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오는 주말...
이번에도 고질병을 고치러 비가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물가로 떠납니다. 사무실 동료 3명과 함께...
물이 너무 깨끗하여 괴기가 있을 지 없을 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언젠가 눈여겨 봐두었던 세동지로
향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어 대충 36대 하나를 꺼내 떡밥 버무릴 시간도 없어서 그냥 옥수수를 한알씩 꿰어
상류 오른쪽 가생이쪽으로 붙여 던져 넣었습니다.
수심 50센티 정도...
<상류에서 바라본 세동지 槪觀>
어라?
던져넣고 얼마 있지 않아서 캐미라이트가 살짝 오르는 듯 하더니 갑자기 왼쪽으로 끌려가며 사라집니다.
잽싸게 낚아채는데, 힘을 좀 씁니다.
그런데 잠깐 힘쓰는 듯 하더니 이내 포기한 듯, 맥없이 딸려 나오네요. 9치는 되는데도...
다들 물 맑은 계곡지 붕어는 힘이 좋다고 했는데, 누가 이 저수지에다 정력 감퇴제를 풀었나?
아니면 자수정 드림 36대의 위력 때문인가?
<이 사진은 버리기도, 올리기도 그런... 여백을 채우는 정도의 의미만으로..>
일단 잡은 괴기를 들고 다리를 절룩이며 동료들에게 자랑하러 그 먼(?) 길을 돌아갔습니다.
동료들은 낚시 시작과 함게 올라온 붕어를 보고 이 저수지에 괴기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살짝 배 아파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살림망을 빌려 괴기를 넣어두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4명이 비를 안맞고 식사하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SUV 두대의 꽁무니를 마주보도록 한 다음, 뒷문짝을 열고
차 안에다 음식상을 차려서 두명은 차안에 들어앉고 두명은 차 밖에 서서 식사를 했습니다.
잘 먹고 마시고, 각자 흩어져 낚시 모드로 전환...
펴놓은 36대에 옥수수를 꿰어 던졌는데, 아까와 같은 현상이 다시 일어납니다.
얼른 챔질해서 당기는데 아까랑 힘도 비슷합니다.
힘 좀 쓰다 이내 질질 끌려나오는 모습까지...
체형이 날씬해서 계곡지 붕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가까이 자리한 동료가 와서 보고
'에이~ 수염 달렸네..' 해서 자세히 보니 진짜 긴 수염이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수염이 한쪽에만 달려있네요. 면도하다 식사하러 나와서 그런가?
하여간 이 돌연변이 잉어는 앞으로 '외수염잉어'라고 명명해야 되겠습니다.
연이은 수확에 기대는 하늘만큼 부풀어 발앞의 수초더미 옆에 21대 하나를 더 폈습니다.
하지만 이내 괜히 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새 말뚝이었기에...
밤이 깊어지니 수온이 많이 내려간 탓인지 입질이 뚝 끊깁니다.
슬슬 게으름이 생기면서 술 생각이 납니다.
동료들을 불러 모아 술 사오기 복불복을 제안하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당번을 정하고..
술과 안주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자리에 앉아 낚시를 합니다만, 이미 마음속은 술당번이 빨리 오기만
기다립니다.
이윽고 술당번이 도착하고... 저녁 먹을 때의 자리 모양을 다시 갖춰 술을 한잔씩 걸쳤습니다.
술을 다 마시고 나니 술이 좀 모자랍니다만 다시 술을 사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 낚시할 사람은 낚시하고, 잘 사람은 잤습니다.
물론 나는 자는 쪽이었지요...
잘 자고, 날이 좀 밝아져서 다시 낚시를 했습니다만, 꼬맹이들만 걸려 올라옵니다.
동료들의 조과를 물어 보니 상류쪽에 앉은 사람이 9치자리 붕어 한마리를 올렸을 뿐 다른 2명은 꽝이랍니다.
'아침 해장하러 가자'니까 다들 반가워하는 것이 다들 이미 지쳐있는 모양입니다.
살림망을 뒤집어 괴기들을 다 풀어주고 금방 문을 연 해장국집으로 가서 술로 또는 몰황으로 쓰린 속을
달래고 해산했습니다.
<9치, 6치, 4치 붕어와 8치짜리 발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