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생들은 1패, 2패, 3패로 분류가 되었는데, 3패 기생은 '들병이'라 불리우는 최하층의 기생들로서
일반 평민들에게 조차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
2패 기생은 대부분 관기(官妓)들로서 지방 관리들을 접대하는 부류였다.
1패 기생은 그야말로 재색을 겸비한 기녀들로서, 그녀들 대부분은 양반 첩의 딸들이었다.
언문은 물론이고 한자와 고서(古書)에도 능통하였으며, 소리, 춤, 시, 서예, 가야금 등 모든 예능 방면에
능통하였고, 내노라 하는 고관대작들과 정치를 논하여도 밀리지 않았다.
다방면의 지식은 물론, 미모까지 뒷바침 되어야만 비로소 1패 기생이 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1패 기생이 바로 황진이와 이매창이다.
뭇 남성들의 우상이었으며, 만인의 연인이었으나 태생(胎生)의 한계로 평생을 한(恨)에 묻혀 살아야 했던
1급 기녀들의 애환과 사랑을 시와 곁들여 감상해보자.
梨花雨 흩뿌릴 제
배꽃 흩어뿌릴 때 울며 잡고 이별한 임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는구나
* 지은이 : 계랑(桂娘). 여류시인. 부안의 기생.
성은 이(李)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또는 계생(桂生).
시조 및 한시 70여 수가 전하고 있다.
황진이와 비견될 만한 시인으로서 여성다운 정서를 노래한 우수한 시편이 많다.
* 참 고 : 梨花雨―비처럼 휘날리는 배꽃
送人
弄珠灘上魂欲消 사랑을 나눈 시냇가에서 임을 보내고
獨把離懷寄酒樽 외로이 잔을 들어 하소연할 때
無限烟花不留意 피고 지는 저 꽃 내 뜻 모르니
忍敎芳草怨王孫 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게 하리
* 지은이 : 양양 기생
* 참 고 : 弄珠 ― 연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임.
傷春
不是傷春病 이것은 봄이 감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고
只因憶玉郞 다만 임을 그리워한 탓이네
* 지은이 : 계생(桂生), 혹은 매창(梅窓). 부안 기생.
『매창집(梅窓集)』이 전한다.
春愁
池邊楊柳綠垂垂 시냇가의 실버들 유록색 가지
蠟曙春愁若自知 봄시름을 못 이겨 휘늘어지고
上有黃隱啼未己 꾀꼬리가 꾀꼴꾀꼴 울음 그치지 못하는 것은
不堪趣紂送人時 임 이별의 슬픔 이기지 못함인가
* 지은이 : 금원(錦園). 원주 사람. 시랑 김덕희(侍郞 金德熙)의 소실.
* 참 고 : 황리(黃麗鳥)―꾀꼬리
梅花 노등걸에 봄졀이 도라오니(매화 옛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노퓌던 柯枝에 픗염즉도 하마난(옛 피던 가지에 피음직도 하다마는)
春雪이 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춘설이 어지러이 날리니 필듯말듯 하여라)
* 지은이 : 매화(梅花). 생몰년 미상, 조선시대 평양 기생.
애절한 연정을 읊은 시조 8수(그중 2수는 불확실)가 『청구영언』에 전한다.
待郞
郞去月出來 임 가실 제 달 뜨면 오마시더니
月出郞不來 달은 떠도 그 임은 왜 안 오실까
相應君在處 생각해 보니 아마도 임의 곳은
山高月出遲 산이 높아 뜨는 달 늦은가 보다
* 지은이 : 능운(凌雲).
* 참 고 : 상응(相應)―생각해 보니
玉屛
洞天如水月蒼蒼 마을 하늘은 물이런 듯 맑고 달빛도 푸르구나
樹葉蕭蕭夜有霜 지다 남은 잎에 서리가 쌓일 때
十二擴簾人獨宿 긴 주렴 드리우고 혼자서 잠을 자려니
玉屛還羨繡鴛鴦 병풍의 원앙새가 부러웁네
* 지은이 : 취선(翠仙). 호는 설죽(雪竹) 김철손(金哲孫)의 소실.
* 참 고 : 십이상렴(十二擴簾)―긴 발을 뜻함
離別
駐馬仙樓下 말은 다락 아래 매어 놓고
慇懃問後期 이제 가면 언제나 오시려나 은근히 묻네
離筵樽酒盡 임 보내려는 때 술도 떨어지고
花落鳥啼時 꽃 지고 새가 슬피 우는구나
* 지은이 : 일지홍(一枝紅). 성천(成川)의 기생.
* 참 고 : 선루(仙樓)―신선이 산다는 다락.
묏버들 가려 꺾어
묏버들 갈*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게)
자시* 窓밧긔 심거두고 보쇼셔(잠자는 창 밖에 심어 두고 보소서)
밤비예 새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밤비에 새잎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 지은이 : 홍랑(洪娘).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 때의 명기
청산은 내 뜻이오
靑山은 내*이오 綠水* 님의 정情이(靑山은 내 뜻이오 綠水는 임의 情이로다)
綠水 흘너간들 靑山이야 변(變)*손가(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손가)
綠水도 靑山을 못니저 우러예여 가*고(녹수도 청산을 못잊어 울면서 가는가)
*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생몰 미상. 조선 중종 때의 명기. 개성 출신.
黃昏
千絲萬縷柳垂門 실버들 천만 가지 문 앞에 휘늘어져서
綠暗如雲不見村 구름인 듯 인가를 볼 길 없더니
忽有牧童吹笛過 문득 목동이 피리불며 지나간다
一江烟雨自黃昏 강 위에 보슬비요 날도 저물어 가누나
* 지은이 : 죽향(竹香). 호는 낭각(琅珏). 평양 기생.
* 참 고 : 연우(烟雨)―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내리는 비
秋月夜
移棹淸江口 노를 저어 맑은 강 어귀에 이르니
驚人宿驚飜 인적에 해오라기 잠 깨어 날고
山紅秋有色 가을이 짙은 탓인가 산빛은 붉고
沙白月無痕 흰 모래엔 달이 둥글다
* 지은이 : 추향(秋香)
半月
誰斷崑崙玉 崑崙의 귀한 玉을 누가 캐어
裁成織女梳 織女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牽牛一去後 오마던 임 牽牛 안 오시니
愁擲碧空虛 근심에 못 이겨 허공에 던진 거라오
*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중종 때 기생.
秋雨
九月金剛蕭瑟雨 금강산 늦가을 내리는 비에
雨中無葉不鳴秋 나뭇잎은 잎마다 가을을 울리네
十年獨下無聲淚 십년을 소리없이 흐느낀 이 신세
淚濕袈衣空自愁 헛된 시름에 가사만 젖었네
* 지은이 : 혜정(慧定). 여승(女僧).
* 참 고 : 가의(袈衣)―중이 입는 옷.
어이 얼어 자리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鴛鴦枕 翡翠衾을 어듸 두고 얼어 자리(원앙 베개와 비취 이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비 맛자신이 녹아 잘* *노라(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서 잘까 하노라)
* 지은이 : 한우(寒雨). 조선 선조 때 임제(林悌)와 가까이 지내던 평양 기생.
長霖
十日長霖若未晴 열흘이나 이 장마 왜 안 개일까
鄕愁蠟蠟夢魂驚 고향을 오가는 꿈 끝이 없구나
中山在眼如千里 고향은 눈 앞에 있으나 길은 먼 千里
堞然危欄默數程 근심 어려 난간에 기대 헤아려보노라
* 지은이 : 취연(翠蓮). 자는 일타홍(一朶紅). 기생
* 참 고 : 장림(長霖)―긴 장마
중산(中山)―지명. 사랑하는 임이 있는 곳, 또한 고향
落花天氣似新秋 꽃이 지는 봄은 첫 가을과 같네
夜靜銀河淡欲流 밤이 되니 은하수도 맑게 흐르네
却恨此身不如雁 한 많은 몸은 기러기만도 못한 신세
年年未得到原州 해마다 임이 계신 곳에 가지 못하고 있네
* 지은이 : 죽서(竹西). 철종 때 사람. 서기보(徐箕輔)의 소실
河橋
河橋牛女重逢夕 은하수 다리에서 견우직녀 이 날 저녁에 만나
玉洞郞娘恨別時 옥동에서 다시 슬프게 헤어지네
若使人間無此日 이 세상에 이 날이 없었더라면
百年相對不相移 백년을 즐겁게 살아가리
* 지은이 : 연희(蓮喜)
* 참 고 : 하교(河橋)―은하수 다리
履霜曲
비가 내리다가 개고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서리어 있는 수풀의 좁디좁은 굽어돈 길에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세 너우지
잠을 빼앗아간 내 임을 생각하니
그러한 무서운 길에 자러 오겠는가?
때때로 벼락이 쳐서 無間地獄에 떨어져
고대 죽어버릴 내 몸이 내 임을 두고서 다른 임을 따르겠는가?
이렇게 하고자 저렇게 하고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는 期約입니까?
맙소서 임이시여 임과 한 곳에 가고자 하는 기약뿐입니다
* 지은이 : 미상
'漢文 > 古典名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寒山詩 其中一 (0) | 2014.01.24 |
---|---|
春江花月夜 춘강화월야 / 張若虛 (0) | 2014.01.04 |
서산대사 열반송 (0) | 2013.12.27 |
방랑시인 김삿갓 詩 소개 (0) | 2013.12.19 |
이충무공 글 모음 (0) | 2013.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