗이 있다면

    구태여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느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에 손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野店斜陽)에 길 가다 술을 사는 손님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 해안스님(1901∼1974)의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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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春江花月夜  봄날 강가에 꽃 피고 달뜬 밤/ 張若虛

    春江潮水連海平   춘강조수연해평      봄 강의 밀려오는 물이 바다와 이어져 잔잔하고

    海上明月共潮生   해상명월공조생      바다 위 밝은 달이 밀물과 더불어 떠오르네.

    艶艶水波千萬里   염염수파천만리      일렁이는 물결따라 천 만리를 퍼져가니

    何處春江無月明   하처춘강무월명      그 어느 강물에 달빛이 밝지 않으랴.

     

    江流宛轉요芳甸   강류완전요방전      강물은 굽이굽이 푸른 들을 감돌고

    月照花林皆似霰   월조화림개사산      달이 꽃 수풀을 비추어 모두 싸락눈 같네.

    空裏流霜不覺飛   공리유상불각비      하늘에서 서리 내려도 내리는 줄 깨닫지 못하고

    汀上白沙看不見   정상백사간불견      물가의 흰모래는 보아도 눈에 띄지 않네.

     

    江天一色無纖塵   강천일색무섬진      강과 하늘이 한 빛으로 티끌 하나 없는데
    皎皎空中孤月輪   교교공중고월윤      공중에는 외로운 달이 외로이 걸려있네.

    江畔何人初見月   강반하인초견월      강가에 누가 처음으로 달을 보았고 

    江月何年初照人   강월하년초조인      달은 그 언제 처음으로 사람을 비추었나.

     

    人生代代無窮已   인생대대무궁이      인생은 대를 이어 끝이 없는데

    江月年年祗相似   강월연연지상사      강의 달은 해마다 그대로이네.

    不知江月對何人   부지강월대하인      저 달은 어느 누구를 기다리나

    但見長江送流水   단견장강송유수      긴 강은 물을 흘려 보낼 뿐이네.

     

    白雲一片去悠悠   백운일편거유유      흰 구름 조각이 유유히 떠가는데

    靑楓浦上不勝愁   청풍포상불승수      푸른 단풍나무 포구에서 시름에 겨워하네.

    誰家今夜扁舟子   수가금야편주자      오늘 밤 그 누가 작은 배를 띄웠는가.

    何處相思明月樓   하처상사명월루      달 밝은 누각에서 누구를 그리는가.

     

    可憐樓上月徘徊   가련누상월배회      가련하다. 루각 위에 달이 배회하고

    應照離人粧鏡臺   응조이인장경대      외로운 사람의 경대를 비추리라.

    玉戶簾中卷不去   옥호염중권불거      비단 창의 발을 걷어도 달은 떠나지 않고

    搗衣砧上拂還來   도의침상불환래      다듬이 돌에서 떨쳐버려도 달은 다시 돌아오네.

     

    此時相望不相聞   차시상망불상문      서로 바라보지만 소식 전할 수 없고

    願逐月華流照君   원축월화유조군      원컨대 달빛을 따라가서 그대를 비쳐주고 싶네.

    鴻雁長飛光不度   홍안장비광부도      기러기 멀리 날아서 달빛도 따르지 못하고

    魚龍潛躍水成文   어룡잠약수성문      물고기도 뛰쳐 올라 물결만 남길 뿐이네.

     

    昨夜閑潭夢落花   작야한담몽락화      어제 밤 연못에서 꽃 지는 꿈을 꾸었는데

    可憐春半不還家   가련춘반불환가      봄이 절반 지났건만 돌아가지 못하네.

    江水流春去欲盡   강류유춘거욕진      강물 따라 흘러가는 봄 벌써 다 가려고 하고

    江潭落月復西斜   강담낙월부서사      강물에 비친 달도 차츰 기우나니.

     

    斜月沈沈藏海霧   사월침침장해무      지는 달은 침침하게 바다 안개로 감싸이고

    碣石瀟湘無限路   갈석소상무한로      갈석에서 소상까지 길은 끝이 없네.

    不知乘月幾人歸   부지승월기인귀      달을 타고 몇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가.

    落月搖情滿江水   낙월요정만강수      지는 달은 내 마음 흔들어 강가 나무에 가득하네.

     

     

    * 장약허(660?~720)는 당 초기의 양주 출신 시인으로  그의 인생에 대해 확실하지 않으며
      양주의 장약허라는 기록과 연주의 병조를 지냈다는 기록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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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기생들은 1패, 2패, 3패로 분류가 되었는데, 3패 기생은 '들병이'라 불리우는 최하층의 기생들로서

    일반 평민들에게 조차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2패 기생은 대부분 관기(官妓)들로서 지방 관리들을 접대하는 부류였다.

    1패 기생은 그야말로 재색을 겸비한 기녀들로서, 그녀들 대부분은 양반 첩의 딸들이었다.

     

     

    언문은 물론이고 한자와 고서(古書)에도 능통하였으며, 소리, 춤, 시, 서예, 가야금 등 모든 예능 방면에

    능통하였고,  내노라 하는 고관대작들과 정치를 논하여도 밀리지 않았다.

     

    다방면의 지식은 물론, 미모까지 뒷바침 되어야만 비로소 1패 기생이 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1패 기생이 바로 황진이와 이매창이다.

     

    뭇 남성들의 우상이었으며, 만인의 연인이었으나 태생(胎生)의 한계로 평생을 한(恨)에 묻혀 살아야 했던

    1급 기녀들의 애환과 사랑을 시와 곁들여 감상해보자.

     

     


    梨花雨 흩뿌릴 제

    배꽃 흩어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임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 지은이 : 계랑(桂娘). 여류시인. 부안의 기생. 
       성은 이(李)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또는 계생(桂生).
       시조 및 한시 70여 수가 전하고 있다.
       황진이와 비견될 만한 시인으로서 여성다운 정서를 노래한 우수한 시편이 많다.
    * 참 고 : 梨花雨―비처럼 휘날리는 배꽃


    送人

    弄珠灘上魂欲消     사랑을 나눈 시냇가에서 임을 보내고
    獨把離懷寄酒樽     외로이 잔을 들어 하소연할 때
    無限烟花不留意     피고 지는 저 꽃 내 뜻 모르니
    忍敎芳草怨王孫     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게 하리


    * 지은이 : 양양 기생
    * 참 고 : 弄珠 ― 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임.
         

    傷春

    不是傷春病      이것은 봄이 감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고
    只因憶玉郞      다만 임을 그리워한 탓이네
    塵豈多苦累      티끌같은 세상 괴로움도 많아
    孤鶴未歸情      외로운 목숨 죽고만 싶네


    * 지은이 : 계생(桂生), 혹은 매창(梅窓). 부안 기생.
                 『매창집(梅窓集)』이 전한다.


    春愁

    池邊楊柳綠垂垂     시냇가의 실버들 유록색 가지
    蠟曙春愁若自知     봄시름을 못 이겨 휘늘어지고
    上有黃隱啼未己     꾀꼬리가 꾀꼴꾀꼴 울음 그치지 못하는 것은
    不堪趣紂送人時     임 이별의 슬픔 이기지 못함인가


    * 지은이 : 금원(錦園). 원주 사람. 시랑 김덕희(侍郞 金德熙)의 소실.
    * 참 고 : 황리(黃麗鳥)―꾀꼬리
     
     
    매화 옛등걸에

    梅花 노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매화 옛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노퓌던 柯枝에 픗염즉도 하마난(옛 피던 가지에 피음직도 하다마는)
    春雪이 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춘설이 어지러이 날리니 필듯말듯 하여라)


    * 지은이 : 매화(梅花). 생몰년 미상, 조선시대 평양 기생. 
                   애절한 연정을 읊은 시조 8수(그중 2수는 불확실)가 『청구영언』에 전한다.


    待郞 

    郞去月出來      임 가실 제 달 뜨면 오마시더니
    月出郞不來      달은 떠도 그 임은 왜 안 오실까
    相應君在處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임의 곳은
    山高月出遲      산이 높아 뜨는 달 늦은가 보다


    * 지은이 : 능운(凌雲).
    * 참 고 : 상응(相應)―생각해 보니 

     

     
    玉屛

    洞天如水月蒼蒼     마을 하늘은 물이런 듯 맑고 달빛도 푸르구나
    樹葉蕭蕭夜有霜     지다 남은 잎에 서리가 쌓일 때
    十二擴簾人獨宿     긴 주렴 드리우고 혼자서 잠을 자려니
    玉屛還羨繡鴛鴦     병풍의 원앙새가 부러웁네

    * 지은이 : 취선(翠仙). 호는 설죽(雪竹) 김철손(金哲孫)의 소실.
    * 참 고 : 십이상렴(十二擴簾)―긴 발을 뜻함



    離別

    駐馬仙樓下      말은 다락 아래 매어 놓고
    慇懃問後期      이제 가면 언제나 오시려나 은근히 묻네
    離筵樽酒盡      임 보내려는 때 술도 떨어지고
    花落鳥啼時      꽃 지고 새가 슬피 우는구나


    * 지은이 : 일지홍(一枝紅). 성천(成川)의 기생.
    * 참 고 : 선루(仙樓)―신선이 산다는 다락.


    묏버들 가려 꺾어

    묏버들 갈*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자시* 窓밧긔 심거두고 보쇼셔(잠자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 지은이 : 홍랑(洪娘).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 때의 명기 


    청산은 내 뜻이오

    靑山은 내*이오 綠水* 님의 정情이(靑山은 내 뜻이오 綠水는 임의 情이로다)
    綠水 흘너간들 靑山이야 변(變)*손가(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綠水도 靑山을 못니저 우러예여 가*고(녹수도 청산을 못잊어 울면서 가는가)


    *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생몰 미상. 조선 중종 때의 명기. 개성 출신.


    黃昏

    千絲萬縷柳垂門     실버들 천만 가지 문 앞에 휘늘어져서
    綠暗如雲不見村     구름인 듯 인가를 볼 길 없더니
    忽有牧童吹笛過     문득 목동이 피리불며 지나간다
    一江烟雨自黃昏     강 위에 보슬비요 날도 저물어 가누나


    * 지은이 : 죽향(竹香). 호는 낭각(琅珏). 평양 기생.
    * 참 고 : 연우(烟雨)―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내리는 비


    秋月夜

    移棹淸江口      노를 저어 맑은 강 어귀에 이르니
    驚人宿驚飜      인적에 해오라기 잠 깨어 날고
    山紅秋有色      가을이 짙은 탓인가 산빛은 붉고
    沙白月無痕      흰 모래엔 달이 둥글다


    * 지은이 : 추향(秋香)

     

     

     

    半月

    誰斷崑崙玉      崑崙의 귀한 玉을 누가 캐어
    裁成織女梳      織女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牽牛一去後      오마던 임 牽牛 안 오시니
    愁擲碧空虛      근심에 못 이겨 허공에 던진 거라오


    *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중종 때 기생. 



    秋雨

    九月金剛蕭瑟雨     금강산 늦가을 내리는 비에
    雨中無葉不鳴秋     나뭇잎은 잎마다 가을을 울리네
    十年獨下無聲淚     십년을 소리없이 흐느낀 이 신세
    淚濕袈衣空自愁     헛된 시름에 가사만 젖었네


    * 지은이 : 혜정(慧定). 여승(女僧).
    * 참 고 : 가의(袈衣)―중이 입는 옷.


    어이 얼어 자리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鴛鴦枕 翡翠衾을 어듸 두고 얼어 자리(원앙 베개와 비취 이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비 맛자신이 녹아 잘* *노라(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서 잘까 하노라)

    * 지은이 : 한우(寒雨). 조선 선조 때 임제(林悌)와 가까이 지내던 평양 기생. 


    長霖

    十日長霖若未晴     열흘이나 이 장마 왜 안 개일까
    鄕愁蠟蠟夢魂驚     고향을 오가는 꿈 끝이 없구나
    中山在眼如千里     고향은 눈 앞에 있으나 길은 먼 千里
    堞然危欄默數程     근심 어려 난간에 기대 헤아려보노라


    * 지은이 : 취연(翠蓮). 자는 일타홍(一朶紅). 기생
    * 참 고 : 장림(長霖)―긴 장마
                 중산(中山)―지명. 사랑하는 임이 있는 곳, 또한 고향

     
    晩春

    落花天氣似新秋     꽃이 지는 봄은 첫 가을과 같네
    夜靜銀河淡欲流     밤이 되니 은하수도 맑게 흐르네
    却恨此身不如雁     한 많은 몸은 기러기만도 못한 신세
    年年未得到原州     해마다 임이 계신 곳에 가지 못하고 있네

    * 지은이 : 죽서(竹西). 철종 때 사람. 서기보(徐箕輔)의 소실


    河橋

    河橋牛女重逢夕  은하수 다리에서 견우직녀 이 날 저녁에 만나
    玉洞郞娘恨別時  옥동에서 다시 슬프게 헤어지네
    若使人間無此日  이 세상에 이 날이 없었더라면
    百年相對不相移  백년을 즐겁게 살아가리


    * 지은이 : 연희(蓮喜)
    * 참 고 : 하교(河橋)―은하수 다리


    履霜曲

    비가 내리다가 개고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서리어 있는 수풀의 좁디좁은 굽어돈 길에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세 너우지


    잠을 빼앗아간 내 임을 생각하니
    그러한 무서운 길에 자러 오겠는가?
    때때로 벼락이 쳐서 無間地獄에 떨어져
    고대 죽어버릴 내 몸이 내 임을 두고서 다른 임을 따르겠는가?


    이렇게 하고자 저렇게 하고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는 期約입니까?
    맙소서 임이시여 임과 한 곳에 가고자 하는 기약뿐입니다


    * 지은이 :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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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죽음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라.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구름이야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살고 죽고, 가고 옴이 또한 그러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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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口是禍之門   입은 재앙을 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   혀는 제몸 베어내는 칼이라.

     

    閉口深藏舌   입 닫고 혀 깊이 묻어두면

     

    安身處處牢   가는 곳마다 감옥이 있어도 몸 편하리라.

     

    - 풍도(馮道)- * 馮 : 성씨 풍(중국 성씨)

    지은이 풍도(馮道, 882-954)는 오대십국 시대에 후량(907-923) 후당(923-936)

    후진(936-946) 후한(946-950) 후주(951-960)의 오대 중 후량, 후진, 후한, 후주의

    네 왕조에서 재상에 오르고, 거란족까지 섬긴 처세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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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來期  내기

    主人呼韻太環銅(주인호운태환동)     주인이 부르는 운자가 너무 '고리'고 '구리'니

    我不以音以鳥態(아불이음이조태)     나는 음으로 하지 않고 '새김'으로 해야겠다.
    濁酒一盆速速來(탁주일분속속래)     막걸리 한동이를 재빨리 가져오게

    今番來期尺四蚣(금번래기척사공)     이번 '내기'에는 '자네'가 진 것이네

    * 어느 고을에서 김삿갓이 시를 잘 한다는 시객과 막걸리 내기를 하였는데 시객이 운자로 '銅' '態'.'蚣'을 부르자

      김삿갓이 그 운을 부르는대로 시로써 답을 하여 막걸리를 얻어 먹었다고 한다.

     

    老吟  늙은이가 읊다

    五福誰云一曰壽(오복수운일왈수)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堯言多辱知如神(요언다욕지여신)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같네.

    舊交皆是歸山客(구교개시귀산객)      옛 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

    新少無端隔世人(신소무단격세인)      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

    筋力衰耗聲似痛(근력쇠모성사통)      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

    胃腸虛乏味思珍(위장허핍미사진)      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內情不識看兒苦(내정부식간아고)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

    謂我浪遊抱送頻(위아랑유포송빈)      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부귀하면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진다고 했다.

      五福의 첫째는 長壽라 하나 늙으면 버림 받고 외로워지니 요임금이 이를 알고 長壽는 多辱이라 했다.


     

    詠笠 영립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堅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俗子依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自嘆  스스로 탄식하다
    嗟乎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차호천지간남아 지아평생자유수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평수삼천리랑적 금서사십년허사
    靑雲難力致非願 白髮惟公道不悲 청운난력치비원 백발유공도불비
    驚罷還鄕夢起坐 三更越鳥聲南枝 경파환향몽기좌 삼경월조성남지

     

    슬프다 천지간 남자들이여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 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고향길 가던 꿈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삼경에 남쪽 지방 새 울음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월조(越鳥)는 남쪽 지방의 새인데 다른 지방에 가서도 고향을 그리며 남쪽 가지에 앉는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竹詩 죽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시세)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 한자의 훈(訓)을 빌어 절묘한 표현을 하였다.
      此竹 : 이대로, 彼竹 : 저대로, 化去竹 : 되어 가는 대로, 風打竹 : 바람치는 대로, 浪打竹 : 물결치는 대로

    二十樹下 스무나무 아래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이십수하삼십객 사십가중오십식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인간개유칠십사 불여귀가삼십식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마흔 집안에서 쉰 밥을 먹네.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二十樹 : 스무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이름
     三十客 : 三十은 '서른'이니 '서러운'의 뜻. 서러운 나그네.
     四十家 : 四十은 '마흔'이니 '망할'의 뜻. 망할 놈의 집.
     五十食 : 五十은 '쉰'이니 '쉰(상한)'의 뜻. 쉰 밥.
     七十事 : 七十은 '일흔'이니 '이런'의 뜻. 이런 일.
     三十食 : 三十은 '서른'이니 '선(未熟)'의 뜻. 설익은 밥.

    * 함경도 지방의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나그네의 설움을 한문 수자 새김을 이용하여 표현한 시이다.


    죽 한 그릇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無題 무제
    四脚松盤粥一器 天光雲影共排徊 사각송반죽일기 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 吾愛靑山倒水來 주인막도무안색 오애청산도수래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야박한 풍속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風俗薄 풍속박
    斜陽鼓立兩柴扉 三被主人手却揮 사양고립양시비 삼피주인수각휘
    杜宇亦知風俗薄 隔林啼送不如歸 두우역지풍속박 격림제송불여귀

    가난이 죄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難貧 난빈
    地上有仙仙見富 人間無罪罪有貧 지상유선선견부 인간무죄죄유빈
    莫道貧富別有種 貧者還富富還貧 막도빈부별유종 빈자환부부환빈


    강좌수가 나그네를 쫓다

    사당동 안에서 사당을 물으니
    보국대광 강씨 집안이라네.
    선조의 유풍은 북쪽 부처에게 귀의했건만
    자손들은 어리석어 서쪽 오랑캐 글을 배우네.
    주인은 처마 아래서 갓을 숙이며 엿보고
    나그네는 문 앞에 서서 지는 해를 보며 탄식하네.
    좌수 별감이 네게는 분에 넘치는 일이니
    기병 보졸 따위나 마땅하리라.

    姜座首逐客詩 강좌수축객시
    祠堂洞裡問祠堂 輔國大匡姓氏姜 사당동리문사당 보국대광성씨강
    先祖遺風依北佛 子孫愚流學西羌 선조유풍의북불 자손우류학서강
    主窺첨下低冠角 客立門前嘆夕陽 주규첨하저관각 객립문전탄석양
    座首別監分外事 騎兵步卒可當當 좌수별감분외사 기병보졸가당당

    *김삿갓을 내쫓은 주인은 나그네가 갔나 안 갔나 확인하려고 갓을 숙이고 엿보는데
    김삿갓은 문 앞에 서서 인심 고약한 주인을 풍자하고 있다.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開城人逐客詩 개성인축객시
    邑號開城何閉門 山名松嶽豈無薪 읍호개성하폐문 산명송악개무신
    黃昏逐客非人事 禮義東方子獨秦 황혼축객비인사 예의동방자독진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그 가운데가 말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봉창은 또 얼마나 어두운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曲木爲椽첨着塵 其間如斗僅容身 곡목위연첨착진 기간여두근용신
    平生不欲長腰屈 此夜難謀一脚伸 평생불욕장요굴 차야난모일각신
    鼠穴煙通渾似漆 봉窓茅隔亦無晨 서혈연통혼사칠 봉창모격역무신
    雖然免得衣冠濕 臨別慇懃謝主人 수연면득의관습 임별은근사주인

    *어느 시골집에서 비를 피하며 지은 것으로 궁벽한 촌가의 정경과 선비로서의 기개가 엿보이는 시이다.
    누추하지만 나그네에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베풀어 준 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하면서 세속에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주막에서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艱飮野店 간음야점
    千里行裝付一柯 餘錢七葉尙云多 천리행장부일가 여전칠엽상운다
    囊中戒爾深深在 野店斜陽見酒何 낭중계이심심재 야점사양견주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의 모습.



    제목을 잃어 버린 시

    수많은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失題 실제
    許多韻字何呼覓 彼覓有難況此覓 허다운자하호멱 피멱유난황차멱
    一夜宿寢懸於覓 山村訓長但知覓 일야숙침현어멱 산촌훈장단지멱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농가에서 자다

    골짜기 따라 종일 가도 사람을 못 보다가
    다행히도 오두막집을 강가에서 찾았네.
    문을 바른 종이는 여와 시절 그대로고
    방을 쓸었더니 천황씨 갑자년 먼지일세.
    거무튀튀한 그릇들은 순임금이 구워냈고
    불그레한 보리밥은 한나라 창고에서 묵은 것일세.
    날이 밝아 주인에게 사례하고 길을 나섰지만
    지난밤 겪은 일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구나.

    宿農家 숙농가
    終日緣溪不見人 幸尋斗屋半江濱 종일연계불견인 행심두옥반강빈
    門塗女와元年紙 房掃天皇甲子塵 문도여와원년지 방소천황갑자진
    光黑器皿虞陶出 色紅麥飯漢倉陳 광흑기명우도출 색홍맥반한창진
    平明謝主登前途 若思經宵口味幸 평명사주등전도 약사경소구미행

    *여와는 중국 전설에 나오는 천지를 만들었다는 인물, 천황씨는 전설에 나오는 고대 중국 임금.


    안락성을 지나다가 배척받고

    안락성 안에 날이 저무는데
    관서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 짓기는 미루면서
    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빈 배에선 자주 천둥 소리가 들리는데
    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번 마셨으니
    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過安樂見오 과안락견오
    安樂城中欲暮天 關西孺子聳詩肩 안락성중욕모천 관서유자용시견
    村風厭客遲炊飯 店俗慣人但索錢 촌풍염객지취반 점속관인단색전
    虛腹曳雷頻有響 破窓透冷更無穿 허복예뢰빈유향 파창투냉갱무천
    朝來一吸江山氣 試向人間벽穀仙 조래일흡강산기 시향인간벽곡선

    *벽곡은 신선이 되기 위해 곡식을 먹지 않고 수련하는 방법.
    *안락성에서 안락하지 않게 밤을 지냈음을 풍자했다.


    스스로 읊다

    겨울 소나무 외로운 주막에
    한가롭게 누웠으니 별세상 사람일세.
    산골짝 가까이 구름과 같이 노닐고
    개울가에서 산새와 이웃하네.
    하찮은 세상 일로 어찌 내 뜻을 거칠게 하랴.
    시와 술로써 내 몸을 즐겁게 하리라.
    달이 뜨면 옛생각도 하며
    유유히 단꿈을 자주 꾸리라.

    自詠 자영
    寒松孤店裡 高臥別區人 한송고점리 고와별구인
    近峽雲同樂 臨溪鳥與隣 근협운동락 임계조여린
    치銖寧荒志 詩酒自娛身 치수영황지 시주자오신
    得月卽帶憶 悠悠甘夢頻 득월즉대억 유유감몽빈

    *세속에 물들지 않고 시와 술로 근심을 잊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풍류객의 모습을 그렸다.



    고향 생각

    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思鄕 사향
    西行己過十三州 此地猶然惜去留 서행기과십삼주 차지유연석거유
    雨雪家鄕人五夜 山河逆旅世千秋 우운가향인오야 산하역려세천추
    莫將悲慨談靑史 須向英豪問白頭 막장비개담청사 수향영호문백두
    玉館孤燈應送歲 夢中能作故園遊 옥관고등응송세 몽중능작고원유


    *오야(五夜)는 오경(五更)으로 오전 3시부터 5시 까지이다.


    즉흥적으로 읊다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卽吟 즉음
    坐似枯禪反愧髥 風流今夜不多兼 좌사고선반괴염 풍류금야부다겸
    燈魂寂寞家千里 月事肅條客一첨 등혼적막가천리 월사숙조객일첨
    紙貴淸詩歸板粉 肴貧濁酒用盤鹽 지귀청시귀판분 효빈탁주용반염
    瓊거亦是黃金販 莫作於陵意太廉 경거역시황금판 막작어릉의태염

    *진중자(陳仲子)는 제나라 오릉(於陵)에 살았던 청렴한 선비.


    나를 돌아보며 우연히 짓다

    푸른 하늘 웃으며 쳐다보니 마음이 편안하건만
    세상길 돌이켜 생각하면 다시금 아득해지네.
    가난하게 산다고 집사람에게 핀잔 받고
    제멋대로 술 마신다고 시중 여인들에게 놀림 받네.
    세상만사를 흩어지는 꽃같이 여기고
    일생을 밝은 달과 벗하여 살자고 했지.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니
    청운이 분수밖에 있음을 차츰 깨닫겠네

    自顧偶吟 자고우음
    笑仰蒼穹坐可超 回思世路更초초 소앙창궁좌가초 회사세로경초초
    居貧每受家人謫 亂飮多逢市女嘲 거빈매수가인적 난음다봉시녀조
    萬事付看花散日 一生占得月明宵 만사부간화산일 일생점득월명소
    也應身業斯而已 漸覺靑雲分外遙 야응신업사이이 점각청운분외요

    *세속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며 지내는 자신의 생활을 감회에 젖어 읊은 시이다.


    시시비비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네.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이 가운데 이뤄지네.

    是是非非詩 시시비비시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년년년거무궁거 일일일래부진래
    年去月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년거월래래우거 천시인사차중최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시시비비비시시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시비비시시비비 시시비비시시비


    난고평생시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건만
    내 평생을 돌아보니 너무나 가슴 아파라.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 리 길 다니며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으로 여겼지.
    남을 탓할 수도 없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섣달 그믐엔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넘쳤지.
    초년엔 즐거운 세상 만났다 생각하고
    한양이 내 생장한 고향인 줄 알았지.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꽃 피는 장안 명승지에 집이 있었지.
    이웃 사람들이 아들 낳았다 축하하고
    조만간 출세하기를 기대했었지.
    머리가 차츰 자라며 팔자가 기박해져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되더니,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 인심 박해지고
    부모 상까지 마치자 집안이 쓸쓸해졌네.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끈을 맨 뒤에
    동방 풍토를 돌아다니며 시름으로 가득 찼네.
    마음은 아직 타향에서 고향 그리는 여우 같건만
    울타리에 뿔 박은 양처럼 형세가 궁박해졌네.
    남녘 지방은 옛부터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이나 되었던가.
    머리 굽실거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래 버릇이랴만
    입 놀리며 살 길 찾는 솜씨만 가득 늘었네.
    이 가운데 세월을 차츰 잊어 버려
    삼각산 푸른 모습이 아득하기만 해라.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풍월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일세.
    천금 자제와 만석군 부자
    후하고 박한 가풍을 고루 맛보았지.
    신세가 궁박해져 늘 백안시 당하고
    세월이 갈수록 머리 희어져 가슴 아프네.
    돌아갈래도 어렵지만 그만둘래도 어려워
    중도에 서서 며칠 동안 방황하네.

    蘭皐平生詩 난고평생시
    鳥巢獸穴皆有居 顧我平生獨自傷 조소수혈개유거 고아평생독자상
    芒鞋竹杖路千里 水性雲心家四方 망혜죽장로천리 수성운심가사방
    尤人不可怨天難 歲暮悲懷餘寸腸 우인불가원천난 세모비회여촌장
    初年自謂得樂地 漢北知吾生長鄕 초년자위득락지 한북지오생장향
    簪纓先世富貴人 花柳長安名勝庄 잠영선세부귀인 화류장안명승장
    隣人也賀弄璋慶 早晩前期冠蓋場 인인야하농장경 조만전기관개장
    髮毛稍長命漸奇 灰劫殘門飜海桑 발모초장명점기 회겁잔문번해상
    依無親戚世情薄 哭盡爺孃家事荒 의무친척세정박 곡진야양가사황
    終南曉鍾一納履 風土東邦心細量 종남효종일납리 풍토동방심세양
    心猶異域首丘狐 勢亦窮途觸藩羊 심유이역수구호 세역궁도촉번양
    南州從古過客多 轉蓬浮萍經幾霜 남주종고과객다 전봉부평경기상
    搖頭行勢豈本習 口圖生惟所長 요두행세기본습 구도생유소장
    光陰漸向此中失 三角靑山何渺茫 광음점향차중실 삼각청산하묘망
    江山乞號慣千門 風月行裝空一囊 강산걸호관천문 풍월행장공일낭
    千金之子萬石君 厚薄家風均試嘗 천금지자만석군 후박가풍균시상
    身窮每遇俗眼白 歲去偏傷빈髮蒼 신궁매우속안백 세거편상빈발창
    歸兮亦難佇亦難 幾日彷徨中路傍 귀혜역난저역난 기일방황중로방

    *난고는 김삿갓의 호이다.


    잠 많은 아낙네

    이웃집 어리석은 아낙네는 낮잠만 즐기네.
    누에치기도 모르니 농사짓기를 어찌 알랴.
    베틀은 늘 한가해 베 한 자에 사흘 걸리고
    절구질도 게을러 반나절에 피 한 되 찧네.
    시아우 옷은 가을이 다 가도록 말로만 다듬질하고
    시어미 버선 깁는다고 말로만 바느질하며 겨울 넘기네.
    헝클어진 머리에 때 낀 얼굴이 꼭 귀신 같아
    같이 사는 식구들이 잘못 만났다 한탄하네.

    多睡婦 다수부
    西隣愚婦睡方濃 不識蠶工況也農 서린우부수방농 부식잠공황야농
    機閑尺布三朝織 杵倦升粮半日春 기한척포삼조직 저권승량반일춘
    弟衣秋盡獨稱搗 姑襪冬過每語縫 제의추진독칭도 고말동과매어봉
    蓬髮垢面形如鬼 偕老家中却恨逢 봉발구면형여귀 해로가중각한봉


    게으른 아낙네

    병 없고 걱정 없는데 목욕도 자주 안해
    십 년을 그대로 시집 올 때 옷을 입네.
    강보의 아기가 젖 물린 채로 낮잠이 들자
    이 잡으려 치마 걷어 들고 햇볕 드는 처마로 나왔네.
    부엌에서 움직였다하면 그릇을 깨고
    베틀 바라보면 시름겹게 머리만 긁어대네.
    그러다가 이웃집에서 굿한다는 소문만 들으면
    사립문 반쯤 닫고 나는 듯 달려가네.

    懶婦 나부
    無病無憂洗浴稀 十年猶着嫁時衣 무병무우세욕희 십년유착가시의
    乳連褓兒謀午睡 手拾裙蝨愛첨暉 유연보아모오수 수습군슬애첨휘
    動身便碎廚中器 搔首愁看壁上機 동신변쇄주중기 소수수간벽상기
    忽聞隣家神賽慰 柴門半掩走如飛 홀문인가신새위 시문반엄주여비


    아내를 장사지내고

    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제삿술은 아직도 초례 때 빚은 것이 남았고
    염습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창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
    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
    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喪配自輓 상배자만
    遇何晩也別何催 未卜其欣只卜哀 우하만야별하최 미복기흔지복애
    祭酒惟餘醮日釀 襲衣仍用嫁時裁 제주유여초일양 습의잉용가시재
    窓前舊種少桃發 簾外新巢雙燕來 창전구종소도발 염외신소쌍연래
    賢否卽從妻母問 其言吾女德兼才 현부즉종처모문 기언오녀덕병재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을 대신하여 지은 시이다.
    아내가 떠난 집에 제비가 찾아오고 복숭아 꽃이 피니, 아내를 그리는 정이 더욱 간절해짐을 표현했다.


    기생에게 지어 주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
    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
    주선(酒仙)이 시은(市隱)과 사귀는데
    이 여협객은 문장가일세.
    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
    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
    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
    매화꽃 떨어지듯 취해서 쓰러지네.

    贈妓 증기
    却把難同調 還爲一席親 각파난동조 환위일석친
    酒仙交市隱 女俠是文人 주선교시은 여협시문인
    太半衿期合 成三意態新 태반금기합 성삼의태신
    相携東郭月 醉倒落梅春 상휴동곽월 취도락매춘

    *주선(酒仙)은 술을 즐기는 김삿갓 자신.
    시은(市隱)은 도회지에 살면서도 은자같이 지내는 사람.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이라고 하여
    달, 자신, 자신의 그림자가 모여 셋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시객(詩客)이 아름다운 기녀와 대작을 하며 시로 화답하고 봄 밤의 취흥을 즐기는 풍류시이다.



    늙은이가 읊다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 같네.
    옛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
    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
    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
    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
    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老吟 노음
    五福誰云一曰壽 堯言多辱知如神 오복수운일왈수 요언다욕지여신
    舊交皆是歸山客 新少無端隔世人 구교개시귀산객 신소무단격세인
    筋力衰耗聲似痛 胃腸虛乏味思珍 근력쇠모성사통 위장허핍미사진
    內情不識看兒苦 謂我浪遊抱送頻 내정부식간아고 위아랑유포송빈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부귀하면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 진다고 했다.
    오복(五福)의 첫째는 장수(長壽)라 하나 늙으면 버림 받고 외로워지니 요임금이 이를 알고 長壽는 多辱이라 했다.


    노인이 스스로 놀리다

    여든 나이에다 또 네 살을 더해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신선은 더욱 아닐세.
    다리에 근력이 없어 걸핏하면 넘어지고
    눈에도 정기가 없어 앉았다 하면 조네.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모두가 망령인데
    한 줄기 숨소리가 목숨을 이어가네.
    희로애락 모든 감정이 아득키만 한데
    이따금 황정경 내경편을 읽어보네.

    老人自嘲 노인자조
    八十年加又四年 非人非鬼亦非仙 팔십년가우사년 비인비귀역비선
    脚無筋力行常蹶 眼乏精神坐輒眠 각무근력행상궐 안핍정신좌첩면
    思慮語言皆妄녕 猶將一縷線線氣 사려어언개망녕 유장일루선선기
    悲哀歡樂總茫然 時閱黃庭內景篇 비애환락총망연 시열황정내경편

    *김삿갓이 노인의 청을 받아 지은 것으로, 기력이 쇠해서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도가(道家)의 경전을 읽으며 허무에 심취한 것을 읊었다.


    갓 쓴 어린아이를 놀리다

    솔개 보고도 무서워할 놈이 갓 아래 숨었는데
    누군가 기침하다가 토해낸 대추씨 같구나.
    사람마다 모두들 이렇게 작다면
    한 배에서 대여섯 명은 나올 수 있을 테지.

    嘲幼冠者 조유관자
    畏鳶身勢隱冠蓋 何人咳嗽吐棗仁 외연신세은관개 하인해수토조인
    若似每人皆如此 一腹可生五六人 약사매인개여차 일복가생오륙인

    *어린 꼬마 신랑이 갓을 쓰고 다님을 조롱했다.
    솔개를 무서워할 나이에 몸을 가릴 만큼 큰 갓을 쓰고 몸집은 대추씨처럼 작은데 벌써 새신랑이 되었음을 표현했다.


    갓 쓴 어른을 놀리다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嘲年長冠者 조연장관자
    方冠長竹兩班兒 新買鄒書大讀之 방관장죽양반아 신매추서대독지
    白晝후孫初出袋 黃昏蛙子亂鳴池 백주후손초출대 황혼와자난명지


    훈장을 훈계하다

    두메산골 완고한 백성이 괴팍한 버릇 있어
    문장대가들에게 온갖 불평을 떠벌리네.
    종지 그릇으로 바닷물을 담으면 물이라 할 수 없으니
    소 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달으랴.
    너는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
    나는 날아 오르는 용이라서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
    네 잘못이 매 맞아 죽을 죄이지만 잠시 용서하노니
    다시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말장난 말라.

    訓戒訓長 훈계훈장
    化外頑氓怪習餘 文章大塊不平噓 화외완맹괴습여 문장대괴불평허
    여盃測海難爲水 牛耳誦經豈悟書 여배측해난위수 우이송경기오서
    含黍山間奸鼠爾 凌雲筆下躍龍余 함서산간간서이 능운필하약용여
    罪當笞死姑舍己 敢向尊前語詰거 죄당태사고사기 감향존전어힐거

    *김삿갓이 강원도 어느 서당을 찾아가니 마침 훈장은 학동들에게 고대의 문장을 강의하고 있는데
    주제넘게도 그 문장을 천시하는 말을 하고 김삿갓을 보자 멸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훈장의 허세를 꼬집는 시를 지었다.


    훈장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마음일세.

    訓長 훈장
    世上誰云訓長好 無烟心火自然生 세상수운훈장호 무연심화자연생
    曰天曰地靑春去 云賦云詩白髮成 왈천왈지청춘거 운부운시백발성
    雖誠難聞稱道賢 暫離易得是非聲 수성난문칭도현 잠리이득시비성
    掌中寶玉千金子 請囑撻刑是眞情 장중보옥천금자 청촉달형시진정

    *김삿갓은 방랑 도중 훈장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훈장에 대한 그의 감정은 호의적이지 못해서
    얄팍한 지식으로 식자(識者)인 체하는 훈장을 조롱하는 시가 여럿 있다.



    산골 훈장을 놀리다

    산골 훈장이 너무나 위엄이 많아
    낡은 갓 높이 쓰고 가래침을 내뱉네.
    천황을 읽는 놈이 가장 높은 제자고
    풍헌이라고 불러 주는 그런 친구도 있네.
    모르는 글자 만나면 눈 어둡다 핑계대고
    술잔 돌릴 땐 백발 빙자하며 잔 먼저 받네.
    밥 한 그릇 내주고 빈 집에서 생색내는 말이
    올해 나그네는 모두가 서울 사람이라 하네.

    嘲山村學長 조산촌학장
    山村學長太多威 高着塵冠揷唾排 산촌학장태다위 고착진관삽타배
    大讀天皇高弟子 尊稱風憲好明주 대독천황고제자 존칭풍헌호명주
    每逢兀字憑衰眼 輒到巡杯籍白鬚 매봉올자빙쇠안 첩도순배적백수
    一飯횡堂生色語 今年過客盡楊州 일반횡당생색어 금년과객진양주

    *풍헌(風憲)은 조선 시대 향직(鄕職)의 하나.


    기생 가련에게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可憐妓詩 가련기시
    可憐行色可憐身 可憐門前訪可憐 가련행색가련신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可憐能知可憐心 가련차의전가련 가련능지가련심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이별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離別 이별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가련문전별가련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막석가련거 가련불망귀가련


    어느 여인에게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贈某女 증모녀
    客枕條蕭夢不仁 滿天霜月照吾隣 객침조소몽불인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紅桃白李片時春 녹죽청송천고절 홍도백리편시춘
    昭君玉骨湖地土 貴비花容馬嵬塵 소군옥골호지토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莫惜今宵解汝거 인성본비무정물 막석금소해여거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元帝)의 궁녀. 흉노 땅에서 죽음.
    *마외파는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을때 양귀비가 피난 갔다가 죽은 곳.
    *김삿갓이 전라도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커다란 기와집을 찾아갔다.
    주인은 나오지 않고 계집종이 나와서 저녁상을 내다 주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 안방 문을 열어보니 소복을 입은 미인이 있었는데 독수공방하는 어린 과부였다.
    밤이 깊은 뒤에 김삿갓이 안방에 들어가자 과부가 놀라 단도를 겨누었다.
    김삿갓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목숨만 살려 달라고 하자 여인이 운을 부르며 시를 짓게 하였다.


    길가에서 처음 보고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테니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거요. -김삿갓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여인

    街上初見 가상초견
    芭經一帙誦分明 客駐程참忽有情 파경일질송분명 객주정참홀유정
    虛閣夜深人不識 半輪殘月已三更 -金笠詩 허각야심인불식 반륜잔월이삼경 -김립시
    難掩長程十目明 有情無語似無情 난엄장정십목명 유정무어사무정
    踰墻穿壁非難事 曾與農夫誓不更 -女人詩 유장천벽비난사 증여농부서불경 -여인시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메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 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그림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밝은 대낯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종내 말이 없다가
    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네.

    詠影 영영
    進退隨농莫汝恭 汝농酷似實非농 진퇴수농막여공 여농혹사실비농
    月斜岸面篤魁狀 日午庭中笑矮容 월사안면독괴상 일오정중소왜용
    枕上若尋無覓得 燈前回顧忽相逢 침상약심무멱득 등전회고홀상봉
    心雖可愛終無信 不映光明去絶踪 심수가애종무신 불영광명거절종

    * ....아직 그의 파격적인 희롱의 시편들을 예감하기에는 이르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잉태하고 있는 시의 파괴적인 상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의 내용에서 어떤 우수나 비애도 내비치지않은 냉철한 서술이 있는데 바로 이 서술에서
    그의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얼핏 내보이고 있다.
    -고은 <김삿갓 1>



    지관을 놀리다

    풍수 선생은 본래 허망된 말만 하는 사람이라
    남이다 북이다 가리키며 부질없이 혀를 놀리네.
    청산 속에 만약 명당 자리가 있다면
    어찌 네 아비를 파묻지 않았나.

    嘲地官 조지관
    風水先生本是虛 指南指北舌飜空 풍수선생본시허 지남지북설번공
    靑山若有公侯地 何不當年葬爾翁 청산약유공후지 하불당년장이옹


    지사를 조롱함

    가소롭구나 용산에 사는 임처사여
    늘그막에 어찌하여 이순풍을 배웠나.
    두 눈으로 산줄기를 꿰뚫어 본다면서
    두 다리로 헛되이 골짜기를 헤매네.
    환하게 드러난 천문도 오히려 모르면서
    보이지 않는 땅 속 일을 어찌 통달했으랴.
    차라리 집에 돌아가 중양절 술이나 마시고
    달빛 속에서 취하여 여윈 아내나 안아 주시게.

    嘲地師 조지사
    可笑龍山林處士 暮年何學李淳風 가소용산임처사 모년하학이순풍
    雙眸能貫千峰脈 兩足徒行萬壑空 쌍모능관천봉맥 양족도행만학공
    顯顯天文猶未達 漠漠地理豈能通 현현천문유미달 막막지리기능통
    不如歸飮重陽酒 醉抱瘦妻明月中 불여귀음중양주 취포수처명월중

    *이순풍(李淳風)은 당나라 사람으로 역산(曆算)에 밝았고 혼천의(渾天儀)를 만들었다.
    *천체의 형상도 모르면서 땅의 이치를 안답시고 명당이라는 곳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산봉우리와 골짜기를 누비고 다녔으나
    모두 헛수고를 한 것이니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조롱을 했다.


    요강

    네가 있어 깊은 밤에도 사립문 번거롭게 여닫지 않아
    사람과 이웃하여 잠자리 벗이 되었구나.
    술 취한 사내는 너를 가져다 무릎 꿇고
    아름다운 여인네는 널 끼고 앉아 살며시 옷자락을 걷네.
    단단한 그 모습은 구리산 형국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폭포를 연상케 하네.
    비바람 치는 새벽에 가장 공이 많으니
    한가한 성품 기르며 사람을 살찌게 하네.

    溺缸 요항
    賴渠深夜不煩扉 令作團隣臥處圍 뢰거심야부번비 영작단린와처위
    醉客持來端膽膝 態娥挾坐惜衣收 취객지래단담슬 태아협좌석의수
    堅剛做體銅山局 灑落傳聲練瀑飛 견강주체동산국 쇄락전성연폭비
    最是功多風雨曉 偸閑養性使人肥 최시공다풍우효 투한양성사인비

    *오줌이 거름이 되고 또 비바람 치는 새벽에도 문밖에 나가지 않고 편안히 일을 보게 하므로 사람을 살찌게 한다.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생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택하여 자유자재로 표현했다.



    장기

    술친구나 글친구들이 뜻이 맞으면
    마루에 마주 앉아서 한바탕 싸움판을 벌이네.
    포가 날아오면 군세가 장해지고
    사나운 상이 웅크리고 앉으면 진세가 굳어지네.
    치달리는 차가 졸을 먼저 따먹자
    옆으로 달리는 날쌘 말이 궁을 엿보네.
    병졸들이 거의 다 없어지고 잇달아 장군을 부르자
    두 사가 견디다 못해 장기판을 쓸어 버리네.

    博 박
    酒老詩豪意氣同 戰場方設一堂中 주로시호의기동 전장방설일당중
    飛包越處軍威壯 猛象준前陳勢雄 비포월처군위장 맹상준전진세웅
    直走輕車先犯卒 橫行駿馬每窺宮 직주경차선범졸 횡행준마매규궁
    殘兵散盡連呼將 二士難存一局空 잔병산진연호장 이사난존일국공

    *주객(酒客)과 시우(詩友)가 대청 마루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을 읊었다.
    포(包), 상(象), 차(車), 마(馬)의 활약이 잘 묘사되어 있다.


    바둑

    흑백이 종횡으로 에워싼 것처럼 진을 치니
    승패는 오로지 때를 잡고 못 잡음에 달렸네.
    사호가 은거하여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
    삼청 신선들 대국에 도끼자루 다 썩더라.
    뜻밖의 속임수로 세력 뻗을 점도 얻고
    잘못 두고 물러 달라 손 휘두르기도 하는구나.
    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
    바둑알 치는 소리에 석양이 빛나네.

    棋 기
    縱橫黑白陳如圍 勝敗專由取舍機 종횡흑백진여위 승패전유취사기
    四皓閑秤忘世坐 三淸仙局爛柯歸 사호한칭망세좌 삼청선국난가귀
    詭謨偶獲擡頭點 誤着還收擧手揮 궤모우획대두점 오착환수거수휘
    半日輪영更挑戰 丁丁然響到斜輝 반일윤영갱도전 정정연향도사휘

    *사호(四皓)는 진시황 때 난을 피해 상산(商山)에 숨은 네 은사(隱士).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녹里先生).
    *삼청(三淸)은 옥청(玉淸), 상청(上淸), 태청(太淸)으로 신선들이 산다는 궁의 이름이다.


    안경

    강호에 사람이 늙어 갈매기처럼 희어졌는데
    검은 알에 흰 테 안경을 쓰니 소 한 마리 값일세.
    고리눈은 장비와 같아 촉나라 범이 웅크려 앉았고
    겹눈동자는 항우와 같아 목욕한 초나라 원숭이일세.
    얼핏 보면 알이 번쩍여 울타리를 빠져 나가는 사슴 같은데
    노인이 시경 관저편을 신나게 읽고 있네.
    소년은 일도 없이 멋으로 안경 걸치고
    봄 언덕으로 당나귀 거꾸로 타고 당당히 다니네.

    眼鏡 안경
    江湖白首老如鷗 鶴膝烏精價易牛 강호백수노여구 학슬오정가역우
    環若張飛준蜀虎 瞳成項羽沐荊후 환약장비준촉호 동성항우목형후
    삽疑濯濯穿籬鹿 快讀關關在渚鳩 삽의탁탁천리록 쾌독관관재저구
    少年多事懸風眼 春陌堂堂倒紫류 소년다사현풍안 춘맥당당도자류

    *각 행의 끝나는 글자들이 모두 동물 이름이다.
    갈매기 구(鷗), 소 우(牛), 범 호(虎), 원숭이 후(후), 사슴 록(鹿), 비둘기 구(鳩), 눈 안(眼), 당나귀 류(류)
    *접을 수 있는 안경 다리가 두루미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학슬(鶴膝)이라 불렀다.
    *오정(烏精)은 거무스럼한 안경알을 가리킨다.


    맷돌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磨石 마석
    誰能山骨作圓圓 天以順還地自安 수능산골작원원 천이순환지자안
    隱隱雷聲隨手去 四方飛雪落殘殘 은은뇌성수수거 사방비설낙잔잔

    *돌로 만든 무생물체도 그가 노래하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태어났다.





    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錢 전
    周遊天下皆歡迎 興國興家勢不輕 주유천하개환영 흥국흥가세불경
    去復還來來復去 生能死捨死能生 거복환래래복거 생능사사사능생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게 만드는 것이 돈이니 당시에도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떨어진 꽃

    새벽에 일어나 온 산이 붉은 걸 보고 놀랐네.
    가랑비 속에 피었다 가랑비 속에 지네.
    끝없이 살고 싶어 바위 위에도 달라붙고
    가지를 차마 떠나지 못해 바람 타고 오르기도 하네.
    두견새는 푸른 산에서 슬피 울다가 그치고
    제비는 진흙에 붙은 꽃잎을 차다가 그저 올라가네.
    번화한 봄날이 한차례 꿈같이 지나가자
    머리 흰 성남의 늙은이가 앉아서 탄식하네.

    落花吟 낙화음
    曉起飜驚滿山紅 開落都歸細雨中 효기번경만산홍 개락도귀세우중
    無端作意移粘石 不忍辭枝倒上風 무단작의이점석 불인사지도상풍
    鵑月靑山啼忽罷 燕泥香逕蹴全空 견월청산제홀파 연니향경축전공
    繁華一度春如夢 坐嘆城南頭白翁 번화일도춘여몽 좌탄성남두백옹

    *초목과 꽃이 풍성한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여 읊은 작품이다.


    눈 속의 차가운 매화

    눈 속에 핀 차가운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 같고
    바람 앞에 마른 버들은 불경을 외는 중 같구나.
    떨어지는 밤꽃은 삽살개의 짧은 꼬리 같고
    갓 피어나는 석류꽃은 뾰족한 쥐의 귀 같구나.

    雪中寒梅 설중한매
    雪中寒梅酒傷妓 風前槁柳誦經僧 설중한매주상기 풍전고류송경승
    栗花落花尨尾短 榴花初生鼠耳凸 율화낙화방미단 유화초생서이철


    눈 오는 날

    늘 눈이 내리더니 어쩌다 개어
    앞산이 희어지고 뒷산도 희구나.
    창문을 밀쳐 보니 사면이 유리벽이라
    아이에게 시켜서 쓸지 말라고 하네.

    雪日 설일
    雪日常多晴日或 前山旣白後山亦 설일상다청일혹 전산기백후산역
    推窓四面琉璃壁 分咐寺童故掃莫 추창사면유리벽 분부사동고소막

    *김삿갓이 어느 절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청하자 중이 거절했다.
    김삿갓이 절을 나가려 하자 혹시 김삿갓이 아닌가 생각하고 시를 짓게 했다.
    혹(或), 역(亦), 벽(壁), 막(莫) 같은 어려운 운을 불러 괴롭혔지만 이 시를 짓고 잠을 자게 되었다.





    천황씨가 죽었나 인황씨가 죽었나
    나무와 청산이 모두 상복을 입었네.
    밝은 날에 해가 찾아와 조문한다면
    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 뚝뚝 흘리겠네.

    雪 설
    天皇崩乎人皇崩 萬樹靑山皆被服 천황붕호인황붕 만수청산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家家첨前淚滴滴 명일약사양내조 가가첨전누적적

    *천황씨와 인황씨는 고대 중국 전설에 나오는 임금이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을 임금의 죽음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에 비유하였다.


    벼룩

    모습은 대추씨 같지만 용기가 뛰어나
    이와는 친구 삼고 전갈과는 이웃일세.
    아침에는 자리 틈에 몸을 숨겨 찾을 수 없고
    저녁에는 이불 속에 다리 물려고 가까이 오네.
    뾰족한 주둥이에 물릴 때마다 찾아볼 마음이 생기고
    알몸으로 튈 때마다 단꿈이 자주 깨네.
    밝은 아침에 일어나 살갗을 살펴보면
    복사꽃 만발한 봄날 경치를 보는 것 같네.

    蚤 조
    貌似棗仁勇絶倫 半風爲友蝎爲隣 모사조인용절륜 반풍위우갈위린
    朝從席隙藏身密 暮向衾中犯脚親 조종석극장신밀 모향금중범각친
    尖嘴嚼時心動索 赤身躍處夢驚頻 첨취작시심동색 적신약처몽경빈
    平明點檢肌膚上 剩得桃花萬片春 평명점검기부상 잉득도화만편춘

    *벼룩의 모양과 습성을 묘사하고 벼룩에 물린 사람의 피부를 복숭아꽃이 만발한 봄 경치에 비유하였다.


    고양이

    밤에는 남북 길을 제멋대로 다니며
    여우와 삵괭이 사이에 끼어 삼걸이 되었네.
    털은 흑백이 뒤섞여 수를 놓고
    눈은 청황색에다 남색까지 물들었네.
    귀한 손님 밥상에선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고
    늙은이 품 속에서 따뜻한 옷에 덮여 자니
    쥐가 어디에 있나 찾아나설 땐 교만 떨다가
    야옹소리 크게 지를 땐 간담이 크기도 해라.

    猫 묘
    乘夜橫行路北南 中於狐狸傑爲三 승야횡행로북남 중어호리걸위삼
    毛分黑白渾成繡 目狹靑黃半染藍 모분흑백혼성수 자협청황반염람
    貴客床前偸美饌 老人懷裡傍溫衫 귀객상전투미찬 노인회리방온삼
    那邊雀鼠能驕慢 出獵雄聲若大膽 나변작서능교만 출렵웅성약대담

    *예민한 관찰과 기발한 착상으로 고양이의 생김새와 습성을 표현하였다.



    늙은 소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늙은 말 따라서 마굿간을 같이 쓰네.
    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공은 멀어지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 같아라.
    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데
    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老牛 노우
    瘦骨稜稜滿禿毛 傍隨老馬兩分槽 수골릉릉만독모 방수노마양분조
    役車荒野前功遠 牧竪靑山舊夢高 역거황야전공원 목수청산구몽고
    健우常疎閑臥圃 苦鞭長閱倦登皐 건우상소한와포 고편장열권등고
    可憐明月深深夜 回憶平生만積勞 가련명월심심야 회억평생만적노

    *세월의 무상함은 인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은 소를 보고서도 세월이 앗아간 전날의 혈기 넘쳤던 때를 생각할 수 있다.


    송편

    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松餠 송병
    手裡廻廻成鳥卵 指頭個個合蚌脣 수리회회성조란 지두개개합방순
    金盤削立峰千疊 玉箸懸燈月半輪 금반삭립봉천첩 옥저현등월반륜

    *새알을 만들고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고 반달 같은 송편을 먹는 묘사에서 시인의 관찰력과 재치를 볼 수 있다.


    갈매기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모래와 갈매기를 분간할 수 없구나.
    어부가(漁夫歌) 한 곡조에 홀연히 날아 오르니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白鷗時 백구시
    沙白鷗白兩白白 不辨白沙與白鷗 사백구백양백백 불변백사여백구
    漁歌一聲忽飛去 然後沙沙復鷗鷗 어가일성홀비거 연후사사부구구


    금강산에 들어가다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속세 떠난 흰 학은 몇천 년이나 살았는지
    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길이나 되어 보이네.
    스님은 내가 봄잠 즐기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무심하게 낮종을 치고 있구나.

    入金剛 입금강
    緣靑碧路入雲中 樓使能詩客住공 연청벽로입운중 누사능시객주공
    龍造化含飛雪瀑 劒精神削揷天峰 용조화함비설폭 검정신삭삽천봉
    仙禽白幾千年鶴 澗樹靑三百丈松 선금백기수년학 간수청삼백장송
    僧不知吾春睡腦 忽無心打日邊鐘 승부지오춘수뇌 홀무심타일변종

    *봄날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주위에 펼쳐진 경치의 아름다움을 읊었다.


    스님에게 금강산 시를 답하다

    백 척 붉은 바위 계수나무 아래 암자가 있어
    사립문을 오랫동안 사람에게 열지 않았, ?
    오늘 아침 우연히 시선께서 지나는 것을 보고
    학 불러 암자를 보이게 하고 시 한 수를 청하오. - 스님
    우뚝우뚝 뾰족뾰족 기기괴괴한 가운데
    인선(人仙)과 신불(神佛)이 함께 엉겼소.
    평생 금강산 위해 시를 아껴 왔지만
    금강산에 이르고 보니 감히 시를 지을 수가 없소. -삿갓

    答僧金剛山詩 답승금강산시
    百尺丹岩桂樹下 柴門久不向人開 백척단암계수하 시문구불향인개
    今朝忽遇詩仙過 喚鶴看庵乞句來 -僧 금조홀우시선과 환학간암걸구래 -승
    矗矗尖尖怪怪奇 人仙神佛共堪凝 촉촉첨첨괴괴기 인선신불공감응
    平生詩爲金剛惜 詩到金剛不敢詩 -笠 평생시위금강석 시도금강불감시 -립

    *한 승려의 청으로 금강산을 읊으려 하나 너무나 장엄하고 기이한 산세에 압도되어 시를 짓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묘향산

    평생 소원이 무엇이었던가.
    묘향산에 한번 노니는 것이었지.
    산 첩첩 천 봉 만 길에
    길 층층 열 걸음에 아홉 번은 쉬네.

    妙香山詩 묘향산시
    平生所欲者何求 每擬妙香山一遊 평생소욕자하구 매의묘향산일유
    山疊疊千峰萬인 路層層十步九休 산첩첩천봉만인 노층층십보구휴

    *평소에 한번 와 보고 싶었던 묘향산의 겹겹이 둘러싸인 산세와 산봉우리의 빼어남을 노래하였다.


    구월산

    지난해 구월에 구월산을 지났는데
    올해 구월에도 구월산을 지나네.
    해마다 구월에 구월산을 지나니
    구월산 풍경은 늘 구월일세.

    九月山峰 구월산봉
    昨年九月過九月 今年九月過九月 작년구월과구월 금년구월과구월
    年年九月過九月 九月山光長九月 연연구월과구월 구월산광장구월

    금강산

    소나무와 소나무, 잣나무와 잣나무, 바위와 바위를 도니
    물과 물, 산과 산이 곳곳마다 기묘하구나.

    金剛山 금강산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송송백백암암회 수수산산처처기

    *운의 반복으로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높혔다.



    경치를 즐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히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하려나.

    賞景 상경
    一步二步三步立 山靑石白間間花 일보이보삼보립 산청석백간간화
    若使畵工模此景 其於林下鳥聲何 약사화공모차경 기어림하조성하

    *그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었다.
    방랑의 동반자요 거처가 되었으니 발길 닿은 산천경개는 모두 그의 노래가 되었다.
    화가가 아름다운 봄의 경치는 그릴 수 있겠지만 숲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 소리는 어떻게 그려낼 수 있겠는가.


    영남 술회

    높다란 망향대에 나 홀로 기대 서서
    나그네 시름을 억누르고 사방을 둘러 보았네.
    달을 따라 드나드는 바다도 둘러보고
    꽃소식 알고 싶어 산 속으로 들어왔네.
    오랫동안 세상 떠돌다 보니 나막신 한 짝만 남았는데
    영웅들을 헤아리며 술 한 잔을 다시 드네.
    남국의 자연이 아름다워도 내 고장 아니니
    한강으로 돌아가 매화꽃이나 보는 게 낫겠네.

    嶺南述懷 영남술회
    超超獨倚望鄕臺 强壓覇愁快眼開 초초독의망향대 강압기수쾌안개
    與月經營觀海去 乘花消息入山來 여월경영관해거 승화소식입산래
    長遊宇宙餘雙履 盡數英雄又一杯 장유우주여쌍극 진수영웅우일배
    南國風光非我土 不如歸對漢濱梅 남국풍광비아토 불여귀대한빈매

    *아무리 남쪽 지방의 경치가 좋다한들 집으로 돌아가 물가에 핀 매화 보는 것만 못하니
    망향대에 올라 고향을 떠난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읊고 있다.


    회양을 지나다가

    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淮陽過次 회양과차
    山中處子大如孃 緩著粉紅短布裳 산중처자대여양 완저분홍단포상
    赤脚낭창羞過客 松籬深院弄花香 적각낭창수과객 송리심원농화향

    *'낭'은 足(족)부에 良, '창'은 足(족)부에 倉.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보림사를 지나며

    빈궁과 영달은 하늘에 달렸으니 어찌 쉽게 구하랴.
    내가 좋아하는 대로 유유히 지내리라.
    북쪽 고향 바라보니 구름 천 리 아득한데
    남쪽에 떠도는 내 신세는 바다의 물거품일세.
    술잔을 빗자루 삼아 시름을 쓸어 버리고
    달을 낚시 삼아 시를 낚아 올리네.
    보림사를 다 보고나서 용천사에 찾아오니
    속세 떠나 한가한 발길이 비구승과 한가지일세.

    過寶林寺 과보림사
    窮達在天豈易求 從吾所好任悠悠 궁달재천개이구 종오소호임유유
    家鄕北望雲千里 身勢南遊海一구 가향북망운천리 신세남유해일구
    掃去愁城盃作추 釣來詩句月爲鉤 소거수성배작추 조래시구월위구
    寶林看盡龍泉又 物外閑跡共比丘 보림간진용천우 물외한적공비구

    *보림사는 전남 장흥 가지산에 있는절, 용천사는 전남 함평 무악산에 있는 절이다.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寒食日登北樓吟 한식일등북루음
    十里平沙岸上莎 素衣靑女哭如歌 십리평사안상사 소의청녀곡여가
    可憐今日墳前酒 釀得阿郞手種禾 가련금일분전주 양득아랑수종화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 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럼 들려 왔다.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泛舟醉吟 범주취음
    江非赤壁泛舟客 地近新豊沽酒人 강비적벽범주객 지근신풍고주인
    今世英雄錢項羽 當時辯士酒蘇秦 금세영웅전항우 당시변사주소진

    *신풍(新豊)은 한대(漢代)의 현(縣) 이름으로 신풍미주(新豊美酒)라 하여 좋은 술이 나왔다고 함.
    *항우(項羽)는 초(楚)나라를 세워 한나라 유방과 함께 진나라를 멸망시킨 영웅.
    *소진(蘇秦)은 중국 전국시대에 말 잘하던 유세객(遊設客)이다.
    *지금 김삿갓이 놀고 있는 강은 소동파가 적벽부(赤壁賦)를 읊었던 그 적벽강은 아니지만 땅은 맛있는 술이 나왔던 신풍과 닮았다.
    오늘날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항우 같은 힘을 낼 수도 있고 술에 취하면 말 잘하는 소진도 될 수 있다.


    길주 명천

    길주 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장.
    허가 허가 하지만 허가하는 것은 없네.
    명천 명천 하지만 사람은 밝지 못하고
    어전 어전 하지만 밥상에는 고기 없네.

    吉州明川 길주명천
    吉州吉州不吉州 許可許可不許可 길주길주불길주 허가허가불허가
    明川明川人不明 漁佃漁佃食無漁 명천명천인불명 어전어전식무어

    *어전은 함경도 명천군 기남면 어전리이다.
    *길주는 나그네를 재워주지 않는 풍속이 있어 허가가 많이 살지만 잠자도록 허가해 주지 않고,
    어전(漁佃)은 물고기 잡고 짐승을 사냥한다는 뜻인데 이 동네 밥상에는 고기가 오르지 않음을 풍자한 시이다.


    산을 구경하다

    게으른 말을 타야 산 구경하기가 좋아서
    채찍질 멈추고 천천히 가네.
    바위 사이로 겨우 길 하나 있고
    연기 나는 곳에 두세 집이 보이네.
    꽃 색깔 고우니 봄이 왔음을 알겠고
    시냇물 소리 크게 들리니 비가 왔나 보네.
    멍하니 서서 돌아갈 생각도 잊었는데
    해가 진다고 하인이 말하네.

    看山 간산
    倦馬看山好 執鞭故不加 권마간산호 집편고불가
    岩間재一路 煙處或三家 암간재일로 연처혹삼가
    花色春來矣 溪聲雨過耶 화색춘래의 계성우과야
    渾忘吾歸去 奴曰夕陽斜 혼망오귀거 노왈석양사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 했으니 산을 구경하기에는 빨리 달리는 말보다 게으른 말이 좋다는 것이다.


    환갑 잔치

    저기 앉은 저 노인은 사람 같지 않으니
    아마도 하늘 위에서 내려온 신선일 테지.
    여기 있는 일곱 아들은 모두 도둑놈이니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를 훔쳐다 환갑 잔치에 바쳤네.

    還甲宴 환갑연
    彼坐老人不似人 疑是天上降眞仙 피좌노인불사인 의시천상강진선
    其中七子皆爲盜 偸得碧桃獻壽筵 기중칠자개위도 투득벽도헌수연

    *환갑 잔치집에 들린 김삿갓이 첫 구절을 읊자 자식들이 모두 화를 내다가 둘째 구절을 읊자 모두들 좋아하였다.
    셋째 구절을 읊자 다시 화를 냈는데 넷째 구절을 읊자 역시 모두들 좋아하였다.
    *서왕모의 선도 복숭아는 천 년에 한번 열리는 복숭아로 이것을 먹으면 장수하였다.


    원생원

    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고양이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元生員 원생원
    日出猿生原 猫過鼠盡死 일출원생원 묘과서진사
    黃昏蚊첨至 夜出蚤席射 황혼문첨지 야출조석사

    *김삿갓이 북도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 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 생원(元生員), 서 진사(徐進士), 문 첨지(文僉知), 조 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피하기 어려운 꽃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難避花 난피화
    靑春抱妓千金開 白日當樽萬事空 청춘포기천금개 백일당준만사공
    鴻飛遠天易隨水 蝶過靑山難避花 홍비원천이수수 접과청산난피화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기생과 함께 짓다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김삿갓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기생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김삿갓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기생

    妓生合作 기생합작
    金笠. 平壤妓生何所能 김립. 평양기생하소능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기생.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김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기생. 월야삼경호부능

    *평양감사가 잔치를 벌이면서 능할 능(能)자 운을 부르자 김삿갓이 먼저 한 구절을 짓고 기생이 이에 화답하였다.


    옥구 김 진사

    옥구 김 진사가
    내게 돈 두 푼을 주었네.
    한번 죽어 없어지면 이런 꼴 없으련만
    육신이 살아 있어 평생에 한이 되네.

    沃溝金進士 옥구김진사
    沃溝金進士 與我二分錢 옥구김진사 여아이분전
    一死都無事 平生恨有身 일사도무사 평생한유신

    *김삿갓이 옥구 김 진사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기를 청하자 돈 두 푼을 주며 내쫓았다.
    김삿갓이 이 시를 지어 대문에 붙이니 김 진사가 이 시를 보고 자기 집에다 재우고 친교를 맺었다.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窓 창
    十字相連口字橫 間間棧道峽如巴 십자상연구자횡 간간잔도협여파
    隣翁順熟低首入 稚子難開擧手爬 인옹순숙저수입 치자난개거수파

    *눈 오는 날 김삿갓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자 친구가 일부러 문을 열어주지 않고
    창(窓)이라는 제목을 내며 파촉 파(巴)와 긁을 파(爬)를 운으로 불렀다.


    양반

    네가 양반이면 나도 양반이다.
    양반이 양반을 몰라보니 양반은 무슨 놈의 양반.
    조선에서 세 가지 성만이 그중 양반인데
    김해 김씨가 한 나라에서도 으뜸 양반이지.
    천 리를 찾아왔으니 이 달 손님 양반이고
    팔자가 좋으니 금시 부자 양반이지만
    부자 양반을 보니 진짜 양반을 싫어해
    손님 양반이 주인 양반을 알 만하구나.

    兩班論 양반론
    彼兩班此兩班 班不知班何班 피양반차양반 반부지반하반
    朝鮮三姓其中班 駕洛一邦在上班 조선삼성기중반 가락일방재상반
    來千里此月客班 好八字今時富班 내천리차월객반 호팔자금시부반
    觀其爾班厭眞班 客班可知主人班 관기이반염진반 객반가지주인반

    *김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어두운 밤에 홍련을 찾아가다

    향기 찾는 미친 나비가 한밤중에 나섰지만
    온갖 꽃은 밤이 깊어 모두들 무정하네.
    홍련을 찾으려고 남포로 내려가다가
    동정호 가을 물결에 작은 배가 놀라네.

    暗夜訪紅蓮 암야방홍련
    探香狂蝶半夜行 百花深處摠無情 탐향광접반야행 백화심처총무정
    欲採紅蓮南浦去 洞庭秋波小舟驚 욕채홍련남포거 동정추파소주경

    *동정(洞庭)은 두보의 '등악양루'(登岳陽樓)의 배경이 된 중국 호남성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를 말한다.
    *홍련을 만나려고 여러 여인들이 자는 기생방을 한밤중에 찾아갔는데 어둠 속에서 얼결에 추파라는 기생을 밟고는 깜짝 놀랐다.


    언문풍월

    푸른 소나무가 듬성듬성 섰고
    인간은 여기저기 있네.
    엇득빗득 다니는 나그네가
    평생 쓰나 다나 술만 마시네.

    諺文風月 언문풍월
    靑松듬성담성立이요 청송듬성담성립이요
    人間여기저기有라. 인간여기저기유라.
    所謂엇뚝삣뚝客이 소위엇뚝삣뚝객이
    平生쓰나다나酒라. 평생쓰나다나주라.

    * 서당에서 있을 유(有)자와 술 주(酒)자를 운으로 부르자 언문과 한자를 조합하여 지었다.




    봄을 시작하는 시회

    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굶주리며 보니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開春詩會作 개춘시회작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
    醉眼朦朧 굶어觀하니 취안몽롱 굶어관하니
    욹읏붉읏 花爛漫이라. 욹읏붉읏 화난만이라.

    *산에서 시회가 열린 것을 보고 올라갔는데
    시를 지어야 술을 준다고 하자 이 시를 지었다.
    사람들이 언문풍월도 시냐고 따지니 다시 한 수를 읊었다.

    諺文眞書석거作하니 언문진서섞어작하니
    是耶非耶皆吾子라. 시야비야개오자라.

    언문과 진서를 섞어 지었으니
    이게 풍월이냐 아니냐 하는 놈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



    송아지 값 고소장

    넉 냥 일곱 푼짜리 송아지를
    푸른 산 푸른 물에 놓아서
    푸른 산 푸른 물로 길렀는데,
    콩에 배부른 이웃집 소가
    이 송아지를 뿔로 받았으니
    어찌하면 좋으리까.

    犢價訴題 독가소제
    四兩七錢之犢을 放於靑山綠水하야 사양칠전지독을 방어청산녹수하야
    養於靑山綠水러니 隣家飽太之牛가 양어청산녹수러니 인가포태지우가
    用其角於此犢하니 如之何卽可乎리요. 용기각어차독하니 여지하즉가호리요.

    *가난한 과부네 송아지가 부잣집 황소의 뿔에 받혀 죽자 이 이야기를 들은 김삿갓이 이 시를 써서 관가에 바쳐 송아지 값을 받아 주었다.


    서당 욕설시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와서 뵙지도 않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서당내조지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생도제미십 선생내불알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소리나는대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파격시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破格詩 파격시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천장거무집 화로접불래
    菊樹寒沙發 枝影半從池 국수한사발 지영반종지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 강정빈사과 대취복송하
    月利山影改 通市求利來 월이산영개 통시구이래

    *이 시는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한다.
    천장에 거미(무)집 / 화로에 겻(접)불 내
    국수 한 사발 / 지렁(간장) 반 종지
    강정 빈 사과 / 대추 복숭아
    월리(워리) 사냥개 / 통시(변소) 구린내


    공씨네 집에서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辱孔氏家 욕공씨가
    臨門老尨吠孔孔 知是主人姓曰孔 임문노방폐공공 지시주인성왈공
    黃昏逐客緣何事 恐失夫人脚下孔 황혼축객연하사 공실부인각하공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허언시

    푸른 산 그림자 안에서는 사슴이 알을 품었고
    흰 구름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虛言詩 허언시
    靑山影裡鹿抱卵 白雲江邊蟹打尾 청산영리녹포란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계三尺 樓上織女낭一斗 석양귀승계삼척 누상직녀낭일두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으랴.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헛된 말 장난으로 그림으로써 당시 사회의 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오랑캐 땅의 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胡地花草 호지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호지무화초

    *호(胡)자에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樂民樓 落民淚
    宣化堂上宣火黨 樂民樓下落民淚 선화당상선화당 낙민루하낙민루
    咸鏡道民咸驚逃 趙岐泳家兆豈永 함경도민함경도 조기영가조기영

    선정을 펴야 할 선화당에서 화적 같은 정치를 펴니 낙민루 아래에서 백성들이 눈물 흘리네.
    함경도 백성들이 다 놀라 달아나니 조기영의 집안이 어찌 오래 가랴.


    *관찰사가 집무 보는 관아를 선화당이라고 하였다.
    *구절마다 동음이의어를 써서 함경도 관찰사 조기영의 학정을 풍자했다.
      宣化堂(선정을 베푸는 집) = 宣火黨(화적 같은 도둑떼)
      樂民樓(백성들이 즐거운 집) = 落民淚(백성들이 눈물 흘리다)
      咸鏡道(함경도) = 咸驚逃(모두 놀라 달아나다)
      趙岐泳(조기영) = 兆豈永(어찌 오래 가겠는가)

     

    漂浪一生嘆 (표랑일생탄)

    鳥巢獸穴皆有居 顧我平生我自傷
    조소수혈개유거 고아평생아자상
    芒鞋竹杖路千里 水性雲心家四方
    망혜죽장로천리 수성운심가사방

    새도 집이 있고 짐승도 집이 있어 모두 거처가 있건만
    거처도 없는 내 평생을 회고해보니 이내 마음 한 없이 서글프구나
    짚신신고 죽장 짚고 가는 초라한 나의 인생여정 천리길 머나 먼데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學童諸未十 학동제미십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訓長來不謁 훈장내불알

    서당에 당도했으나 (내가 온것을) 일찍 알아차리지 못하였구나.
    배우는 아이들이 모두 열이 채 안되고,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존귀하구나.
    훈장이 나와서 내다보지도 아니하는구나

     

    *김삿갓이 여러 고을을 방랑하던 중 한 서당에 도착하게 되어 물이나 한모금 얻어마실까 하였는데

    훈장이 김삿갓의 용모를 보고 대꾸도 안하자 그 즉석에서 지은 한시를 보면 얼마나 한문을 자유로이

    다루었는지 짐작이 간다.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스무(二十) 나무 아래 서러운(←설흔) 나그네,
    망할(←마흔)놈의 집에서 쉰(五十) 밥을 먹는구나,
    인간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 있는가.
    차라리 집에 돌아가 설은(←서른) 밥을 먹으리.

     

    * 각박한 인심을 풍자하며 파격적인 한자를 쓴 그의 시는 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

     

     

     

     

     

     

    파격시(破格詩)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 ▶ 천장엔 거미집)
    花老蝶不來 (화로첩불래 ▶ 화로에 곁불내)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 ▶ 국수 한 사발)
    枝影半從池 (지영밤종지 ▶ 지렁이 반 종지)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 강전 빈 사과)
    大醉伏松下 (대취복숭아 ▶ 대추 복숭아)
    月移山影改 (월리산녕개 ▶ 워리 사냥개)
    通市求利來 (통시구리래 ▶ 통시엔 구린내)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는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챙겨 오네.

     

    뜻으로 보면 자연을 누비던 자신이 술에 취해 있는 것을 읊은 것이지만,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으면

    돈이 없어 세상에 버려질 수밖에 없는 '가난'의 참상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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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은 <사기(史記)> 월왕구천세가(越王勾踐世家)이다.

     

    범려(范蠡)는 월왕 구천을 섬겨 오나라를 멸망시킨 공신이었지만 결국 구천의 인품에 실망하여

    제나라로 떠난다.

     

    거기서 친구 문종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재빠른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겨 먹힌다(蜚鳥盡, 良弓藏, 狡兔死, 走狗烹)"라는 유명한 말로 문종을 설득하지만 문종은

    월나라 떠나기를 주저하다가 결국 월왕 구천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뒷날 한신이 유방에게 죽음을 당하기 전에 범려의 말을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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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에서 읊음(陣中吟)...(1)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님의 수레 서쪽으로 멀리 가시고      

    君儲北地危(군저북지위)                왕자들 북녘으로 위태로우니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나라를 근심하는 외로운 신하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장수들은 공로를 세울 때로다         

    誓海魚龍動(서해어룡동)                바다에 맹세함에 어룡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산에 맹세함에 초목이 알아주네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이 원수 모조리 무찌를 수 있다면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이 한 목숨 죽음을 어찌 마다하리오  

     

     

     

    진중에서 읊음(陣中吟)...(2)

    二百年宗社 寧期一夕危(이백년종사 영기일석위) 이백년 누려 온 우리나라가 하루 저녁 급해질 줄 어찌 아리오.

    登舟擊楫日 拔劍倚天時(등주격즙일 발검의천시) 배에 올라 돛대 치며 맹세하던 날 칼 뽑아 천산 위에 우뚝 섰었네.

    虜命豈能久 軍情亦可知(노명개능구 군정역가지) 놈들의 운명이 어찌 오래랴 적군의 정세도 짐작하거니

    慨然吟短句 非是喜文辭(개연음단구 비시희문사) 슬프다 시 구절을 읊어 보는 것 글을 즐겨 하는 것은 아닌 거라네

     

     

    진중에서 읊음(陣中吟)...(3)

    水國秋風夜 愀然獨坐危(수국추풍야 초연독좌위) 한 바다에 가을바람 서늘한 밤 하용 없이 홀로 앉아 생각하노니

    太平復何日 大亂屬玆時(태평복하일 대란속자시) 어느 날 이 나라 편안하리오 지금은 난리를 겪고 있다네.

    業是天人貶 名猶四海知(업시천인폄 명유사해지) 공적은 사람마다 낮춰 보련만 이름은 부질없이 세상이 아네.

    邊優如可定 應賦去來辭(변우여가정 응부거래사) 변방의 근심을 평정한 뒤엔 도연명 귀거래사 나오 읊으리.

     

     

    ◇ 무제(無題) 

    蕭蕭風雨夜(소소풍우야)      비바람 부슬부슬 흩뿌리는 밤      

    耿耿不寐時(경경불매시)      생각만 아물아물 잠 못 이루고     

    懷痛如嶊膽(회통여최담)      간담이 찢어질 듯 아픈 이 가슴    

    傷心似割肌(상심사할기)      살이 에이듯 쓰라린 이 마음        

    山河猶帶慘 (산하유대참)     강산은 참혹한 모습 그대로이고 

    魚鳥亦吟悲(어조역음비)      물고기와 새들도 슬피 우네         

    國有蒼黃勢(국유창황세)      나라는 허둥지둥 어지럽건만       

    人無任轉危(인무임전위)      바로잡아 세울 이 아무도 없네     

    恢復思諸葛(회복사제갈)      제갈량 중원 회복 어찌했던고      

    長驅慕子儀(장구모자의)      말 달리던 곽자의 그립구나         

    經年防備策(경년방비책)      원수 막으려 여러 해 했던 일들이 

    今作聖君欺(금작성군기)      이제 와 돌아보니 임금만 속였네  

    -1594년 9월 3일-

     

    <외국 선교사가 한말에 찍어 남긴 거북선 사진>

     

     

    ◇ 한산도 야음(閑山島 夜吟)

    한바다에 가을 빛 저물었는데            水國秋光暮(수국추광모)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이루는 밤      憂心轉輾夜(우심전전야)

    새벽 달 창에 들어 칼을 비추네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1595년 10월 20일-

     

    <외국 선교사가 한말에 찍어 남긴 거북선 사진/제물포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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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夜之半 깊은 밤 / 黃眞伊 
     

    截取冬之夜半强 (절취동지야반강)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春風被裏屈幡藏 (춘풍피리굴번장)  춘풍 이블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有燈無月郞來夕 (유등무월랑래석)  달 없는 밤 님오실 제 등불 아래서
    曲曲鋪舒寸寸長 (곡곡포서촌촌장)  굽이굽이 펴리라

     

     

     

     

    閨 恨 규방의 한 / 李玉峰 

     

    平生離恨成身病(평생리한성신병)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 되어

    酒不能療藥不治(주불능료약불치)  술로도 못 고치고 약으로도 다스리지 못합니다

    衾裏泣如氷下水(금리읍여빙하수)  이불 속 눈물이야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과 같아

    日夜長流人不知(일야장류인부지)  밤낮을 오랫동안 흘러도 그 뉘가 알아주나

     

    옥봉은 선조 임금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의 후손으로 충북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의 庶女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량이었던 아버지에게 글과 시를 배웠는데 너무도 글재주가 뛰어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시를 잘짓는 조원을 흠모하는 것를 알게 된 옥봉의 아버지는 조원을 찾아가 딸을 첩으로라도

    받아 달라고 간청했지만, 이미 결혼한 몸인 조원은 거절한다.

    딸을 너무도 사랑했던 이봉은 체면을 따지지 않고 그의 장인에게 도움을 청해 결국 소실로 들어가게 한다.

     

    옥봉이 이웃의 어려움을 시로 써서 관청에 탄원한 것을 못마땅이 여긴 조원은 이를 빌미로 옥봉을 내친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를 버린 낭군을 더욱 그리워하며 언제라도 다시 돌아 올 것으로 굳게 믿고 기다리는데..

    심금을 울리는 빼어난 문장은 이 시기에 많이 쓰여졌다고 한다.

     

     

     

    故人 옛님 / 梅窓 

     

    松栢芳盟日(송백방맹일)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늘 향기롭자 맹세했던 날

    恩情與海深(은정여해심) 우리의 사랑은 바닷속처럼 깊기만 했는데

    江南靑鳥斷(강남청조단) 강남으로 떠난 파랑새 소식은 끊어 졌으니 

    中夜獨傷心(중야독상심) 한 밤중 이 아픈 마음을 나홀로 어이할꺼나

     

    촌은(寸隱) 유희경(劉希慶)이 부안에 놀러갔다가 그 고을에 계생이라는 이름난 기생을 만나게 된다.

    는 매창의 미색과 가무 뿐만 아니라 시에 능통한 것을 보고 그때까지 기생을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이 때 비로소 파계하였다고 한다. 

    40대 중반의 대시인 유희경과 18세의 매창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러나 유희경이 서울로 돌아가고 이어 임진왜란이 일어나 이들의 재회는 기약이 없게 되었다.

    유희경은 전쟁을 맞아 의병을 일으키는 등 바쁜 틈에 매창을 다시 만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정 마음이 통했던 연인을 떠나보낸 매창은 평생을 그를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이때 지은 주옥같은 시들의 일부가 <매창집>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창은 선조 6년(1573년) 전라도 부안에서 이탕종(李湯從)의 서녀로 태어났다.

    태어난 해가 계유년이었기에 계생(癸生) 또는 계랑(癸娘)이라 하였으며, 향금(香今)이라는 이름도 있다.

    아버지에게서 한문을 배웠으며 시문(詩文)과 거문고를 익히고 기생이 되었는데 아마 어머니가 기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고장 출신의 시인 신석정은 매창과 유희경 그리고 직소폭포를 가리켜 부안삼절(扶安三絶)이라고 칭했다.

     

     

     

     

    除夜吟 제야에 읊조리다 / 高適 
     
    旅館寒燈獨不眠(여관한등독불면)   여관 차가운 등불 아래 홀로 잠 못 이루고
    客心何事轉凄然(객심하사전처연)   나그네 마음속 어이 이다지도 처연한가
    故鄕今夜思千里(고향금야사천리)   고향서도 오늘밤 먼 데 나를 생각하리니
    霜鬢明朝又一年(상빈명조우일년)   서리 친 머리 내일 아침이면 또  한 해를 더하네..

     

    객지에서 그것도 제야의 쓸쓸한 밤에 객창에서 밤을 보내는 나그네, 그러나 먼 고향에서도 처자식들이

    나를 생각하겠지 하는 위안의 마음도 전해진다.

    고적(高適;707-765)은 잠참(岑參)과 더불어 성당(盛唐)의 대표적 시인으로 두보와 가까이 지냈다.

    어려서 가난을 경험했기 때문에 서민의 아픔과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50세에 비로소 과거에 급제를 하였고 안록산의 난이 끝난 뒤, 회남[淮南]과 검남(劍南)의 절도사가 되었다.

    감정이 분방하고 품고 있는 뜻을 그대로 드러낸 그의 시는 언어가 강하면서도 소박하고 풍격이 깊으면서도

    호탕하다.

    칠언고시를 잘 지었고, 불우한 심정을 표현하거나 백성들의 한을 슬퍼한 작품 등은 모두 크게 감동을

    주는 것들이다.

    그는 오랜 종군 생활을 한 관계로 변새시(邊塞詩)에 뛰어났는데 연가행(燕歌行)은 웅장하면서

    쓸쓸한 변방 요새의 풍경과 군인들의 고달픈 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정조가 비장하다. 

     

     

     

     

     

    江雪  강에 내리는 눈  / 柳宗元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엔 날던 새들 자취 끊기고
    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의 종적 사라졌네
    孤舟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엔 도랭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홀로 낚시하는데 찬 강위엔 눈발 날리고..

     

    詩語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자못 처연하다.

    첫 구부터 끊을 絶자, 둘째 구에도 역시 끊어진다는 뜻의 滅, 셋째 구엔 외로울 孤 그리고 마지막 구엔

    외로울 孤와 찰 으로 총 20자 중 1/4이나 되는 글자에서 쓸쓸함과 외로움이 묻어난다.

     

    이 시는 유종원(773∼819, 唐)의 불후의 명작으로  영주(永州)로 귀양갔을 때 지은 것이다.

    당시 유종원은 당조(唐朝)의 찬란한 성세가 기울기 시작한 시대에 살았던 시인으로, 문학적으로는

    동료 한유(韓愈)가 스러져가는 문풍을 바로잡고자 주장한 문이재도(文以載道: 글에 道를 실자)에

    동조하여 문이명도(文以明道: 글로서 道를 밝히자)를 주장하였다.

    정치적으로는 부패해진 정치를 바로 잡고자 왕숙문(王叔文) 일파의 영정혁신(永貞革新)에 가담했지만 실패하였다.

    그때 주동했던 여덟 명 모두 8곳의 사마(司馬)로 폄적당하였기에 ‘팔사마사건(八司馬事件)’이라 부른다.

    유종원도 영주(永州: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영릉현(永陵縣)) 폄적당했다가 거의 10년만에 면책을 받아 

    돌아오던 중, 다시 영주보다 더 먼 유주(柳州: 지금의 광서성(廣西省) 유주시(柳州市)) 귀양보내져서

    그곳에서 객사하였다.

     

     

     

    雪夜獨坐 눈 오는 밤 홀로 앉아  / 金壽恒 

     
    破屋凉風入(파옥량풍입)  부서진 집엔 싸늘한 바람 들고
    空庭白雪堆(공정백설퇴)  빈 뜰엔 흰 눈이 쌓이는 구나
    愁心與燈火(수심여등화)  시름 깊은 내 마음 저 등불과 함께
    此夜共成灰(차야공성회)  이 밤 모두가 재가 되누나

     

    김수항(1629-1689)은 김상헌의 손자로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1689년에 원자책봉 문제 일어난 <기사환국>에서 송시열과 함께 축출되어 죽음을 당하였다.

    이 시는 아마도 유배지인 진도에서 지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

     

     

     

     

    雪夜 눈 오는 밤 / 韓龍雲 

     

    四山圍獄雪如海(사산위옥설여해)    사방에 산이 감옥을 둘러싸 눈 바다 같은데

    衾寒如鐵夢如灰(금한여철몽여회)    이불은 무쇠처럼 차갑고 꿈은 한낱 재와 같도다

    鐵窓猶有鎖不得(철창유유쇄부득)    철창으로도 오히려 잠글 수 없는게 있나니

    夜聞鐘聲何處來(야문종성하처래)    밤중에 들리는 종소리 어디에서 오는가

     
     
    “무쇠처럼 찬 이불 속”이니 그 겨울 만해의 옥고는 인간인내의 한계점에 다다를 정도였나 보다. 

    그런데 철창의 쇠창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눈(일제)은 온 산을 뒤덥고 있다.

    그러나 그의 정신까지 철창으로 잠글 수는 없노라 하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조국광복)에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1944)은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으며,

    일제에 체포되어 3년형을 받았다.

    출옥 후인 1922~23년 민립대학 설립운동과 물산장려운동 등의 민족운동에 참여했다.

    1936년 신채호의 묘비건립과 정약용 서세100년기념회 개최에 참여했다.

    1940년 창씨개명 반대운동과 1943년 조선인 학병출정 반대운동을 전개했다.

    일제의 극심한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비타협적인 독립사상을 견지하다가,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기

    싫다며 북향으로 지은 성북동 집에서 조국 해방을 바로 한해 앞 둔 1944년에 66세의 나이로 타계한다,

     

     

     

     

    江天暮雪 강 하늘 저녁 눈 / 李仁老 

    雪意嬌多著水遲(설의교다저수지)   눈은 교태를 띠고 강물에 내리기 싫어하고

    千林遠影已離離(천림원영이리리)   온 숲에는 멀리 벌써 그림자가 어른어른

    蓑翁未識天將暮(사옹미식천장모)   도롱이 쓴 늙은이 날 저무는 줄도 모르고

    醉道東風柳絮時(취도동풍유서시)   취하여 말하길 봄바람에 버들 꽃 날리는 때라 하네 

     

    당나라 시인 유종원의 '강설(江雪)'에 등장하는 도롱이 쓴 노인이 여기도 나오는데, 그 분위기는

    자못 판이하여 술에 취헤 흩날리는 눈을 보고 봄바람(東風)에 날리는 버들 꽃이라 한 표현이 재미있다.

     

    이인로(李仁老, 1152~1120 고려)는 정중부의 난을 피해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여 명종 10년

    문과에 급제한 뒤 문극겸의 천거로 한림원에 보직되어 14년간 사국과 한림원에 출입했다.

    당시의 이름난 선비인 오세재·임춘 등과 죽림고회를 만들고 시와 술을 즐겼는데, 중국의 죽림7현(竹林七賢)을

    흠모한 문학 모임이었다.

    그는 최초의 시화집인 파한집(破閑集)을 저술하여 한국문학사에 본격적인 비평문학의 길을 열었다. 

    그는 좋은 시란 표현기교가 뜻을 따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갈고 닦는 공을 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가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며 천연미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저서로 현재 파한집 만 전하며, 동문선과 보한집에 120여 편의 시문이 남아 있다.

      

     

     

    雪中訪友人不遇 눈 위에 쓴 글씨 / 李奎報 

    雪色白於紙(설색백어지)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擧鞭書姓字(거편서성자)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

    莫敎風掃地(막교풍소지)  바람아 불어서 땅 쓸지 마라 

    好待主人至(호대주인지)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렴.
     
    눈이 펑펑 내리시길래 뜬금 없이 먼 데 벗이 보고 싶어 말을 타고 어렵사리 찾아갔는데 사립은 닫혔고

    주인은 없다.

    어디 마실이라도 간 걸까? 추운 날씨에 밖에서 벌벌 떨며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닫힌 사립문 앞에서

    갑자기 생각이 멍해진다. 잠시 후 그는 말채찍을 들어 눈밭 위에 이름을 쓴다, 내가 왔다 가노라고...

     

    해학이 넘치는 시구로 유명한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호가 백운거사(白雲居士)이다.

    고려조 최고의 명문장가로 그가 지은 시풍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이었다.

    시, 술, 거문고를 즐겨 스스로를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칭하였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작품에 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이 있다

     

     

     

    山中雪夜 산 속 눈 내린 밤 / 李齊賢  
     

    紙被生寒佛燈暗(지피생한불등암)  홑이불 한기 돋고 불등은 희미한데

    沙彌一夜不鳴鐘(사미일야불명종)  사미는 한 밤 내내 종조차 울리지 않네 
    應嗔宿客開門早(응진숙객개문조)  나그네 문 일찍 연다 투덜대겠지만

    要看庵前雪壓松(요간암전설압송)  암자 앞 눈 소나무 덮은 모습 보려함일세


    절간 사미승이야 추운 겨울 날도 밝지 않은 꼭두새벽부터 들락거리는 객이 못마땅하겠지만

    나는 밤새 내린 눈이 소나무 위에 쌓여있는 모습을  빨리 보고싶을 뿐이란다.

    사미승과 같이 자고 있는 객과의 팽팽한 신경전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고려의 대 성리학자이며 문필가로 호는 익제(益齋). 백이정의 문하에서

    주학(程朱學)을 공부했고, 연경(燕京, 지금의 북경)에 가서 원나라 학자 요수·조맹부·원명선 등과 함께

    고전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

    의 시는 형식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수기치인(修己治人)과 관계되는 충효사상·관풍기속(觀風記俗)의

    내용과 주제도 담고 있는데 영사시(詠史詩)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익재난고〉의 소악부(小樂府)에 고려의 민간가요를 7언절구로 번역한 17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오늘날 고려가요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의 저술로는 〈익재난고〉 10권과 〈역옹패설〉 2권이 전한다.

     

     

     

    눈 / 金笠   

    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옥황상제가 죽었는가 나라님이 죽었는가

    萬樹靑山皆素服(만수청산개소복)   산과 나무 천하가 온통 상복을 입었구나.

    明日若使陽來弔(명일약사양래조)   햇님이 소식을 듣고 내일 문상을 오면

    家家簷前淚滴滴(가가첨전루적적)   집집마다 처마 끝에서 눈물을 흘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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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구포신은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로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춘추좌전의 기록을 보면 소공(昭公) 17년 겨울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노나라의 대부(大夫) 신수(申須)가

    이를 제구포신의 징조로 해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혜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는데 오히려 이를 변혁의 징조로 본 것이다.

    새해 사자성어를 추천한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변혁은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날 때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그 변혁은 백성의 믿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옛 사람들은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은 받아들이되 낡은 것의 가치도 다시 생각하고 새것의 폐단도

    미리 보고자 했다"며 "이것이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마음이며 진정한 제구포신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박명진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선을 통해 고질적인 지역 갈등과 이데올로기 갈등, 계층갈등이 심화됐다"며

    "새 정부는 구악을 퇴치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시민의식을 고양해야 할 것"이라고 선택 이유를 말했다.

    제구포신에 이어 여러 갈래의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합해 하나로 소통시킨다는 의미의 '원융회통(圓融會通)'이

    28.4%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원효의 화쟁사상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자세를 비유한 사자성어로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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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연명)

    귀거래사
    전원에 돌아와서 1
    전원에 돌아와서 2
    전원에 돌아와서 4
    전원에 돌아와서 5
    전원에 돌아와서 6
    선행을 쌓아도 ;음주2
    큰 도가 사라진 후 ; 음주3
    초막을 짓고 살아도 ;음주5
    사람마다 다른데 ; 음주6
    국화를 잔에 띄워 ;음주7
    이른 아침 온 손님 ;음주9
    촛불 켜고 마시라 ;음주13
    옛 친구 나를 반겨 ;음주14
    40을 바라보니 ;음주16
    복희 신농씨 떠나 ;음주20
    세월 기다리지 않아 ;잡시1
    하얀 해가 지고 ;잡시2
    내가 젊었을 때는 ;잡시5
    어른들이 말하면 ;잡시6
    세월은 쉬지 않고 ;잡시7
    벼슬살이 안 바래고;잡시8
    몸이 그림자에게
    그림자가 몸에게
    정신이 몸과 그림자에게
    죽어서 ;만가시1
    죽어서 지내는 밤 ; 만가2
    땅에 묻히다 : 만가시3
    스스로 쓴 제문
    산해경을 읽으며
    걸식
    을유년 구월 구일
    곽주부에게
    올벼를 베며
    자식들을 나무람
    사계절

    (두보)
    이백을 꿈에 보고
    다시 벗을 만나
    그대가 오니
    강마을
    나그네의 밤
    고달픈 밤
    술에 취하여
    달밤
    나그네 밤의 감회
    가족 없는 이별
    신혼의 이별
    늙어서의 이별
    석호촌의 관리
    높은 곳에 올라
    봄날 멀리 바라보며
    나른한 햇살에 ;절구1
    강물이 푸르니 ;절구2
    봄 밤에 내린 단비
    가을 바람 지붕 날아가
    산속의 미인
    화경에게
    번민풀이
    다시 말에서 내려
    가난할 때의 사귐
    꽃잎 한 장 날려 ;곡강1
    봄 옷 잡혀 놓고 :곡강2
    봄에 돌아와서
    은거하는 장씨를 찾아
    최씨 별장에서
    달밤의 아우 생각
    악양루에 올라
    아우를 생각하며 ;억제2
    나그네 나그네;1
    가래야 가래야:2
    아우들 아우들;3
    누이동생 누이동생4

    (두보)
    죽어서라도 고향에5
    어서 봄이라도 왔으면6
    이름없이 몸만 늙어 7

    가을비 탄식
    가을의 정취 ;추흥1
    가을의 정취 :추흥3
    꽃 피는 강둑에 홀로

    (이백)

    장진주
    벗들과 모여서
    산중대작
    이별의 잔을 나누며
    까마귀 우는 밤에
    연밥 따는 처녀
    월하독작 1
    월하독작 2
    홀로 가는 길
    봄날 술에 깨어
    왜 산에 사느냐고
    고향생각
    친구를 보내며
    추포가
    장간행
    대주문월
    자야오가
    소대에서 바라보며
    여행중 난릉에서
    봄밤 낙양성 피리소리
    장안을 떠나며
    가을밤
    술은 오지 않고
    종남산을 내려와
    이른 봄 한양의 왕씨에게
    여름 산 속

    (왕유)
    전원의 즐거움5
    전원의 즐거움6
    송 별
    인 정
    향적사를 찾아서
    강남으로 친구를 보내며
    대숲에서
    종남산 별장
    안서로 원이를 보내며
    명절이 되면
    봄의 계수나무
    높은 대에 올라
    사슴울타리
    봄의 우수
    그대 고향에 다녀왔으니
    송 별
    산속에서
    난가여울
    남전산석문정사
    위수가의 농가
    개인 들을 바라보며

    농가
    태행산 바라보며
    장마철 망천별장에서
    장소부에게
    망천에서의 한가한 삶
    산골집의 저녁
    목란 울타리
    목련이 심겨진 제방
    새우는 산골
    봄 새벽 (맹호연)
    그대는 가고 (맹호연)

    (백거이)
    노닐며 노래하다
    백년을 산들
    술이나 마시며
    한가로이 노닐다
    감 흥
    송재에서
    쓰임 없이 살리라
    산 속의 선비 1
    산 속의 선비 2
    비파행
    모자의 이별
    시골의 밤
    언덕 푸른데 그대 보내
    가을 밤에 홀로
    태행로-험난한 인생
    술을 대하고
    아내에게
    문밖에 안나가고
    슬픈 선비 신세
    사직하지 않는 자들
    빈방에 홀로
    혼잣말
    밤비
    지는 꽃잎을 보며
    지창
    오래된 무덤
    장정역에서
    여자의 괴로움
    장한가
    눈 내릴 것 같은 저녁
    밤에 우는 까마귀
    눈 내린 밤
    대림사 복숭아꽃

     

     

    꽃 아래 취하여 (이상은)
    낙유원에 올라 (이상은)
    사랑이 싹틀 때 (이상은)
    초는 재 되어야 (이상은)
    가고 가신 님아 (무명씨)
    백발노인을 대신하여 (유희이)
    산골짝에 살며 (유종원)
    눈 내리는 강 (유종원)
    도인을 찾아서 (가도)
    늙은 어부 (유자후)
    정원의 해바라기는 (심휴문)
    권학문 (진종황제)
    청량한 밤의 노래 (소강절)
    비단 짜는 아낙네 (맹교)
    길 떠나는 아들의 노래 (맹교)
    원망의 노래 (반첩호)
    고향에 돌아가면 (사현휘)
    백년을 못 살면서 (무명씨)
    전쟁에 나갔다가 (무명씨)
    기원곡 (장적)
    산중에서 제자들에게 (왕양명)
    창 밖의 오동나무 (이서우)
    분수령에서 (온정균)
    봄 날 생각함 (가지)
    일찍 핀 매화 (장위)
    제패지 (왕창령)
    봄 강의 꽃 핀 달밤 (장약허)
    모란을 바라보며 (유우석)
    가을 바람 (유우석)
    봄을 찾아서 (대익)
    버드나무 (하지장)
    고향에 돌아와서 (하지장)
    화분의 난초 (정섭)
    빈 산에 내리는 봄비 (대희)
    세상만사 (진사도)
    기와쟁이 (매요신)

    새로 생긴 모래톱 (육구몽)
    푸른 산만 좋아함은 (호헌)
    백로 (두목)
    청명 (두목)
    산행 (두목)
    파초 (전후)
    산속에 머물며 (장욱)
    남쪽 마을 (이하)
    여행과 시 (양만리)
    흐르는 물 (나업)
    강 위의 어부 (범중엄)
    낚시질하는 아이 (호영능)
    스승을 전송하며 (소식)
    강촌에서 (사공서)
    여름날 (소순흠)
    여름 날의 산 속 정자 (고병)
    모내기 (범성대)
    가엾은 농부 (이신)
    벼논 (위장)
    소나기 (화악)
    비 지나는 산마을 (왕건)
    여름 나기 (원매)
    매화 둑 달빛에 (옹조)
    황학루 (최호)
    겨울 밤 (황경인)
    눈 오는 밤에 (유장경)
    그대 집을 지나며 (유장경)
    옛 친구를 생각하며 (사조)
    도읍을 바라보며 (사조)
    한 해를 보내며 (고적)
    봄 날의 바램 (설도)
    양주사 (왕한)
    봄 강의 꽃 핀 달밤 (왕석)
    산 속에서 (왕발)
    등왕각 (왕발)
    중양절에 촉땅에서 (왕발)
    산장의 밤 비 (고조기)

    동쪽 울타리의 배꽃 (소동파)
    그대를 찾아서 (고청구)
    다락에서 (황정견)
    님을 보내고 (정지상)
    님을 보내며 (정지상)
    개성사 팔척방 (정지상)
    가을비 내리는 밤에 (최치원)
    황조가 (유리왕)
    보리타작 (정약용)
    장마 (장약용)
    새벽에 앉아서 (정약용)
    화전민 (김창협)
    낙 조 (박문수)
    내 신세를 누가 알랴 (김병연)
    나의 삿갓은 (김병연)
    나를 돌아보며 (김병연)
    나의 한평생 (김병연)
    외로운 주막에 (김병연)
    앉으니 선승 같아 (김병연)
    죽 한 그릇 (김병연)
    아내를 애도하며 (김병연)
    늙은 소 (김병연)
    눈 쌓인 벌판을 걸어갈 때(서산대사)
    벗에게 (임억령)
    아가씨의 슬픔 (임 제)
    길을 가다가 (권 필)
    농가의 봄 (이용휴)
    농가의 아낙 (이 달)
    제충요 (이달)
    불일암 인운스님에게 (이달)
    이별을 하자니 (정 포)
    우물 속의 달 (이규보)
    배꽃 (이규보)
    시에 대하여 (이규보)
    여름날 1 (이규보)
    여름날 2 (이규보)
    헤엄치는 물고기 (이규보)

    달을 바라보며 (송익필)
    김거사의 집을 찾아 (정도전)
    사월 초일일 (정도전)
    백로 (이양연)
    잠에 깨어 (최유청)
    소쩍새 (유몽인)
    세상 사람들아 깨달아라 (나옹)
    산골 (이인로)
    눈 (이인로)
    산행 (김시진)
    홀로 앉아 (서거정)
    가을날 (서거정)
    죽은 아내의 꿈 (심언광)
    꿈 (황진이)
    사리화 (이제현)
    산중에 눈 내리는 밤 (이제현)
    어머니와 헤어지며 (신사임당)

    가난한 처녀의 탄식 (허난설헌)
    먼저 간 자식들에게 (허난설헌)
    동자승을 보내며 (김지장)
    제송도감로사차혜원문 (김부식)
    관란사루 (김부식)
    옛동산에 올라 (최유청)
    소금 굽는 집 (안축)
    늙었으면 물러나야지 (길재)
    한가로이 살며 (길재)
    산 속에서 (이이)
    산 속에 사는 맛 (유방선)
    추석날 밤 (이행)
    눈 오는 밤에 홀로 (김수항)
    산골짝을 지나며 (강진)
    중상금강대 (정관일선)
    행로난 (정관일선)
    저녁에 (김정)
    가을 매미 소리 (강정일당)
    패랭이 꽃 (정습명)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신숙)
    산사의 밤 (정철)
    농가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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