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목)
일찍 일어나 씻고 짐을 정리한 다음 식당을 가보니 예고된 조식시간(08:00)보다 좀 더 일찍 먹을 수 있어서 07:45 식사를 마치고 08:00 숙소를 나섰다.
08:15 숙소에서 가까운 폼발역에서 Az전철을 타고 Sete Rios역으로 가서 버스터미널로 가려는데, 터미널 건물은 눈앞에 보이건만 건너가는 길을 알 수가 없다.
별 수 없이 지나가는 젊은이에게 ‘저기 터미널로 가려면 어느 곳으로 건너가야 하느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자기는 미국 사람이라 잘 모르니 현지인 친구가 설명해줄 것’이란다. 그 친구도 설명이랄 것은 없고 ‘저기 위쪽에 건널목이 있으니 저리로 가라’는 정도.
그렇게 해서 08:30 리스본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08:40 e티켓을 들고 발권창구로 가서 실권으로 바꿔달라니까 그냥 그걸로 타란다.
버스 출발 전까지 시간이 남아 터미널 내부도 돌아보며 신변정리(화장실 이용 등)도 마쳤다.
대기하면서 보니 어느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뭐라고 떼를 쓰더니 50센트를 얻어서 화장실을 다녀온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슬며시 비애감이 스민다.
그리고 이제 여행에 이력이 붙어서 그런가 가슴 떨리는 기대감이란 게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당초에 너무 출장 같은 여행계획을 짜서 그런가?
09:17 버스가 출발하려는데 어느 젊은 여자가 뛰어올라 타더니 휴대폰의 e티켓을 내보이며 내가 앉은 좌석이 자기 자리란다.
나도 종이 e티켓을 내밀며 내 자리라고 했더니 운전기사가 양쪽을 다 확인하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 여자에게 안내양 앉는 자리에 앉으라 하고는 출발한다.
내가 약 2주전에 예매하다 보니 뭔가 전산처리에 오류가 있지 않았나 짐작한 건데 티켓을 2중으로 발급해서 그럴 것이다.
하여간 내자리를 양보하고 내가 전방 뷰가 좋은 그 앞자리에 앉을 걸... 싶었다.
편도 3차선 고속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이라 승차감이 좋다. 거기다 통행량이 많지 않아 소통도 원활하다.
가는 도중 큰 강가에 원자력 발전소기 보인다. 그리고 운행중 같은 회사 소속 운전기사끼리 손인사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같다.
10:45 파티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큰 가방은 2.5유로에 맡기고 성모 발현 성지로 걸어갔다.
11:00 성지 입구에 도착해서 일단 전망을 살피는데, 앞이 훤히 틔어서 시원하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안쪽으로 가는데 약 150여m를 무릎으로 걸어서 예배당까지 가는 두 사람을 보고 퍼뜩 생각이 났다.
신이 어떻게 했다는 전설이나, 신을 예찬하고 숭배하기 위해 지은 웅장하고 화려한 조형물보다 신 앞에서 여리디 여린 인간의 간구하는 그 마음이 코끝이 찡하도록 훨씬 더 나를 감동하게 했다.
예서 내가 뭘 더 구경한다고 애를 쓰랴.. 싶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촛불을 피우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또 무엇이 그리도 간구할 일이 있었을까...
11:40 웬만큼 둘러봤다고 생각되어 터미널 방향으로 돌아나오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는데 중식과 일식 뷔페식당이 보여 갔는데 문이 닫혀있다. 문을 두드리니까 종업원이 나와 문을 열어주길래
‘지금 식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들어오란다.
내가 첫 손님이었다. 식당 안에는 초밥과 면류 음식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한접시를 해치우고 다시 가서 횟거리를 한접시 들고 와서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고 있으니 종업원이 지나가다 보고 화들짝 놀라며 ‘그건 익혀 먹는 거’라며 자기가 요리해줄테니 기다리란다.
좀 있다 갖고 왔는데, 생선은 물컹하고 소고기는 갑자기 딱딱해져서 맛이 반감되었다.
게다가 은근히 식중독이 걱정돼서 정로환을 꺼내 5알 삼켰다. 하지만 종업원이 친절하고 자상하며 음식이 맛있으면서도 값은 싼 그 식당에 호감이 간다.
12:40 버스터미널로 돌아와 큰 가방을 회수하고 기다리며 쉬다 13:10 포르투행 버스가 와서 올라 탔는데, 내 자리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다. 그래서 출력한 e티켓을 내밀며 ‘여기 내 자리 같은데..’ 하니
이 사람도 휴대폰의 e티켓을 내밀며 자기 자리란다. 그러니까 운전기사가 양쪽을 다 확인하더니 나더러 저 뒤에 아무데나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이놈의 Rede Expressos, 아까도 그러더니 또...
아무려나 버스 중간쯤 빈 자리에 앉아 가면서 바깥 경치를 감상했다. 포르투 근처에 가니 경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더불어 기분도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15:10 포르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가방(끌낭)을 끌고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휴대폰의 구글지도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그런데 구글 위성사진만 보면 찾아가기에 간단할 것 같던 그 길이 실제로는 녹록치 않았다.
아무튼 다른 곳 같았으면 한참을 헤맸을 텐데 이 숙소(게스트하우스)의 간판이 큼지막해서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프론트에서 체크인하니 4층의 독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작지만 예쁘다.
방안에 있지는 않지만 나 혼자만 사용 가능한 욕실도 있고...
안내하던 여직원이 ‘비행기로 왔냐’고 묻길래 ‘리스본에서 버스 타고 왔다’니까 ‘리스본이 아름답지 않냐’고 물어 ‘포르투가 더 아름답다’하고 대꾸했더니 답변이 마음에 드는지 환하게 웃으며 ‘그렇지?’ 한다.
포르투는 우리나라 부산의 산복도로 주변 야경이 괜챦게 보이는 것처럼 여기도 바다 같아 보이는 도우루강 주변 경사면에 형성된 도시라 그런지 풍경이 아주 괜챦다.
어쨌거나 짐을 풀어 덜 마른 빨랫거리들을 여기저기 널어놓고 시내로 나갈 요량으로 우선 샤워부터 했다.
16:00 숙소를 나서서 대략 1km쯤 걸어갔을까.. 생각하니 보조배터리를 안갖고 나왔다.
갑자기 휴대폰 배터리 용량이 떨어져 꺼지는 수가 있는데, 휴대폰이 꺼지면 구글지도에 의지해서 길을 찾는 나는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속으로 투덜대면서 숙소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16:20 다시 숙소를 출발하여 포르투 시내를 관통, 포르투대성당과 이름 모를 골목길을 거쳐 도우루강변으로 걷다 보니 버스도 안다니는 곳까지 가버렸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는 싫고, 저 멀리 '아라비다'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뚜벅뚜벅 걸어가며 다음날 들를 계획이었던 카르모성당, 렐루서점, 클레리고스성당, 포르투市廳 앞 광장에 이어 상 벤투역까지 왔다.
다리는 많이 피곤하지만‘이것도 투어’라고 자위하면서 상 벤투驛舍 안 그림들까지 감상하고 역내를 돌아다니다 교통카드를 파는 부스가 보여 거기서 24시간짜리 '안단테투어' 카드를 7유로 주고 샀다.
그런데 막상 그 카드는 시내교통 요금으로 두어번 사용한 이외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기념품으로서의 가치만 지닌 채 책상서랍에 쳐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하여간 길고 고된 하루를 보내고‘이제 오늘은 더 이상 보지말자’고 다짐하면서 숙소쪽으로 향했다.
숙소 가는 길에 보이는 산투 일드폰수성당처럼 눈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고...
※ 포르투 명소 투어에서 느낀 생각...
- 포르투대성당은 포르투의 대표 명소이다. 도우루강 언덕 위애 우뚝 솟아 있으면서 위용을 뽐내는 듯하다.
결혼식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 히베이라광장은 주변 식당들이 의자를 내놓아 그냥 노천식당일 뿐이다. 다만 밤에 식사한다면 야경과 어우러져 괜챦을 것 같다.
- 카르모성당은 명성에 비해 외관이 많이 낡았다. 군사독재 시절이 길어 나라가 많이 황폐해져서 그런가?
- 클레리고스성당은 높다란 탑이 인상적이다.
- 산투 일드폰수 성당도 남루하기 짝이 없다. 카르모성당보다 더...
- 랠루서점은 그냥 서점이 아니라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해리포터 마법학교의 영향으로...
* 그러고 보니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의 마법사 작품 구상을 했다는 마제스틱 카페를 잊고 가보지 못했다.
- 상 벤투역은 소문만큼 멋지지는 않았다. 내 시각으로는...
19:00 숙소로 복귀하던 도중 마르케스공원 옆에 노부부가 운영하는 허름한 스테이크집이 있어서 들어가 영어로 물으니 안통하길래 구글번역기를 돌려가며 비프스테이크와 맥주(2병)를 주문했는데,
훅 불면 날아갈 듯한 쌀밥과 느끼한 스테이크에다 플레이팅 솜씨는 별로지만 양이 푸짐하고 가격도 싸서 만족할 만했다. 리스본에서 먹은 문어 스테이크 22.9유로에 비할 바가 아니지...
그런데 이 식당에서 이상한 것은 노부부가 느릿하지만 열심히 일하는데 반해 30대 아들은 늦게 나타나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건들거리다 간혹 음식을 갖다주는 일만 하는데 영어도 한마디 못한다.
한눈에 봐도 철딱서니에다 소위 말하는 캥거루족 같다.
배불리 먹고나니 다시 시내로 나가 야경을 한번 구경할까 하는 의욕이 되살아났으나 발목이 시큰거려 그냥 숙소로 복귀했다.
귀국한 뒤에 생각하니 도우루강 주변의 멋진 야경을 못본 것이 못내 아쉽다. 참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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