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초 짧은 휴가를 얻어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목포로 갈치 낚시를 갔더랬습니다.
대전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차를 몰고 목포로 출발,
6시 반쯤에 목포 대불공단 인근 기사식당에서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다시 목적지로 갔지요...
이미 11월이라 때가 많이 늦은 줄은 알지만...
그래도 갈치가 잡히기만 한다면...
4지(손가락 4개 폭의 너비)급은 될거라..
기대하면서...
사실은 목포에서도 한참을 더 가서
해남군 영호리 별암선착장이라는 곳에서 배를 타고
약 1키로 정도 나가야 됩니다.
그렇다고 해남 갈치낚시.. 라기는 뭣하지 않습니까?
하여간 거기 도착해서는 선주로부터
간단한 낚시 요령을 교육받고 서둘러 채비를 내렸습니다.
<저 멀리 영암군 삼호리에 있는 현대중공업 공장이 보입니다.>
그런데 낚시에 있어서 현실은 언제나 꿈을 배반하는 것...
한참을 낚시해도 간밤에 꾸었던 4지급 갈치는 커녕
2지급도 구경할 수가 없네요...ㅠ.ㅠ
그나마 갈치낚시에 가끔 붕장어(아나고)가 잡혀 올라 옵니다.
<간간히 올라오는 붕장어... 그것도 반갑습니다.>
거기서 갈치가 안낚이고 붕장어만 올라오니
선주가 미안해 하면서 배를 영암방조제 밑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는 붕장어 손맛조차도 볼 수 없습디다...
<배의 일행들... 다 해봤자 3명..>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붕장어 터로 도로 옮겨달라고 해서
다시 처음의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폼은 그럴싸하게 잡았는데... ㅎ>
거기서 낚은 붕장어로 회를 떠서 주안상 차리고...
선주에게 연락해서 점심을 갖고 오라고 했습니다.
<붕장어가 얼마나 잡힐지 몰라 소주 한잔에 안주는 두 점 이하로 제한..>
금준미주(金樽美酒, 이몽룡은 千人血이라 했는데..)를 앞에 두고
넓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으니 마음은 절로 호걸을 닮고...
<갈치낚시 와서 갈치와 연관되는 것은 저 갈치조림 밖에...>
갈치낚시 와서 갈치조림을 반찬으로 식사하니..
그 때까지도 그 날의 낚시가 참담하게 끝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생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ㅎㅎ
<목포 앞바다에서 맞는 밤풍경...>
드디어 밤이 찾아 왔습니다.
본래 갈치낚시는 밤에 주로 하지 않습니까.. 그죠?
그래서 저녁을 든든히 먹고...
특히, 술은 더 든든히 마시고... ㅎㅎ
야간전투 태세에 들어 갔습니다.
<저녁식사에는 전어회까지 나와서 전투의지를 더욱 고취시켜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갈치를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야 이미 예상하고 간 거지만...
그 보다 체내 알콜 농도 과다 분포에 따른 부작용으로
낮에는 그렇게 똘망똘망하던 눈이 새벽 두시가 되자
눈꺼풀의 무게가 천근 만근으로 늘어나더니...
갈치를 잡고야 말겠다는 장한 마음은...
드러눕고 싶은 몸을 이기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선실로 직행...
거기서는 갈치가 많이 낚입디다. 꿈 속에서... ㅎ
그리하여 갈치낚시는 끄~읕!!
대신에 술은 오랜만에 많이 마셨네요..
<밤새 마신 소주... 직원 한명은 운전한다고 두잔 밖에 안마시고, 남은 둘이서... ㅎㅎ>
저 술을 다 마시고 멀쩡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저 술 마시고 잠 잔 우리는 분명 정상인 맞죠?
* 저기 나머지 한병은 철수하는 길에 아침 먹으며 홀랑..
집 근처 와서 점심 겸해서 해장국 한 그릇 먹다 다시 소주 두병..
그 날은 소주가 우리한테 혼 났습니다... ㅎ
이윽고 술도 마실만큼 마시고, 날도 샜으니 철수 결정..
철수하기로 마음먹으니 낚시는 관심이 없고
배의 여기저기를 둘러 보게 됩디다.
밤새 켜둔 조명등을 끄고 이곳저곳 스위치를 만졌더니
부르릉~~ 하면서 시동이 걸리더니 배가 앞으로 전진..
기겁해서 레버를 중립으로 놨더니 배는 더이상 앞으로 안나가는데
시동이 꺼지지를 않는 겁니다.
* 하마터면 그 배를 몰고 북한으로 갈 뻔 했습니다. ㅎㅎ
한참 뒤 선주가 와서 스위치를 어떻게 하니 금방 시동이 꺼지더군요.
미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시동은 어떻게 하면 꺼지나요?" 하고 능청을 떨었습니다.
선주는 내색은 않는데 속으로 "저 X새끼.." 했을 겁니다.
<쓰다 남은 미끼인 빙어를 던져 주었더니 갈매기들이 좋아라 하고 있네요...>
장비를 챙긴 뒤 작은 배로 옮겨 타고 육지로 나오니
왠지 모를 공허감이 밀려 오데요...
뭐하러 여기까지 찬 바람 맞아가며 갈치 잡는다고 왔을까...
그 돈으로 갈치 사먹었으면 몇 배를 먹을 수 있었을텐데...
* 배삯 2일분 X3명... 하니 제법 돈이 되지요...
에라이~~ 썅!!(성질 날 때 이렇게 말하는 거 맞나요?)
다시는 갈치낚시 하나 봐라...
이런 마음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올해도 10월이 되면
다시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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