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하루


■ 5월 17일(목)


o 산책

   06:00경 혼자 일찍 깨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걷다 보니 한기가 느껴진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옷 하나를 더 껴입으려는데, 막내가 깨서 일어난다.

   계속 자는 둘째는 그대로 두고 막내랑 둘이서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출근하는 시민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


   천천히 걷다 보니 그제서야 여행이 무엇이며, 힐링이 뭔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걷다가 막내가 내 사진도 한컷 찍어주었다.


   약 40여분을 그렇게 설렁설렁 걷다가 바람은 시원한데, 햇볕이 따가워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사 일어난 둘째를 포함, 아우들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설명했다.

   '내일 새벽에 비행기를 타야 되니 오늘은 울란바토르 시내 투어만 한다'고...

   울란바토르 시내야 사실 볼만한 데가 몇군데 되지 않는다.


o 재래시장

   첫번째 위시리스트는 바로 재래시장 구경과 함께 가죽벨트 사는 것.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허름한 벨트를 메고 가서는 재래시장 입구에 있는 혁대 노점상에서 혁대를 사서

   바로 헌 벨트는 버리고 새걸로 바꿔 찼다.

   그리고 시장을 둘러보았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개점하지 않은 점포가 많다.



   <재래시장 입구, 난 셀카 체질이 아닌가 보다>


   <혁대 노점상>





o 간단사원

   재래시장에 이어 간단('간등'으로 읽기도 함)사원을 들렀다.

   가이드를 따라 갔더니 작년에 못 본 곳을 보게 되었다.

   간단사 본당 말고 옆에 또 하나의 사원이 있었던 것이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기하학적인 무늬가 독특하다.



   사진 좋아하는 막내, 드디어 사고 하나 친다.


   몰래 불상을 찍다 그곳을 관리하는 승려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이다.

   우리는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그리고 사원을 돌아보면서 길게 이어져 있는 법륜을 한참 돌렸다.

   법륜은 티벳불교의 대표적인 특성인가 싶다.


   자식들을 위해 빌었던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우리 일행들 여행 무사히 마치게 해주십사'를 빌었다.


o 수흐바타르광장

   간단사원에서 자동차를 타고 수흐바타르광장으로 이동했다.

   짧은 거리지만 울란바토르는 교통사정이 안좋아서 시간이 제법 걸린다.

   일단 막내에게 수흐바타르가 누구이며, 이 광장의 의미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줬다.


                                                                             <몽골의 제로포인트에서>

   거기 갔더니 200여명이 연좌농성을 하고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의사 간호사들인데,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란다.

   몽골의 의료인은 사회 최하위계층으로 대우받으며, 월 급여가 한국 원화로 50만원 정도라서

   불만이 누적되어 있단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을 물으니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뜻밖인 것은 그 광장에 몽골 국기와 나란히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가이드를 시켜 알아보니 한국대사가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군악대와 의장대까지 대기하면서

   의전행사를 준비중이란다.

   조금 기다렸더니 행사가 시작되고, 애국가가 울리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외국에서 듣는 애국가는 언제나 감동을 주나 보다.



   그 감동을 뒤로 하고 바로 옆의 몽골역사박물관으로 갔다.


o 몽골역사박물관

   이곳은 작년에 한번 들렀지만 처음 오는 막내를 위한 것은 물론이고, 몽골역사를 좀 더 알고 싶은

   순수한(?) 욕심에 또다시 방문했다.








   둘째는 수염으로 인해 남들이 보는 나이만큼이나 노쇠한(?) 탓인지 조금 둘러보다 사진 몇장 찍고는

   1층으로 내려가버리고, 막내랑 둘이서 모든 층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박물관 밖에서 마무리 촬영후 점심식사를 하러 자리를 옮겼다.



o 허르헉 시식


   울란바토르의 유명한 전통음식점이라는데, 일단 식당 외관보다는 내부 인테리어가 괜챦았다.

   그런데, 가이드 이 친구가 무슨 음식을 그리도 많이 시키는지... 말릴 새도 없이 식탁 가득

   음식이 쌓였다.


   <간판 글자를 읽자면 '조친 몽골 조오그'라는데, 뜻은?>


   허르헉을 비롯 보즈(만두), 호쇼르(납작만두), 볶음밥까지...

   먹다먹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부는 가이드더러 싸가지고 가라고 했다.

   그런데 가이드와 운전기사 포함 5명이 그렇게 먹고도 음식 값은 8만투그릭(원화 4만원 미만)이란다.



o 자이승 톨고이

   그렇게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자이승 톨고이로 향했다.

   전승기념탑, 2차대전때 몽골과 소련 연합군이 일본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세운 기념탑이다.

   주차장에서 상당한 높이를 걸어 올라가야 되는데, 둘째는 포기하고 막내와 둘이서 올라갔다.

   간밤의 韓蒙 음주대전이 치열했던 탓인지, 둘째가 영~ 힘을 못쓴다.

   나도 막내만 아니었으면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힘든 줄 모른 채 어느새 정상까지 도달했다.

   거기 바람은 정말 시원하다.



   작년에 있던 독수리 아저씨는 안보인다.

   그뿐이 아니라 관광 비수기여서 그런지 다른 노점상도 많이 줄었다.


   잠시 바람을 맞으며 쉬다 내려왔다.

 

o 복드 칸 궁전 박물관

   몽골의 마지막 왕 '복드'의 겨울궁전이다.

   원래는 여름궁전도 있었는데, 불타 없어지고 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작년에는 못봤는데, 위 사진 오른쪽 상단의 조각이 눈길을 끈다.




   누구를 위해 저리도 공을 들여 조각을 했을까... 싶다.

   물론 자기네 왕을 위해 조각했겠지만, 쇠락한 궁전에 붙어 있는 모양새라 어째 좀 궁색해보인다.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둘러보면서 감흥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13세기에 그리도 큰 나라였지만 이제 남은 건 이런 조그맣고 초라하게 퇴락한 궁전 뿐인가 싶다.


   이제 울란바토르 시내 명승지는 다 봤고, 선믈을 사러 가자고 했다.

   먼저 캐시미어 전시장을 갔는데, 작년만큼의 신선한 느낌이 안든다.

   그래서 옆의 아웃도어도 들렀는데도 역시 사고 싶은 물건이 없다.



o 국영백화점

   날씨도 더운데다 조금 실망한 마음을 안고, 국영백화점으로 가자고 했다.

   백화점 앞에 도착해서는 갑자기 볼일이 급해서 바로 뒤의 카페에 들렀더니 주인이 한국인이다.

   거기서 화장실도 쓰고, 음료수를 사마시며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더위가 어느정도 식었을 무렵

   다시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른 층은 볼 필요도 없이 곧장 6층으로 올라갔다.

   거기에는 작년에 봐둔 가죽코트가 있으니까....

   나는 코트를 한번 입어보고는 샀다.

   둘째는 가죽점퍼 하나...

   그리고 나오다 같은 층에서 둘째와 나는 아내들 선물한다고 가죽지갑 하나씩 샀다.

   코트랑 지갑 합쳐서 232US$이니 우리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


o 몽골 샤브샤브 시식

   작년 몽골 방문때 마지막 저녁식사였던 샤브샤브가 워낙 인상적이었던 지라 이번에도 샤브샤브를

   꼭 먹겠노라고 가이드에게 미리 주문을 해놓았더니 우리를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이름있는 식당,

   '더 불'인가 '빅 불'인가로 데려갔다.


   소, 말, 양고기 샤브샤브중 어느걸로 하겠냐고 물어서 세가지 다 먹겠노라고 했다.

   세가지 다 좋은데, 특히 말고기는 국내에서 자주 대하기 힘든 고기인지라 더 끌렸다.

   말고기는 기름이 끼어있지 않아서 좀 담백하다고나 할까...


   거기서 그렇게 화려한 식사와 함께 칭기스보드카 몇잔으로 몽골의 마지막 저녁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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