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물가에 나가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여
강화도가 가까운 김포의 고막저수지에 갔습니다.
결과는 꽝이었지만, 물가에서 한나절을 보냈다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많이 업되었습니다.
관리형 저수지라 좌대가 있습니다.
일단 32x3. 34x2, 36x2, 40x1... 도합 8대만 폈습니다.
낚싯대가 많다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1만원 받으면서
저한테는 2만원 내라는 걸 밤낚시 안할테니 깎아달라고
사정해서 1만원에 합의...
대를 편성해좋고 보니 찌가 정확하게 직각입니다.
역시 군바리 출신답게 직각을...
'군대'하면 직각아닙니까... ㅎㅎ
앗! 그런데 대형 정찰병이 보이네요...
彼我識別(피아식별)하느라 한참을 지켜 봤는데...
적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수시로 저수지 상공을 한바퀴 비행하면서
괴기들을 제가 있는 쪽으로 몰아주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꽝을 쳤으니 병신같다고 흉을 많이 봤겠네요.
점심때가 가까워지니 배가 많이 고파옵니다.
그래서 좌대 바닥에 붙어 있는 딱지를 보고 잡탕밥에
고량주 한병을 주문했습니다.
운전 때문에 술은 안시키려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거기까지 배달을 안해준다고 해서.....
술은 석잔만 마시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결국 다 마셨습니다.
저녁때 쯤이면 다 깰거라고 자위하면서...
그리고, 밥에 든 새우들은 별도로 모았습니다.
하도 심심해서 배스라도 한번 꼬셔볼까.. 해서요.
요렇게요... ㅎ
허겁지겁 먹는데, 적군이 침투했습니다.
아하~~ 육군이군요...
남의 진지에 마음대로 돌아다닙니다.
앗! 그런데 이번엔 적기까지 출현...
한마리만 보이는 걸로 연출하려 했더니 갑자기 떼로 덤벼들길래
양파 단무지 접시를 든 왼손으로 휘이~ 내�는데
양파 한조각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 아까운 양파...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 놈들 뒤에 분명 배후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도... 적기!
아마 김정일이가 육군과 공군의 특수전병력을 내려 보낸 모양입니다.
반찬접시를 든 왼손과 젓가락을 잡은 오른손으로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결과 적기 1대를 격추시켜 수중창고에 가둬 놓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을 안먹고 출조한 탓인지 잡탕밥 한그릇 다먹고도
양이 차지를 않습니다.
자꾸 옥수수에 눈길이 갑니다.
젓가락이 자꾸 옥수수로 향하는 걸 아직까지 조금 남아있는
군인정신으로 버티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혹자는 군인정신은 제정신이 아니라던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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