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쿠츠크공항 청사 - 왼쪽은 국제선, 오른쪽은 국내선>
다시 이르쿠츠크로.. |
■ 5. 22(화)
o 리스트비양카 투어
엊저녁 다들 기본 좋게 한잔하고 잔 터라 다들 컨디션이 괜챦은 것으로 믿고 아우들을 데리고 리스트비양카
투어를 나섰다.
리스트비양카는 사실 생태박물관과 체르스키전망대 밖에 볼게 없다.
굳이 하나 더 추가한다면 유람선 투어 정도...
하여간 8시에 숙소를 나서되 모든 박물관이나 전망대 케이블카 등은 10시부터 운영을 시작하므로
숙소에서부터 걸으면서 시간을 맞추기로 했다.
상쾌한 바람과 시원한 풍경을 눈에 쓸어담으며 호기롭게 길을 나섰다.
길가를 연해 늘어선 집들이 참 정겹고 예쁘다.
거기다 바이칼호의 물은 살랑이는 실바람에도 바다를 흉내내듯 철썩인다.
정말이지 아주 정겨운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부르고 답하며 사진도 찍어주고...>
<포트-바이칼이 건너다 보이는 앙가라강 입구>
생태박물관이 있는 앙가라강 입구까지는 잘왔다 싶었지만, 거기서 체르스키전망대를 올라가기 위한
케이블카 출발점까지 걷는데, 오르막에다 계단이지... 하다 보니 드디어 둘째가 주저앉고 말았다.
입술이 탄다며 물 좀 달라고 부탁하는데, 물을 챙기지 않은 탓에 난감했다.
막내가 저 앞에 있는 큰 건물로 가서 물을 구해보겠노라 하길래 그러라고 하고 둘째에게는
그늘에 좀 앉아 있으라고 했다.
물 구하러 간 막내가 너무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서 남은 우리 둘도 어기적 어기적 그 큰 건물로
올라갔다.
가서 보니 그 건물은 콘도였다.
들어가는 문인듯 해서 문을 당겨봤지만 끄떡도 안했다.
할 수 없이 바깥의 나무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니까 막내가 유리병에 든 생수 두병을 사가지고
나왔다.
그 건물 안에 들어가 한참을 헤매다 겨우 매점을 찾아 물을 샀는데, 엄청 비싸더란다.
거기서 둘째가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난 다음 체르스키전망대랑 생태박물관은 포기하고 이르쿠츠크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버스정류장(어제 버스 탄 곳)까지 내려와 노선버스를 타고 리스트비양카 버스종점까지 이동했다.
거기서 곧 이르쿠츠크로 출발하려는 마르쉬루트카가 있었지만 다들 화장실이 급한 상황이라 그 차는
보내고 바로 옆의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 한잔과 함께 급한 볼일도 처리하며 리스트비양카의 경관을
감상했다.
<선착장>
<바이칼호 유람선>
<선착장과 그 너머로 보이는 '바이칼의 서리'>
o 이르쿠츠크로의 복귀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 밖으로 나와 이르쿠츠크로 가는 마르쉬루트카를 탔다.
한시간여를 달린 끝에 이르쿠츠크 시내로 들어서는데, 우리 계획은 중앙시장 근처에서 내려
점심식사를 해결할 심산이었다.
그래서 구글지도를 켜고 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우리 바램대로
중앙시장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얼씨구나...
기사에게 차비(1인당 120루불)를 내고 차에서 내려 우선 식당부터 찾았다.
며칠전 맛있게 먹었던 그집이 우선 고려 대상이었으나 국물 좀 먹자는 둘째의 한마디에 바로
노선을 수정해서 중앙시장 농수축산물센터 3층의 식당가로 향했다.
o 시간 때우기
대충 요기를 하고나서 다시 한번 시장을 대충 둘러보다 우리의 투어 리스트중 하나인 MIG-29 전시장을
가자며 80번 버스를 타고 무난히 접근하던중 구글지도를 뚫어져라 살피던 내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했는데, 너무 일찍 내리는 통에 무려 세 정류장 구간을 걸었다.
<미그-29의 위용>
<전투기 위를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논다. 우리나라 같으면 펄쩍 뛸 일이다.>
<그 옆에는 공군을 홍보하는 게시판도 세워져 있다.>
미그-29 전투기까지 봤으니 이제 더이상 이르쿠츠크에서는 둘러볼 대상이 없다.
거기다 비까지 내린다.
그래서 그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어제 짐을 맡겨둔 숙소를 찾아갔다.
마침 숙소 당직 종업원은 한국말을 할 줄 알고, 우리한테 호의적이던 '비올레타'이다.
비를 맞고 후줄그레 해서 들어온 우리 일행을 가엽게 본건지 그냥 휴게실에서 쉬란다.
그녀가 바로 천사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하바롭스크.
오늘 밤 12시 30분에 이르쿠츠크공항에서 하바롭스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 숙소 휴게실에서 잠시 졸기도 했지만 나는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핑계꺼리를 찾다 구글지도 위성사진에서 보던 항공기전시장이 생각나서 거기 다녀오마 하고는
밖으로 나와 내가 아는 그 뱡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생각보다 한참을 더 걷고서야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눈이 호강했다.
지금은 도태되어 야적장에 그냥 쳐박혀 있는 신세지만 한때는 하늘을 떠다니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긴장시킨 존재들이 아닌가.
<맨 앞의 항공기는 Tu-22 백파이어 전략폭격기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IL-76 대형수송기인 것 같다.>
그렇게 돌아보며 시간을 때운다고 때우는데도 아직 비행기 탈 시간까지는 한참 멀었다.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서 저 구역을 빙 돌아 숙소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으나 나도 이미 체력이
방전된 터라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숙소로 돌아가 아우들에게 내가 방금 목도한 사실을 장황하게 떠벌렸다.
무료하기는 아우들도 마찬가지였을 터, 쉽게 따라나와 현장을 구경했다.
그리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우들이 숙소에 들어가는 걸 보고 나는 이르쿠츠크공항 국내선 청사로 가서 e-티켓을 내보이며
구글번역기로 근무자에게 '여기서 00시 30분이라는 것은 이르쿠츠크 기준 시각이냐'고 물었다.
물론 즉석에서 바로 의사전달이 된 것은 아니고, 한참만에 역시 번역기를 들고 나타난 어떤 스마트한
직원에 의해 답을 들었다.
'00:30은 이르쿠츠크 시각을 말하며, 23;00부터 체크인한다'고...
홀가분하게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휴게실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 아우들을 보니 다시 마음이
불편해져서 또 한번 공항으로 가서 '체크인 시간전이라도 공항 청사에 들어올 수 없느냐'고
물었고, '괜챦다'는 대답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숙소에 와서 아우들에게 설명했더니 그들도
얼른 일어나 짐을 챙기고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러니까 그들도 마음 한켠으로는 부담감을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가 숙소를 떠나올 때 천사 '비올레타'가 '자기는 6개월후 캄챠카반도로 간다'는 말을 듣고
'내년에 캄챠카에서 보자'라고 감당도 못할 약속을 내던지고 공항청사로 이동했다.
공항청사 안에 들어오니 만사가 다 해결된 듯하여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오늘 나는 이래저래 엄청나게 걸었다.
만보기에 의하면 28,894보를 걸었단다.
하여간 공항청사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할 요량으로 청사 안을 돌아다니며 찾아봤는데, 2층 식당 외에는
식당다운 식당이 안보인다.
게다가 나뿐 아니라 아우들도 입맛을 잃은 듯, 나서서 밥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점심때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청사 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짐 보관소 생각이 나길래 가까이 가봤다.
다른 사람 여행기에는 짐 보관료가 개당 200루불이라고 했는데, 그사이에 300루불(24시간)로
인상되었다.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 체크인 시간이 되어 발권하고, 짐 부치고... 좀 있다가 비행기에 탔다.
비행기는 예매했던 아에로플로트항공사 것이 아니라 계열사인 오로라항공 비행기였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정상적으로 이륙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번 여행의 7박째 밤을 비행기에서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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