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도 별로 없는 몸이 휴가 나가겠다고 말하기가 저어하지만 모처럼 작정하고
어렵게 휴가를 냈다.
그러나 팔자에 없는 휴가를 내고 보니.. 젠장... 출근할 일이 생긴다.
사흘 휴가 동안 이틀이나 출근... 이것도 휴가라고.. ㅠ.ㅠ
할 수 없이 첫날 출근해서 오전시간 동안 일을 끝내고 나니, 오후엔 뭐하나..
걱정 아닌 걱정거리가 대두된다.
에라~ 낚시나 가자...마음을 굳히고 논산 인근의 저수지를 주욱~ 돌아보았다.
하지만 저수지란 저수지는 모두 바람이 세게 불어 낚시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천막으로 가려 바람을 좀 막아주는 손맛터로 향했다.
논산 IC 인근의 대박낚시터... 이름대로 대박이나 맞아 봤으면...
3.2대를 위시하여 2.9대, 2.7대 3대를 피고, 손맛터 붕어들의 입맛에 맞게끔
떡밥과 글루텐으로 시작...
손맛터인 만큼 그동안 한번도 쓸 일이 없던 뜰채까지 펴놓고...
30여분간 간간이 의도적인 헛챔질을 하면서 밑밥을 주고나니 찌가 조금씩 꼬물거린다.
손맛터 괴기들의 습성이 낯설어 몇번이나 헛챔질하다가 드디어 한마리...
애당초 찌를 끌고가는 입질인 만큼 잉어일거라 짐작하고, 가는 목줄이 터질세라
조심조심 끌어내면서 나름의 손맛을 즐겼다.
그래서 옆사람에게 쪽팔림을 무릅쓰고 부탁하여 내 핸드폰으로 한 컷!
그 뒤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걸려 입이 당나발 된 붕어 두어마리를 더 낚았으나
사진을 찍을 가치도 못느끼기에 생략...
개어 놓은 떡밥이 아까워 6시까지 앉아 있다가 날씨도 더 추워지고, 배도 고파서
미련없이 철수했다.
대물낚시 입문했다고 동네방네 다 떠들어 놓고 떡밥낚시, 그것도 손맛터에서
이게 무슨 꼴인지... ㅎㅎ
둘쨋날... 또 다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손맛은 보여줄 것 같은 대형지,
공주 인근의 중흥지로 방향을 잡았다.
관리실에 도착하여 사장에게 입어료 1만원 내고, 조황이 어떠냐고 물어 보니...
며칠전에는 좀 나왔는데, 오늘은 날씨도 차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안나온단다.
아예 안나온다?
웬만하면 잘안나온다라고 할텐데, 사장이 저렇게 말할 정도이니 알 쪼 아닌가?
이미 꽝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천하가 다 아는 꽝조사 아니던가...
내가 꽝칠거란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밑져 봐야 손해... 아니 본전이라...
찍소리 않고 저수지를 둘러 보다 그나마 사람들이 좀 앉아 있는 건너편으로 가서
내 나름대로 이모저모 재보고, 해가 나면 수온이 가장 빨리 오를 것 같은 장소를 택해
전을 펼쳤다.
앉을 자리에서 건너편 수몰나무를 보고 눈대중으로 받침대부터 대충 방향을 잡아
한 대, 두 대... 낚싯대를 거치했다.
낚싯대 펼 때의 그 들뜬 마음... 언제라도 한결같은 그 마음...
사실 그걸로 낚시는 끝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나한테는......
<낚싯대 왼쪽의 저 쓰레기들은 대 피고 바로 수거하여 처리했음>
맨 왼쪽의 2.5대부터 2.7대, 2.9대, 3.2대, 2.8대(요놈은 風雲이라고 비싸기만 하고 힘은 없는..)
5대를 펴고, 지렁이와 떡밥, 옥수수를 이리저리 섞어 붕어 비빔밥용 짝밥 채비로 시작했다.
그런데 대를 다 피고 나니 눈발이 날린다.
한쪽에는 햇볕이 들고, 한쪽에는 구름이 두껍게 지나가면서 눈가루를 날리는데...
기분이 참 좋다.
기분이 좋아서 좋은 게 아니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예까지 왔는데..... ㅠ.ㅠ
좀 있다 보니 왼쪽에 있던 몇사람들이 전부 철수해버렸다.
그래도 좋다.
혼자라서 더 좋다.
무조건, 억지로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앉아 혹시나 올지도 모를 붕어를 기다리고 있는데...
맨 오른쪽의 지렁이를 달아놓은 2.9대 찌가 스르르 잠기는가 싶더니 다시 왼쪽으로
슬슬 끌려가길래 힘껏 챔질했으나 빈바늘만 달려 나온다.
하도 오랜만의 입질이라 기대가 컸는데 너무 허망하다.
허탈감을 누르며 다시 미끼를 달고 던지려는 순간...
이번엔 오른쪽 2번째 3.2대에서 찌가 천천히 솟구쳐서 들고 있던 2.9대를 얼른 내려놓고
3.2대를 잽싸게 잡아챘더니 어라? 힘깨나 쓴다.
* 아마 한 놈이 이 대, 저 대를 다 건드린 듯...
오케바리!! 최소한 8치는 되겠다.. 생각하고 끌어내면서 보니 뱃때지가 허옇다.
이런 닝기리~ 배스구나... 생각하면서 당장 하옥..이 아니라 사형을 집행하려고
번쩍 들어올리는데 그만 받침대에 부딛혀 떨어지고 말았다.
그 짧은 순간, 참 벼라별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내 복에 무슨 고기 구경하겠어? 라는 자괴감,
또 한가지는 저 놈을 방생하면 위법인데...라는 죄의식.
그렇지만 배스가 자동방생된 것이 나의 고의는 죽어도 아니고...
미필적 고의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그럼 과실인가?
억울하지만 과실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난 내 과실로 법을 위반했으니 기소가 되어야 하나?
고의로 방생하면 300만원인가 벌금인데, 과실로 방생했으니 대략 500원 정도?
혼자 마음속으로 기소하고 판결까지 하는 법원놀이를 했다.
배스 한마리 떨군 일로 괜히 글이 길어졌네...... ㅎㅎ
하긴 그 사건(?) 말고는 始終 아무 일이 없었으니 이 조행기의 많은 부분을
할애할 만 하다고 스스로 억지 논리를 내밀 수 밖에 없다.
관리실에 전화해서 점심을 주문했다. 김치찌개...
5분 정도 지나 오토바이가 오더니 바구니를 하나 내려놓는다. 값? 5천냥...
5천냥에 이만하면 성찬이다.
점심을 먹고나니 다시 무료해진다.
무료하다 보니 온갖 雜想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는 철학적 思惟가 제격인데, 도대체 이 놈의 머리 구조는
어떻게 된 건지, 휴가 마지막 날인 내일 출근해서 해야될 일거리만 떠오르니...
철학적 사유나 명상은 커녕, 휴가를 휴가답게 즐길 줄 아는 여유조차 없이
하루 하루 밥만 축내고, 나이만 쌓아가는 내 자신이 적쟎게 실망스럽다.
눈 앞에 있는 좌대에 잠시 눈길이 머문다.
주황색 지붕이 화려해 보여 시선을 끌어들이나 보다.
언젠가 산란기 특수를 맞으면 저기도 사람들이 넘쳐나겠지?
여기저기 돌아보다 이제는 일어나 자리한 곳의 뒷쪽까지 눈을 돌렸다.
산길로 통통거리며 오르는 저 경운기를 보며, 35년전쯤 대학시절...
시골 가서 봉사활동 한답시고 모래, 자갈 등등 짐을 실어 나르며 힘은 들어도
즐거웠던 그 시절을 기억해냈다.
그 시절에는 꿈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로 촛점을 맞췄다.
초봄의 희뿌연 바탕에 빨강 주황 검정 등 형형색색으로 채색된 지붕의 나즈막한 시골집은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정말 고향 같다.
갑자기 고향에 가보고 싶어진다.
에이.. 잡생각만 하느니 집에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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