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차...

06:00 평소 습관대로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그리고 무엇에 홀린 듯이 게르 밖으로 나와 바라본 하늘...

여전히 저 멀리 동쪽 하늘은 맑은데 어째서 거기는 먹구름이 깔려 있는지...

그리고 머리 위에서는 구름이 지상으로 끌려 내려오는 듯한 모습이다.



<상당히 먼 거리일텐데 가깝게 보인다. 그리고 지대가 높아 그런지 산 중턱에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걸려 있고...>


07:20(현지 06:20)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혼자 먼저 일어나 샤워하고 주변을 조금 걸어보는데, 조금 살쌀하다.

돌아다닐 곳도 없어 후배를 깨우고 식당으로 갔더니 08:00부터 배식을 시작했다.

해장에 좋은 메뉴는 없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그리고 또 대기...

10:40이 되어서야 울란바토르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문득문득 보이는 강물은 낙폭이 작아 평탄하고 고요히 흐르는 것 같은데, 물가에 다녀온 다른 사람들

이야기로는 물살이 상당히 빠르다고 한다.

그래서 래프팅도 하는가 보다.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가 왔던 길을 달리고 달려 울란바토르로 진입, 11:30경 국립역사박물관에 도착했다.

몽골의 역사에 대한 설명인데, 설명은 박물관 관계자가 아니라 현지 진출한 한국의 여행사 사장이 직접 한다.



그런데, 남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인 것처럼 진지하게 해서 좀 의아했다.

그런데, 별로 기억나는 건 없지만, 징기스칸 이야기만 잔뜩 들었다는 느낌?

그리고, '훈누'는 중국이 '흉노(匈奴 ; 오랑캐 흉, 종 노)'로 표기함에 따라 중국과 '흉노'라는 용어를 아주 싫어하지만,

모든 몽골인들은 '훈누'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참고로 '후레자식'이라 할 때 '후레'는 몽골 말로 '울타리'란 뜻인데, 원나라(몽골) 지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부모 없는 사람을 후레자식이라고 한단다.


3층까지 구석구석 다 보고 다시 첫날 묵었던 선진그랜드호텔로 복귀했다.

짐을 방에 갖다 두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들 쉬는 틈에 후배는 모자를 사러 울란바토르 최대 재래시장을 간다고 해서 구경삼아 따라 나섰다.

가는 길도 복잡하지만, 그 앞에 대기중인 차들도 대단히 많았다.

시외로 뛰는 차들이 많다고 들었다.


시장은 복잡하고 컸다.

없는 게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것 같았다.

가이드가 소매치기 조심하라고 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돈이야 얼마 없으니 걱정할 게 없지만 여권을 잃어버릴까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후배는 몽골 전통 모자 2개를 사고, 나오는 길에 아들 선물용 가죽혁대를 사는 김에 덩달아 내것까지 하나 사서

선물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 2~3만원 정도인데, 거기서는 7천원...


다시 호텔로 복귀해서 일행들과 함께 캐시미어 전시장으로 갔다.

내 눈썰미가 별로이기는 하지만 내가 볼때 캐시미어 제품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 보였다,

몽골로 떠날 때 아내가 '뭐 사오지마' 한 게 기억 나서 아내 것은 안사고, 딸래미 줄 하늘색 모자와 스카프 하나

(42불인데, 가이드가 2불 깎아줘서 40불)만 사서 나왔다.



<시내 한복판으로 고압선 전주가 지나는 것도 참 낯설다>



다음 코스는 국립민속공연장인데, 예약시간과 차이가 좁 많이 나서 대기를 길게 하게 되자 가이드가

국영백화점을 들르는 게 어떠나고 제안, 다들 좋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국영백화점 정면>


뭔가 조금 부족해보이기는 했지만 웬만큼 있을 물건은 다 있고, 가격도 만만챦았다.

빠른 속도로 구경하다 6층을 올라갔더니 거기서도 모자 파는 곳과 가죽제품 파는 곳이 있어서 들렀다.

가죽제품은 대단히 질이 좋아보이는데, 가격은 아주 싸다.

우리나라에서 대략 2백수십만원을 호가할 소가죽반코트가 거기서는 128만투그릭 (64만원 정도)이라니...



그렇지만 준비해간 돈이 없으니 구경만 하고 다음에 다시 몽골을 들러 저놈을 꼭 사고 말리라 다짐만 하고 돌아나왔다.

백화점 입구에서 일행을 기다리다 조금 옆으로 돌아가 보니 게르에서 뭔가를 파는데 '아이락...' 라고 씌여져 있길래

가이드 한테 이야기했더니 '지금 아이락 판매중'이란 말이란다.


그리하여 얼씨구나 '아이락' 맛보러 일행들이 함께 그곳으로 몰려가 다들 천원씩 내서 한잔씩 사서 마셨는데,

특별히 맛이 좋고 그런 건 아니고, 새콤하기도 하고, 막걸리 같은 맛도 나고, 우유 맛도 나는 그런 요상한 맛이었다.


<여기가 민속공연장 정문인데, 후문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시간을 때운 끝에 공연시간이 가까워져서 17:50경 국립민속공연장으로 이동,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19:00부터 시작하는 공연을 관람했다.

약 200명 정도 수용하는 자그마한 공연장은 18:10부터 입구에서 정렬, 대기하다 18:30부터 입장하며,

특이하게도 입장료는 무료이다.

장내에서는 사진촬영을 불허해서 마땅한 사진이 없다.


<이 사진은 공연 막바지에 나오는 장면인데, 다른 곳에서 공연한 사진을 옮겼음.>


출연자들 전체적으로 힘이 넘치고 박진감도 있으나, 몽골의 국가적 현실을 생각하면 왠지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고대했던 '허미'의 진수를 눈앞에서 목도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게 생각되었다.


그렇게 또 마지막 하루 일과가 대충 마무리지어지고, 마지막 만찬을 가졌다.

울란바토르에서 조금 변두리 같았는데, 넓은 식당에 들어가니 식탁 위에 아예 개인별 샤브샤브 조리기구가

갖추어져 있다.

소고기와 양고기를 데쳐 먹도록 했으며, 그 외 다른 부재들도 있었는데 아주 수준급이었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낸다는 것이 영 찜찜하기는 한데, 첫날의 과음으로 아직 속이 완전히 다스려지지 않아

아쉽지만 그냥 자고 말았다.


4일째 아침...

10:00 호텔을 나서서 공항으로 이동. 10:45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팀 가이드 뿐 아니라 내가 친구 만난다고 일부러 와서 통역을 해준 가이드에게 내년에 다시 보자며

작별인사를 나누고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출국 수속후 공항청사 2층 면세점에 올라가 구경했으나 보드카 외에는 눈길이 가는 게 없다.


12:55 이륙예정인데 왠일로 정시에 비행기가 움직인다.

그런데 움직이기만 했을 뿐, 택시웨이에서 이리저리 시간을 보내더니 13:20이 되어서야 이륙했다.

이륙후 얼마 안있어 식사를 나눠주는데, 어인 일인지 와인 인심이 후하다.

식사는 낯선 메뉴인 소고기스튜를 신청했더니 고기 양이 많다.

잇빨 새 끼인 고기를 파서 와인을 한잔 더 마시고 안주 삼을 수 있을 정도...


16:08 인천공항 활주로에 닿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항인데도 택시웨이 위에서 한참을 기다린다.

20분이 지날 때까지 기내에 대기했다..

게다가 좌석이 뒷편이라 내리려면 한참 뒤인데...


하여간 짧은 시간에 후다닥 메뚜기처럼 튀어서 몽골을 다녀왔다.


※ 집에 와서 현지 가이드와 채팅으로 안부를 전하고 몽골 친구의 주소를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 금방 알아준다고

    약속했는데, 가이드 일로 많이 바쁜지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후배와 나를 통해 별도 팁도 세번이나 짭짤하게 받았고, 현지에서는 그리도 살갑게 굴더니...

    젊은 여자 아이라 자꾸 독촉하기도 뭣해서 가만 있는데, 아무래도 내가 직접 몽골을 한번 더 다녀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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