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던 차에 모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낚시 한번 안가겠느냐고...

 

어디로?

화성(경기도)의 대성지라고 있는데 토종만 키운답니다..

그래? 그러자..

 

不敢請이언정 固所願이라고... 넙죽 약속을 하고서는 그 날을 一刻이 如三秋로 기다렸습니다.

 

서울에서 낚시터까지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어 보니 한시간이면 충분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선,

연휴이니만치 차가 좀 밀릴 거라는 생각에 한시간 반을 계산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서서울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말자 차가 밀리기 시작하는데, 참말이지 항문에

쥐가 나는 줄 알았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차라리 서해안고속주차장이지...>

 

하도 밀려서 비봉IC에서 빠져 나오기로 했던 계획을 급변경, 그 전에 빠져나와 국도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국도까지 차가 밀리는데,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국도도 주차장으로 변하기는 마찬가지.. >

 

어쨌거나 그리 그리하여 약속된 저수지에 도착했을 때는 한시간여 지체가 되었더군요.

  

정말 어렵게 저수지에 도착하여 둘러 보다가 저 멀리 저수지 한가운데서 채비를 넣고 있는 사람이 보여

후배일거라 짐작되어 핸폰으로 전화를 했더니 역시나...

얼마나 반갑던지........

 

얼른 차를 몰아 다가가서는 인사 나누고 짐을 내려 예약된 좌대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람이 장난이 아니네요...

 

게다가 맞바람이라 채비나 던져 넣을 수 있을까가 걱정이 됩니다.

 

후배 말에 따르면 社長께서 밤이 되면 바람 방향이 바뀐다고 했다나 뭐래나...

 

일단 그 거짓말을 믿어 보기로 하고 채비를 던져 넣었습니다.

 

끊임없이 '오늘 낚시는 틀린 것 같다'는 懷疑를 품고.....

 

다행히도 수류탄 같은 봉돌에 몽땅연필 같은 찌를 갖춘 대물채비라 대충 앞으로 던져지기는 합디다.

 

후배에게 난 다대편성을 해야겠다고 했더니 다대 편성하려면 좌대를 타야 될 것 같다고 해서

좌대를 탔는데 좌대 바닥을 시멘트로 도배를 해버려 나사못을 박을 수 있는 곳이 여의치 않아 다대편성이

곤란하여 5대만으로 점빵을 꾸렸습니다.

(5대도 다대라면 할 말 없고...)

 

<3.2 X 2, 3.6 X 2, 4.0 X 1 / 나중에 3.2 두대 추가>

 

그렇지만 밤에 바람 방향이 바뀌기는 커녕 태풍이 불어 낚시는 완전히 물 건너 간 것 같네요.

 

 

그래서...

내 특기 알죠?

전만 피면 술마시는 것...

 

후배가 남을지도 모르겠다며 준비해 온 소주 댓병 하나와 작은병 하나를 둘이서 아껴가며 한잔 한잔 또 한잔...

 

그러다 보니 사실 술이 좀 모자랐습니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콱콱 쌓일라는데 그나마 그 곳 사장이 끓여주는 김치찌개가 맛이 있었기에 스트레스가

많이 감해졌습니다.

 

김치찌개 남은 국물에 라면 넣어 끓인 잡탕국수는 더 맛이 있었고요...

 

술과 함께 낚시를 제의한 후배에게 별 영양가 없는 조언도 하면서 새벽을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바람이 자면서 낚시가 좀 될라나... 하고요..

 

<후배의 저 표정... 잘못하면 맞을까 봐 걱정이 되는지...>

 

그러나 그 놈의 바람은 끝내 잠자지 않고 새벽까지 끈질기게 불어 재끼더군요..

(결론 : 바람은 밤잠이 없다..)

 

하여간 그런 상황에서도 후배는 피라미에, 붕애들을 간간히 올리던데, 아예 대물채비를 내린 나는

괴기에 관심도 없었지만 입질을 하는지 마는지 보이지도 않더군요.

 

<이미 반쯤 눈이 풀어진 저 모습에서 조과는 이미 결정된 듯...>

 

 

에라 모르겠다..

춥기도 춥고, 바람도 계속 불어대니 새벽인들 무슨 기대가 있으랴.. 싶어 계속 자려는데,

후배가 고기가 걸렸다고 다급하게 불러서 나가 보니 글쎄.. 눈먼 괴기 한마리가 걸려 있었습니다.

 

낚싯대 3대의 줄을 모두 감아놓은 채...

 

 

바로 저 놈...

그렇지만 '떡'이라고 지레 판단하고서는 계측 등 불필요한 절차를 아예 생략하고 살림망에 넣었습니다.

 

바로 방생하지 않고 살림망에 넣은 이유는..

아침에 옆 좌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늠름하게 방생하면서 그들의 부러움이나 한번 사 볼까.. 하고요..

(그런데 아침에 방생하면서 주위를 둘러 봤는데 한 사람도 봐주는 사람이 없었음)

 

어쨌던 한마리가 걸렸으니 다른 놈들이 저 놈을 찾으러 오지 않을까.. 기대는 만땅 부풀어 잘라버린 낚시줄

다시 매고 부지런히 새우를 갈아 끼워 또 다른 눈 먼 괴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어디까지나 나만의 기대일 뿐.. 더이상 괴기가 잡혀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의 기억을 하나 둘씩 되새기며 천천히 낚싯대를 거두었습니다.

 

오랜만에 후배와 둘이서 즐겁게 낚시한 게 아니고... 술 마시며 잘 놀았다고 자평하면서 발걸음 무겁지 않게

철수했습니다. 

 

결론??

"꽝"이란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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