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7(일)

07:40 혹시 아침 식사가 가능할까 싶어 식당쪽을 봤더니 문이 닫혀 있다.
08:20 식사를 포기하고 숙소를 나서서 가까운 까야오(Callao)역으로 걸어가면서 보니 거리가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난장판인데 그걸 청소부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주말을 맞아 시민들이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며 떠들썩하게 즐긴 흔적들을 지우는 중이었다.

08:40 Callao역에서 #3번 전철을 타고 10분도 채 안걸려 Moncloa역까지 이동, 육상으로 올라왔는데 버스터미널이 안보인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세고비아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자기도 잘모르는지 옆의 아내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지하로 내려가란다.
지하로 두층이나 내려가서 살피니 버스들이 많이 보여 터미널인 건 알겠는데, 어느 플랫폼인지를 몰라 구내 근무자한테 물어서 9번 플랫폼으로 갔더니, 검표원이 다시 8번 플랫폼으로 가란다.
거기서는 OK해서 근근히 예매한 버스에 시간 맞춰 탑승했다.
09:00 정시에 Moncloa버스터미널을 출발, 세고비아로 향했다.

<버스에 이런 모니터가 달려있다>


10:02 세고비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앞으로 걸어다닐 여정을 생각해서 우선 신변정리부터 하려고 화장실을 찾았더니 줄을 서야 한다. 알고 보니 안에서 청소중이어서 빈 한칸에 한사람씩 이용할 수밖애
없기 때문이었다.

설렁설렁 걸어 제일 먼저 세고비아의 알카사르로 향했다.

<세고비아대성당>


10:35 입장권(8유로)을 사고 외관부터 둘러보니 어쩐지 눈에 익다. 백설공주의 城 모티브가 된 유명한 요새로 하도 사진을 많이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안으로 들어가 왕의 행궁으로 갖춰진 여러 방을 비롯 박물관, 전망대 등을 둘러보았다.
그 안의 여러 전시물도 좋았지만, 거기서 내다보이는 바깥의 풀경이 아주 목가적이고 고즈넉해서 정말 좋았다.

<자그마한 예배당도 많다>
<오래된 시가지답게 담도 허물어직 있는데,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세고비아의 알카사르 외관>
<알카사르 내부>
<알카사르 옥상에서 내려다 본 정원>

<알카사르에서 내다보이는 주변 풍경>


11:20 알카사르를 나서면서 보니 한국인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다시 되돌아 걸어 나오는 길에 로마수도교에서 사진도 찍으며 감상하다 배가 고파서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점심을 먹으려고 구글지도로 봐둔 식당을 찾으려 해도 눈에 잘 띄지를 않아 그냥 낯익은 漢字를 내 건 집으로 들어갔는데, 종업원은 모두 현지인이었다.
주문서에 각종 재료들을 체크하면 그걸 모두 섞어 볶아서 내준다. 하도 여러 가지를 섞어서 뭐라고 부르기가 뭣하지만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새우야채볶음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대로 양이나 맛 두루 좋다.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서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동선 주변의 성당과 마요르광장을 눈으로 훑고 지나면서 ‘겨우 인구 3만 정도의 소도시에 왜 이렇게 큰 성당이 지어졌으며, 그 외에도 자잘한 성당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궁금했다.
버스터미널로 오는 길에 현지 축제행렬을 만났다.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 애들로부터 성인까지 고적대와 함께 길게 늘어서서 풍악을 울리며 행진하고 있었는데, 내 계획에 없던 볼거리이긴 하지만 그다지 훌륭한 수준은 아니었다.


13:00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는 우선 매표 창구에서 16:30 출발예정인 버스를 13:30 버스로 승차권부터 바꿨다.
내가 여행계획을 짜면서 이 작은 소도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이다.
13:30 세고비아 출발, 마드리드로 향했다.


14:35 마드리드 Moncloa 버스터미널에 도착, 숙소 방향 전철을 타고 Callao역에 내려서는 절약된 3시간 동안 마드리드 시내투어에 나서기로 하고 24시간용 시티투어 버스 티켓을 사는데, 14유로란다.
‘12유로로 본 것 같은데 그새 올랐나’하면서도 그 티켓을 샀는데, 이게 큰 패착이었다.
ALSA에서 운행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올라 타 그 티켓을 내밀었더니 ‘Bus Touristico’를 타야 한단다.
하는 수 없이 교통경찰에게 그 버스가 서는 곳을 물어물어 솔광장까지 찾아갔는데, 도무지 버스가 오지를 않는다.
그래서 안내 팜플렛을 자세히 읽어 보니 그 버스는 운행 시간이 이미 끝나버렸다.
ALSA에서 운행하는 시티투어 버스는 차량 수도 많을 뿐 아니라 버스에 타서 버스 1층의 차장에게 직접 12유로만 지불하면 되는데, 나는 멍청하게 시티투어용 기념 종이 조각을 14유로나 주고 산 것이다.
또 할 일 없이 거리를 걸으며 힘을 뺐다.

17:00 숙소 근처에 있는 어제 그 식당으로 가서 어제 그 메뉴를 주문하고 맥주를 시키는데, 알바하는 자그마한 아가씨가 내가 어제 마신 맥주 라벨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소한 일에 살짝 감동해서 4유로짜리 맥주를 두병이나 마셨다.
배불리 먹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날도 옆의 만두가게에 들러 만두를 2개 샀다.

자기전에 목이 간지럽고 기침이 나서 물 한모금 마시고, 잘 안 덮던 담요까지 덮고 누웠다.
머나먼 객지에서 감기라도 들라치면 큰 일이라 걱정이 되었다.
잠들기 전에 오늘이 몇일인가 세다 보니 요즘 나는 날짜나 요일 이런거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오늘과 내일’만 생각하며 지내온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우리집 강아지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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