環바이칼열차 탑승

 

■ 5. 21(월)

 

o 바이칼호로 향하다...

   오늘도 일어나 휴게실 식단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이제 도시락라면과 만두는 기본이고, 거기에다 숙소 종업원 '비올레타'가 휴게실 냉장고에 있는 러시아식

   침채류(김치 비슷)도 갖다 먹으라 해서 염치불고하고 꺼내다 먹으니 이미 성찬이다.

 

 

   <아침 식단 - 연어알통조림과 생수 속에 간밤에 마시다 남긴 보드카 한병이 보인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 이르쿠츠크 숙소를 공항 바로 앞에다 정한 이유가 있다.

   바이칼을 가면서 당일치기는 멋대가리가 없다고 보고, 리스트비양카에서 하루 묵을 생각으로

   큰 짐을 공항내 짐 보관소에 맡기거나 숙소에다 하루 맡길 심산이었는데, 숙소에서 무료로

   하루를 맡아준다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거기다 내일 이르쿠츠크로 돌아와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하바롭스크로 갈 계획인데,

   큰 짐을 끌고 먼 거리를 이리저리 다니지 않아도 되니 아귀가 잘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하여간 숙소에 큰 짐들을 맡기고 작은 가방 하나씩만 메고 '7시에는 차를 타야 된다'며 아우들을

   닥달해서 90번 버스를 타고 이르쿠츠크역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르쿠츠크 시내를 다시 한번 눈여겨 보았다.

   이틀동안 지나다녔다고 이제는 익숙해진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내 생전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이르쿠츠크역사, 그런데 장애물이 많아 멋진 사진은 못찍었다.>

 

 

   <둘째와 한컷>

 

   8시가 채 안돼서 역에 도착하여 이르쿠츠크에서 쿨툭 가는 시외버스 매표소에 갔는데 아직 문을

   안열었다.

   8시 반에 첫차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일찍 왔는데...

 

 

   <이 사진에 의하면 슬류쟌카는 8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차가 있다.>

 

 

   다른 사람들 여럿도 같은 차를 기다리는 것 같다.

   아침부터 마구 닥달한 아우들한테는 미안해서 驛舍 안에 들어가 앉아 있으라 하고는 혼자 밖에서

   꽉 닫힌 매표구가 열리기만 고대하고 있었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아우들에게 수시로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나도 역사를 드나들었다.

   이르쿠츠크역에는 경찰들이 '마그네아이'를 세워두고 출입자를 검색하고 있어서 자주 드나들다 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하여간 그렇게 1시간 정도를 기다리다 驛舍 안의 아우들을 불러서 아무래도 시간이 다 되어가니

   근처에 와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슬류쟌카 가는 버스 칸에 후줄그레한 승합차 한대가 주차한다.

   그래서 다들 우루루 그 차에 탔는데, 그렇게 바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다시 내려 차표를

   끊어야 했다.

   그 즈음에 어떤 아주머니가 매표소로 들어가더니 발매를 시작한다.

   차의 맨뒤 구석자리에 앉았던 나는 어리버리하는 사이에 줄의 맨 끝이 되었다.

   어쨌건 표를 사면서 뭐라고 해야 하나... 걱정하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경으로 '슬류쟌까, 뜨리'

   (슬류쟌카, 셋)했더니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됐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에서 보던 그 032번 마르쉬루트카가 아니라 그보다 차제가 작고 낡은

   '이스타나'인지라 우리 일행이 다 타지 못할까 적쟎이 걱정했는데, 모든 좌석을 꽉 채우고는 일단

   출발은 하니 쪼끔 안심이 되었다.

 

 

    <이 초라한 매표소 앞에서 1시간 반을 기다렸다.>

 

   그렇게 낡은 그 차는 슬류쟌카를 향해 열심히 달렸다.

   큰 고개를 여럿 넘어가는 듯 오르막 내리막을 몇번 반복하며 1시간 반이 가까워지니 바다 같은

   바이칼호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자 이번에는 운전기사에게 '쿨툭에서 내려달라'고 말을 해야 되는데 뭐라고 하지.. 고민하다

   구글번역기를 이용해서 '운전기사에게 우리가 쿨툭에서 내렸으면 한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여 옆사람에게 부탁했는데, 그 사람은 번역기를 좀 들여다 보다가 알았다며

   씨익~ 웃더니 기사에게 뭐라 큰 소리로 전달했다.

 

   그렇게 해서 내렸는데 거기서 내리는 사람이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었다.

   가만 있었어도 해결될 문제였던 것이다.

 

 

   <사진 저멀리 흐릿하게 슬류쟌카가 보인다. 그리고 멀리 산위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있다.>

 

o 바이칼호수에서 추억 쌓기

   사실 이번 우리 여행의 핵심 컨셉은 바이칼호수 탐방이었다.

   그래서 우리 세사람은 바이칼호에서 정신없이 사진들을 찍어댔다.

 

 

   <둘째와 한컷>

 

 

 

 

   <바이칼호 상징탑 앞에서..>

 

 

   <바이칼호반을 걸으며...>

 

 

 

 

 

 

   <쿨툭의 거리>

 

 

   <수온이 찬 바이칼호에서 낚시하는 젊은이>

 

 

   <바이칼호에서 할머니들이 돌을 뒤집으며 채취하던 생선 알>

 

   바이칼호 물에 손도 담가보았는데 아직 엄청나게 차갑다.

   그리고 물은 정말 맑아보인다.

   하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며 바이칼호로 흘러드는 물을 생각해보면 그냥 마실 수 있는 물은 아니다.

 

 

 

 

 

 

 

 

   <쿨툭의 주변 풍경들...>

 

   사진 찍기가 어느정도 시들해졌을 무렵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아름다운 耳順' 카페지기님께서 맛있다고 하셨던 그 집(카페 뽀즈나야)을 찾아 쿨툭의 온거리를

   헤맸지만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에서 뭐라도 사서 먹자며 '아무르 상점'으로 갔더니, 거기 반쪽이 바로 식당이었다.

   거기도 '뽀즈나야'라는 글자는 있는데, 뽀즈나야(운명?)가 하도 흔해서 별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아무르상점 현재 모습>

 

 

   <2년전 모습>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들어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뽀즤 뜨리, 뼬몌니 뜨리'를 외쳤다.

   메튜판은 봐도 쉽게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메뉴판 - 필기체로 적혀 있어서 해독에 장시간 소요 ; 뼬몌니 한그릇 90루불, 뽀즤 한개 45루불>

 

   주인 아주머니는 뭔가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한참만에 음식을 갖고 나왔는데

   뼬몌니가 먼저 나왔다.

   거기에다 '스몌따나' 라는 소스를 넣고 먹으니 아주 흡족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뽀뽀할 뻔했다.

   곧 이어 뽀즤(찐 고기만두)가 나왔는데, 내가 육즙을 옳게 처리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너무 짜다.

   뽀뽀 안하기를 잘했지...

   그래도 식당을 나오면서는 '브쿠스나(맛있다)'라고 해주었다.

 

 

 

 

   <뼬몌니>

 

 

   <뽀즤 - 거의 소태 수준>

 

 

   <주인 아주머니와 한컷>

 

   요기를 하고는 환바이칼열차를 탈 쿨툭역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위치한 수산물시장을 들렀는데,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친다.

   얼른 우의를 꺼내 입으면서 보니 쿨툭 저잣거리에서 그리도 찾던 '카페 뽀즈나야'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수산물시장의 오른쪽에서 첫번째 가게이다.

 

 

 

   <쿨툭의 '카페 뽀즈나야' 현재 모습 - 밑줄의 작은 글씨는 '맛있고 빠르다'는 뜻.>

 

 

   <카페 뽀즈나야 2년전 모습 - 쿨툭 저잣거리에 있었다. 간판이 현재와 똑 같다. 구겨진 부분도...>

 

 

   <눈보라 치는 수산물시장>

 

   수산물시장 가게도 구글지도의 사진들을 볼 때는 가게가 대여섯개뿐이었는데, 지금은 스무개가 넘는다.

   다만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문을 연 가게는 많지 않았지만...

 

   눈보라를 맞으며 사진을 몇장 찍다 맨마지막 가게에서 훈제된 '오물' 3마리를 사서 가방에 집어넣고

   다시 역을 향해 걸었다.

 

 

   <쿨툭역으로...>

 

 

   <쿨툭역 도착>

 

 

   <쿨툭역 간판 앞에서 한컷>

 

 

   <쿨툭역사 앞 철로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막내와 한컷>

 

   워낙 아우들을 닥달하며 다닌지라 쿨툭역에서도 시간이 한참 남는다.

   철로를 따라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한참 지나 시간(현지 14:00)이 되니 저 멀리서 열차가 천천히 다가온다.

   환바이칼열차가...

   그런데 기관차에다 객차는 달랑 한칸뿐이다.

   게다가 열차 탈 때 요령이 없어서 맨나중에 타다 보니 전망이 좋은 좌석에 앉을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전망 좋은 좌석에 자리를 잡자말자 바로 자던데...

 

   하여간 열차는 종점인 포트-바이칼역을 향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84km 구간을 5시간에 걸쳐...

   좀 지겨웠다.

   처음 한번이니까 타는거지, 매일이면 절대 안탈 것이다.

 

 

   <환바이칼열차 이동중 마주오는 관광열차를 피하기 위해 잠시 대기중 둘째와 한컷>

 

 

 

 

 

 

   <환바이칼열차 종점인 포트 바이칼역, 우리가 탔던 열차가 저멀리 보인다.>

 

o 리스트비양카로...

   포트 바이칼역에서 내려 페리편으로 앙가라강을 건너야지.. 하고 생각중인데, 여행작가라는 동구권의

   청년이 다가와 '오늘 페리가 운항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 사람이 모는 보트로 함께 건너지 않겠냐'고

   한다.

   페리를 확실히 알아보고 응해야 하는데, 머나먼 외국에서 이미 자존심이 다 사라진 상태라 무의식적으로

   응하면서 뱃삯이 얼마냐고 물으니 1인당 200루불(약 3,800원)이란다.

   그러자 하고서는 보트 주인을 따라 한참 걸어서 포트-바이칼 항구 바깥의 후미진 곳에 정박중인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리스트비양카로 건너깄다.

 

 

   <후미진 곳에 숨겨서 대놓은 보트에 탔다.>

 

 

 

   내린 곳도 리스트비양카 항구가 아니라 앙가라강 입구쪽에 흔적만 남은 접안시설이었다.

   거기서 상륙하니 바로 버스 정류장이었고...

   페리 승객이 몇명 안되니까 몽땅 몰아 자기 보트로 유인해서 불법으로 도강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하여간 거기서 좀 기다리니 버스가 와서 그걸 타고 리스트비양카(우리네 면소재지 정도)로 가서 내렸다.

 

   일단 숙소에 가방을 내려놓고 식사를 하자며 숙소를 찾아갔다.

   현재 위치를 몰라 헤매다 겨우 구글지도가 작동하여 위치를 확인하고 숙소(게스트하우스)로 갔더니

   우리가 알려준 도착 예정시각이 아니어서 그런지 주인이 없다.

   별수없이 다시 돌아서서 미리 점찍어둔 식당 S카페로 향했다. 

 

 

   <S카페에서의 저녁식사를 끝내고...>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 전망 좋은 3층에 묵었다.>

 

 

   <우리가 묵을 방으로 올라가는 길에...>

 

 

   <베란다에서 본 밤풍경 - 저녁 9시반인데도 서쪽 하늘은 저 모양...>

 

   S카페에서 식사를 충분히 했음에도 '밥배 따로, 술배 따로' 원칙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남겨서 갖고 있던 보드카 한병을 처치하고도 술이 모자라 식사한 곳 근처 마트에 가서 벨루가 보드카를

   한병 더 사 와서는 싹 비우고 잤다.

 

 

   <밤 술상 - 훈제 오물과 연어알 통조림, 그리고 보드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