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차...

7시에 일어나 샤워후 빈둥대다 8시가 되어서야 호텔 구내식당으로 내려가 한식부페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미역국이 속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몽골에서는 하절기 낮이 너무 길어 일과 시작을 좀 늦게 한단다.

10시 반(몽골시각으로 9시 반)에 집결, 테를지국립공원으로 출발했다.

시내를 벗어나는데 약 20분 가량은 포장도로인데도 말 탄 느낌을 주는 구간을 지나 고속도로 구간을 달리는데,

고속도로라는 게 그냥 살짝 포장만 한 2차선 길이다.

게다가 경사가 있는 길은 고속도로라 해도 겨울에 빙판이 되면 차들이 못다니니까 아예 비포장으로 두었다.


<뭐 대충 이런 모습...>


가는 길에 경치를 구경하는데, 대부분 넓은 광야와 구름이 있어도 구름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

거의 비슷한 광경들이다,

 

 


<하늘은 무조건 파랗지는 않고, 가끔 구름 낀 곳은 이런 풍경도 보인다>


아, 그리고 울란바토르를 조금 벗어나니 작년 ASEM회의 때 각국 정상들이 묵었다는 숙소가 있다.

지금은 몽골의 부자들에게 모두 팔려나갔다나...


<멀리 보이는 각진 주택들이 ASEM회의때 사용한 정상들의 숙소이다>


한참을 달리다 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길가의 개에게 개밥을 챙겨주고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가던 길을 간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자기 집에서 나온 음식물 찌꺼기를 길 가다 아무 개에게 준다고 한다.

본래 몽골인들이 동물을 중시하는 탓도 있지만 집안에 음식물 쓰레기도 안남고 좋지 않냐고 한다.

그렇다마다...


가이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몽골인은 성년이 되면 국가에서 1인당 1평방킬로미터(30만평)의 땅을

무상지급한다는 말에 다들 부러워했다.

하긴 남한 면적 15배의 국토에 300만명밖에 안되는 인구라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1시간반 정도 달리다 길가의 슈퍼마켓에 들렀다.

큼지막하고 깔끔했다.



몽골화 투그릭을 준비하지 않은 나는 마켓 안을 둘러보기만 하고 나왔다. 살 것도 없었지만...

밖에 나오니 햇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서둘러 선글라스를 꼈다.


조금 더 가다 이번에 기사가 주유소로 차를 몰고 들어간다.

그런데 참 속도 좋은 게, 세월아 네월아... 도무지 급한게 없다,

기름값도 싸다. 경유이겠지만 리터당 우리 돈으로 약 800원 정도 한단다.


출발한지 1시간 반 정도 되어서 몽골의 서낭당 '오워'에 들렀다.

뭐 별다른 중요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같은 이방인의 눈에는 그저 돌무더기일 뿐이었다.

몽돌인들은 '오워'를 세번 돌면서 돌 세개를 던지며 소원을 빈다고 하는데, 던질 돌도 없고

땡볕도 너무 강해 대충 한번 돌아보고 인증사진만 하나 찍은 뒤 그냥 자리를 피했다.




<오워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


가는 길에 공룡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된 지역이 있어서 지금도 공룡 모형을 여럿 세워 놓았는데,

그런 연유로 해서 유네스코에서는 1964년 테를지국립공원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고 한다.


이윽고 테를지국립공원 지역에 진입하자 하여간 괜챦은 풍경들이 나타난다.

 





뭐든 다 이쁘다.

그런데 길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워낙 경치에 마음을 빼앗겨 도로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을 틈이 없을 뿐이지...


울렁대는 길을 한참 가서 공원 가장 안쪽에 있는 '아리야발'사원부터 들렀다.

사원에 이르는 계단 한 단의 높이가 50cm가 더 되는 것 같다.




첫계단을 짚는데 무릎이 '빠지직' 한다.

이래서 여행은 젊을 때 다녀야 하는 게 맞긴 맞아...

힘들여 계단을 다 올라 사원앞에 서니 다리가 약간 후들거린다.


이 사원은 몽골내 사원중 기가 가장 세다고 한다, 그 말인즉 기도빨이 세다는 말씀...

사원 안에 들어가 108배 할 배짱도 없어서 사원 안의 불상을 보고 속으로만

'우리 애새끼들 잘 좀 보살펴 봐주이소.." 하고 빌었다.


다시 그 험한 계단으로 내려올 엄두를 못내고 108가지의 법문을 기재한 간판들이 늘어선 

옆길로 돌아서 내려왔다.


<절 입구 계단 끝이 내 머리를 찌르는 듯한 모습...>


<사원 들어가는 정문>


<러시아제 4륜차 '푸르공', 낡아도 고장 없이 험한 길을 잘달린다>


내려와서 한숨  돌리며 인증사진 한번 더 찍고... 뒤로 돌아 나가며 테를지국립공원의 수호신이라는

거북바위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점심 먹으러 간다.


 <거북바위>


이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거북이지만 반대쪽에서는 전혀 아니다.

관광객들이 거북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가기를 강요라도 하듯이 포토존을 별도로 설정해두었다.

거기서 다들 사진 찍는다.


<이때가 한국 시각으로 13:45였다.>


다들 사진 찍고 14:15경 점심 먹으러 관광객용으로 조성된 듯한 현지 민속촌으로 출발했다.

거의 도착해서는 물구덩이에 차가 뻐져 다들 차에서 내려 걸어서 식당까지 갔다.



크지 않은 게르에 깔끔하게 단장해서 손님을 맞으려 했는가 본데, 우리 일행중 한명이 게르 냄새가 역겹다고 해서

밖에다 점심 상을 차렸는데, 이번에는 옆에 매인 말에서 냄새난다고 투덜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식사가 차려져 나왔는데, 수태차(우유로 만든 차)와 함께 밥, 양고기, 감자 범벅 등등

내 기준으로는 수준급이었다.

가져간 소주로 반주도 한잔 겻들이니 어디 감히 호텔식을 여기다 비하랴 싶다.


15:00 식사를 끝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소떼가 길을 막고 어슬렁 어슬렁 지나간다.


 

몽골의 길 위에서 모든 차는 소떼보다 우선순위가 낮다.

소떼가 지나가야 차가 갈 수 있다.


좀 더 가니 비가 온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는 비가 오지만 다른 방향에서는 햇빛이 비친다.

드넓은 평원에서 각 방향의 기상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16:00 징기스칸 기마상 공원에 도착했다.

이는 몽골정부에서 징기스칸 탄생 800주년을 기념하여 8년전엔가 건립했다는데 높이가 47m이며,

기마상 내부에 엘리베이트가 있어서 위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기마상의 위치는 징기스칸이 젊었을 때 황금채찍을 주운 자리라고 하며, 기마상은 100여km 떨어진

그의 고향인 '헨티아이막'을 향하고 있다.



말머리 위가 사람이 올라가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입장료가 8,500투그릭, 한화로 4,250원 정도인데 달러로는 얼마냐고 물으니 5불이란다.

4불씩 해도 될텐데... 싶지만, 10불 내고 후배와 얼른 들어가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예까지 왔노라는 의미의 인증사진>


<징기스칸 기마상이 바라보는 방향에 그의 모친 상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풀경>


샛파란 하늘과 녹색 평원이 눈에서 어느정도 시들해질 무렵 이제는 게르 체험을 위해,

또 밤에 별을 보기 위해 게르캠프로 갔다.


<왼쪽의 울란바토르에서 한참 동쪽에 있는 하늘색의 징기스칸 기마상과 붉은 색의 훈누캠프>


캠프는 기마상에서 얼마 안떨어진 거리에 있는 '훈누톨'이란 곳이다.

'훈누'는 중국어로는 '흉노'라 표기하며, 중국을 극도로 싫어하는 몽골사람들은 흉노라는 말을 거의 안쓴다.

그리고 '톨'은 Tour, 그러니까 합쳐서 '훈누톨'은  '훈누관광사' 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훈누캠프, 산 경사면에 회사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구글에서 위성사진 촬영할 때 지나던 항공기까지...>


16:45 훈누캠프에 도착했다.

그런데, 저녁식사 시간인 20:00까지 자유시간이란다.

20:00라면 한국시각으로 21:00인데...


네시간 동안 뭘하냐며 난감해 하고 있는데, 내일 아침에 예약된 승마체험을 오늘 하겠냐고 해서 말해 뭐해 당연하지...


40불 내고 후배랑 둘이서 먼저 말을 타기로 했다.

몽골의 말은 서양 말들과 달리 키가 좀 작은데, 그래서 올라타기는 수월하다.

승마장구랍시고 조끼와 각반을 채워주는데, 그게 안전에는 그다지 기여할 것 같지 않았다.

폼 잡는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지만...



승마체험이란 가이드가 우리 두사람의 말 고삐를 잡고 1시간동안 원거리를 갔다오는 것이었다. 

조금 빨리 달리다 천천히 가다를 반복하는데, 말이 조금 달리는 듯하면 낭심이 튕겨져서

많이 아팠지만 가이드랑 말이 안통하니 하소연할 수가 없었다.


도중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몇방 맞았지만 몽골 평원에서 말을 탔다는 기분 좋은 느낌에 그때까지

딴 생각이 없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후배와 함께 주변을 돌아다니다 멀리 보이는 징기스칸 기마상을 배경으로

사진이나 찍자고 해서 찍은 사진이...



<47m가 크긴 큰가 보다. 그 거리에서 저렇게 보일 정도니...>


몽골사람들이 보면 자기네 영웅을 모독했다고 할지는 몰라도 나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예전에 어디에선가 사진 장난하던 기억이 나서 해본 것일 뿐이다.


그리고 샤워하고도 한참을 더 있다가 나온 별식, 양고기를 불에 달군 돌로 익힌 '허르헉'.

육식을 안좋아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이걸 안먹어 볼 수는 없는 것, 많이는 아니라도 뼈가 없어서

가장 다루기 쉬운 한덩이를 골라 썰어 먹어봤다.


<야채를 곁들여서... 그리고 소주도...>


명불허전, 몽골 대표음식이라 할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까지는 몰랐는데, 몽골은 우리네와 달리 모든 고기에서 피를 안빼고 요리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기 냄새가 많이 나는데 한국 사람들을 비롯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피를 빼고 요리를 해준단다.


21:30경 게르에 입실했는데, 그 며칠동안 몽골에도 계속 비가 와서 염소털로 직조한 게르 외피가

조금 젖어서 염소 냄새가 좀 난다고 한다.

까짓거 뭐...



그리고 별관측용 전망대... 그게 바로 나무로 짠 평상이다.

거기 드러누워 밤하늘을 올려다 보는 건데, 몽골에 도착한 이래 줄곧 떠나지 않던 비의 여운이 그제서야

무얼 뜻하는지 명확해졌다.

별 보기는 틀렸구나...


좀 있으니 가이드가 오늘 별 보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계획했던 별자리 관측영상 시청을 취소하자는데

그래도 되겠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와 나는 캠프촌 야외무대 시설로 가서 칭기스보드카를 나누어 마시며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랬다.


<저멀리 동쪽으로는 비교적 맑은 편인데 바로 머리 위는 먹구름이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다들 게르로 들어가 잠을 청할 무렵, 그래도 혹시나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싶어 혼자 게르 밖에 청승맞게

앉아 기다리며 하늘을 살폈다.


<본래 이런 광경을 바란 것인데...>


깜빡 졸기도 했지만 그 성의가 가상해서인지 잠시 북동쪽 하늘이 훤해지면서 별들이 보이길래 게르 안에 뛰어 들어가

자는 사람까지 다 깨워서 밖으로 나왔는데, 그 무슨 조화인지 그새 구름이 비었던 하늘을 덮어버린다.

무안하게 괜히 엄한 사람들 잠만 깨운 셈이 되었다.


<달도 구름에 가렸다>


애꿎은 밤하늘만 몇장 찍어 봤지만 날샌 은하수가 갑자기 나타날 리도 없쟎은가.

'주먹만한 별이 손에 잡힐 듯하다'는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은 확인하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물러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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