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평일 속에 주어진 휴일을 맞아 또 출조를 감행한다.
술김에 약속했던 골프 계획은 동료들에게 "이번에는 뭔가 일을 낼 것 같으니
좀 봐달라"며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고...
사실, 정말 일(?)을 한번 터뜨릴 줄 알았다.
전날 밤 꿈에서 잘하면 이번에 일을 낼 수도 있다는 啓示 비슷한 것을 받았으므로..
그래서 평소에 안쓰던 대물채비를 준비했다.
자수정 드림대로만 채워진 대물가방, 자립식 받침틀 등등...
그런데 아쉽게도 일을 낼 수 있을 만한 장소를 계시받지 못했다... ㅠ.ㅠ
어찌 되었든 일단 6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재빨리 준비해서는 논산 상월면에 있는
병사리지를 찾아가 포인트를 살폈더니 만수위에 물색도 좋고 느낌도 좋으나
길가에 세워둔 차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 50대 중반의 체력으로는 무거운 대물채비를
져나르기에 벅찰 것 같아 포기...
이어서 산고개 하나 너머에 있는 구야소류지에 갔더니 역시 만수위에 물색도 좋은데
여엉~ 'Feel'이 안받쳐줘서 다시 포기...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지난 1~2월에 많은 수의 월척을 뽑아냈다는 석종지..
하지만 그렇게 2시간이나 허비하고 찾아간 그 곳은 물색도 맑은데다 전보다
수위가 많이 낮아져 있어서, 여기도 아니다.. 싶지만 더이상 길바닥에서
시간을 낭비하기도 그래서 간밤의 계시(?)는 잊기로 하고 대물채비 사열식이나
하는 것으로 목표를 급히 수정했다.
<저수지 상류쪽..>
받침틀을 설치하고, 가방에서 받침대와 낚싯대를 하나씩 꺼내 거치하는데
앉은 자리 바로 뒤의 밭주인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낚시꾼들이 더덕밭을
다 망가트려 놨다'며 가라고 고함치시는 걸 평소 내 체질과는 전혀 다른 꼴로
자세를 낮추어 최대한 공손하게 "속이 많이 상하시죠.." 등 아부성 멘트와 함께
밭 울타리 작업을 거들어드리며 정성을 기울인 끝에 그럭저럭 반허락을 받고
점빵을 다 차렸다.
그 바람에 낚싯대 다 피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저수지 중류 좌안...>
어쨌든 대를 다 피고 나서 지렁이를 듬뿍 달아주려고 바늘을 걷어내서 보니
이런!! 청태가 걸려나온다.
어쩐지 수심을 맞추려 첫대를 던질 때, 첫방부터 정확히 맞더라니...
어무이~~ 우째야 좋을까나요... 예?
'얘야! 다음부터는 바닥 상태부터 확인하고 대를 펼쳐라...'라는 은은한 대답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
이 단계에서부터 꿈속의 계시는 정말로 잊었다.
<저수지 제방쪽..>
지렁이를 5마리 세트로 달아 대를 던져 넣는데, 3.6대까지는 그런대로 괜챦지만
38대 이상은 힘이 든다.
2년전에는 4칸대도 거뜬했는데, 그러고 보니 앞치기 한계치는 1년에 0.2칸씩
줄어드나 보다.
아~~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3.4대가 한계인데...
3.8과 4.0대는 신경을 많이 쓰는데도 자꾸 다른 대나 받침틀에 걸려 미끼가 떨어진다.
무거운 봉돌 때문에 채비가 좀 쳐지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다 피고나니 벌써 오른쪽 팔뚝이 뻐근하다.
<대를 다 핀 기념으로 한 컷!>
3.4X3, 3.6X4, 3.8X2, 4.0X2... 해서 도합 11대.
이제껏 낚시하면서 최고로 많이 폈다.
지금까지는 10대가 최고인데... ㅎ
<낚싯대 로고가 전부 나오도록 해서 찍었는데, 안보이네..>
이제 한숨 돌릴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니 또 잡생각이 고개를 든다.
전에 이야기한 바 있다시피 내 체질에 철학적 사유는 애시당초 거리가 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잡생각을 안할까.. 하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있는데, 오랜만에 햇볕이 나면서 덥다. 옷을 많이 껴입기도 했지만..
속옷은 이미 다 젖었다.
위에는 한 꺼풀 벗고 내피차림으로 앉아서 파라솔을 쳤다.
그제사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좀 쉬는데, 동료 조우한테서 전화가 온다.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아침에 전화를 제때 못받았노라.. 미안해 하면서
지금 어디냐고 물어보더니 곧 그리로 가겠단다.
솔직히 당신만이라도 딴데로 가라고 하고 싶었으나, 너무 심심하던 차라,
장소를 알려주고 오라고 했다.
동료가 낚싯대 다 피면 '자리 옮기자'고 하려고...ㅎ
동료는 도착해서 제일 먼저 낚싯대 펴놓은 모양을 보고 '멋있다'는 감탄과 함께
사진 한방 박아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박힌' 모습이 아래 사진에 보이는 꼴이다.
그렇게 한참 있으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동료가 자기는 아침 겸 점심을 먹었으니 혼자 점심을 먹으란다.
바로 옆이 죽X가든이라 들어가 화장실부터 해결하고 식탁에 앉아
주문을 하라는데, 메뉴판을 보니 한끼 식사를 때우는 곳이 아니라
아예 저녁에 회식하는 그런 곳이다.
주인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나와서 주섬주섬 낚싯대를 걷고 있으려니
갖 도착해서 제방쪽에 대를 다 펴놓은 동료가 '왜 철수하느냐'고 물어온다.
'여기서 1km 떨어진 향X식당에서 식사하고 와서 제방쪽에 다시 대를 피겠다'고
했더니 자기는 내가 식사하는 동안 입질을 좀 기다려 보다가 내가 식사 끝나면
함께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탑정지로 자리를 옮기잔다.
그러마.. 하고 향X식당으로 가서 빨리 나오는 메뉴가 뭐냐고 물어 백반을 시켰다.
시골식당이라 나이가 제법 든 두 아줌마와, 역시 늙수그레한 또래 아저씨 둘의
걸걸하고 진득한 대화가 식욕을 방해하는 것 같아 허름하게 차려진 된장찌개 백반
한 상을 뚝딱 해치웠다.
똥 이야기하며 웃다가 문득 손님 생각이 난 듯, '우리는 괜챦은데 손님이...'하며
애써 고객의 입장도 한번 진단해보길래,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고 굳이 인상이야
쓸 필요가 뭐 있겠나.. 싶어 똥씹은 듯한 얼굴이나마 어색한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그런저런 연유가 있은 뒤에 우리는 다시 탑정지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주말 블루길 손맛을 많이 본 그 곳으로...
2시경 탑정지에 도착해서 보니 지난 주말보다는 낚시 여건이 아주 좋아졌다.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약해졌다.
간밤의 계시가 다시 고개를 든다.
이번에는 차에서 가벼운 떡밥채비 가방을 꺼내 메고 50여m를 걸어 들어가서
3.6대, 3.2대, 28대.. 3대만 폈다.
몽땅 지렁이 외바늘 채비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꿈속에서 계시된 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중간에 시원한 저수지 바람을 옆으로 맞으며 좀 졸기도 하면서...
그러나 나한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조과? 나한테 조과를 물어보면 항상 곤혹스럽다.
철수할 때 보니 구구리가 달려온 3.2대 하나 빼고는 처음에 달아둔 지렁이가
낚시바늘에 산 채로 변함없이 달려 있었다.
역시나.. 계시라고 생각했던 간밤의 꿈은 끝내 개꿈으로 판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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