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날 별다른 이유없이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다가

낚시 이야기가 나오니 낚시 생각을 참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동료 두명을 꼬셔서

예전에 한번 가본 적 있는 논산 상월면쪽의 구야소류지로 밤낚시를 떠났다.

 

별과 달이 잘보이는 쾌청한 날...

 

 

얼마전 4짜가 나왔다는 제방 오른쪽 모서리에 동료가 앉고...

 

 

대물이 붙을 것 같은 상류쪽에 나와 또 다른 동료가 앉았다.

 

위 동료 자리는 수심이 1m를 조금 넘고, 나와 상류쪽에 앉은 동료의 포인트는

수심이 60cm정도밖에 안되는 곳이다.

 

 

이 사람은 조용한 성격이지만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다.

자리에 앉으면 눈 한번 붙이는 일 없이 꼬박 밤을 샌다.

 

이 날도 내가 낚시가자는 말에 두말없이 따라나섰다.

나를 좋아해서는 절대 아니고, 낚시를 좋아해서...

 

그리고, 그 날도 밤새 자리를 지키며 찌를 감시했다.

 

 

나도 나름대로 수초 무더기 옆에 대를 피고 준비는 할만큼 했다.

살림망에 뜰채까지...

 

저 뜰채와 살림망의 사용 가능성에 대해 생각은 해봤으나 정말로 사용하리라는

확신은 절대 없었다.

 

 

그리고... 가끔씩만 찌를 살폈다.

왜 가끔씩이냐고? 

 

왜냐하면...... 꽝조사이니까...

 

사실은 좌우에 앉은 두 동료들의 상황이 궁금해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며

동태(?)를 파악하느라...

 

그런데 새벽 1시쯤 되었을까??

우측 동료의 방향에서 사사삭~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 동료가 숨을 헐떡이며

내자리로 찾아왔다.

 

이야긴즉슨...

자기 뒤에 뭔 기척이 느껴져서 뒤돌아 봤더니 멧돼지 한마리가 벼이랑 사이로

얼굴을 디밀고 빤히 쳐다보길래, 자기도 꼼짝 못하고 빤히 쳐다보고만 있는데

약 5초후 멧돼지가 몸을 돌려 후다닥 튀어 달아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메때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메때지도 한 철이라더니... 그래서 그런가?

 

하여간 그 동료는 많이 놀란 듯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내곁에서

서있기만 하다가 날이 희뿌옇게 샐 즈음에야 돌아가 채비부터 걷었다.

 

그 다음부터 이 친구에게는 두번 다시 낚시 가자는 소리를 안했다.

가자고 해도 안갈 게 뻔하니까..

 

 

그렇게 저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듯 아침을 맞았다.

초가을 저수지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그 덕에 산 지 얼마 안되는 새낚싯대들이 이슬을 흠뻑 맞았다.

 

 

느긋한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제방 모서리의 동료가

대를 들고 있어서, 괴기를 잡았는지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밤새 말뚝이어서

그냥 대를 한번 들어보고 있단다.

 

가끔씩 찌를 보는 나와 조과 차이가 없다니까 어쩐지 안심이 된다.

 

 

그렇게 아침을 맞고 있는 사이, 내 낚싯대에 붕애 한 마리가 걸렸다.

깔짝이는 피래미 입질을 보이더니 역시나...

 

그래도 그 시점에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래서 기념으로... 사진 한방!

 

 

붕애라도 붕어 종류의 손맛을 본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오늘도 유쾌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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