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해오던 대구지역 동료 조사들과의 합동출조...

올해는 대구팀 주관으로 경북 예천에서 14명이 모였습니다. 

 

제 휴가에 맞추어 어렵게 날을 잡았습니다.

제가 안가더라도 행사를 추진하라니까, 제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얻기 힘든 휴가를 이번 행사에 몰빵했습니다.

 

하여간 이 놈의 인기는... (착각은 자유?)

 

 

서로 인사들을 나누고 동료임을 확인하는 기념사진 한 컷...

 

 

행사를 주관한 후배가 며칠전부터 물반 고기반이었다는 저수지를 비롯, 이 못 저 못... 예천 인근의

온 저수지를 다 탐색한 뒤 어렵사리 선정한 운암저수지...

 

 

하루 전날만 해도 수심이 1미터 이상은 됐는데, 밤새 물을 50센티나 뺐다며 후배가 아주 계면쩍어 합니다.

 

"그래? 괜챦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무슨 고기를 잡냐. 술이나 마셔야지..."라며 위로하고

곧장 입낚모드로 돌입하려 했더니, '그래도 대는 펴야 되지 않느냐'고 해서 일단 대는 폈습니다.

 

대를 펴 보니 29대나 36대나 전부 수심이 50센티 정도.. 바닥이 편편합니다.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그만큼 물을 많이 뺐다는 이야기겠죠.

다만 더이상 배수를 안해서 수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사실만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각자 대를 다 피고 입낚을 위해 본부석으로 모였습니다.

 

저는 현장에 도착하기전 점촌에서 쏘가리 매운탕과 함께 소주를 한병 가까이 마신데다 낮술이 들어가니

바로 약발 받아서 쓸데 없는 소리들을 쏟아 내놓았습니다.

 

별 쓰잘데 없는 소리라도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저 동료들이 거저 고마울 따름이죠...

 

 

본래가 허접꾼인지라 입낚의 즐거움에 푹 빠져 술이 다 떨어지기전까지는 자리를 잘 뜨지 않습니다.

 

먹을 만큼 먹고, 마실 만큼 마신 뒤 자리에 앉아 낚시 비슷한 짓을 해보려 흉내를 내 봅니다.

 

 

자뭇 진지한 모습으로 미끼를 달고는 있으나 조과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도 없고, 기대도 않습니다.

거저 흉내만 낼 뿐...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본부석 바로 앞이라 절대 입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제 자리에서 첫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끌어내 보니 8치...

일행중 처음으로 손맛을 봤습니다.

 

불과 8치인데도 다들 그 날의 예상되는 조황을 감안한 듯, 동료들은 '오늘의 장원'이라고 속단합니다.

 

 

속없이 좋아하고 있는데, 다시 34대 찌가 솟아 오릅니다.

잡아챘더니 이번에는 25센티급 배스네요..

 

살림망에 집어 넣는다고 넣었는데, 나중에 동료들이 와서 고기 구경한다며 망을 들어올렸을 때

그 놈의 배스가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살림망 입구를 잘못찾아 그냥 방생했나 봅니다.

 

그 뒤로 또 32대에서 입질이 한번 더 찾아 왔는데, 또 배스 30센티급...

 

밤 10시쯤 되니 눈꺼풀이 천근 만근 되는 듯해서 동료들이 붕어를 맞이하기 위해 사투중인 분위기를

외면한 채 텐트로 들어가 잤습니다.

후두둑~ 소나기 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

.

.

아침이 되어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바닥에 물이 고여 흡사 물침대 위에서 잔 것 같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저수지 풍경을 감상하다 어기적어기적 기어나가 대를 살펴 보니 전부 밤새 안녕입니다.

 

옆에서 낚시하던 후배가 50센티 전후되는 배스 한마리를 잡아 제 살림망에 넣어둔 것을 제외하고는

엊저녁과 달라진 상황이 전혀 없습니다.

 

바로 옆의 동료는 밤새 입질 한번 못받았다며 툴툴대고 있고...

"떡밥만 쓰니 그렇지.." 라며 한소리 하려다 운전을 담당한 그를 괜히 약올렸다가는 돌아가는 길이

잘못될까 염려되어 참았습니다.

 

좀 있다 해가 뜨니 햇볕이 많이 따갑습니다.

 

그래서 "철수하자"고 고함쳐 모두에게 알렸습니다.

더 이상 입질도 없고.. 더 앉아있어 봤자 꽝일테니 다들 주섬주섬 대를 걷습니다.

 

 

저도 대를 걷기전 살림망을 꺼내 붕어는 다시 물로 돌려보내고, 배스들은 저수지 가생이의 양지바른 곳에

땅을 파고 다음 세상에서는 붕어로 태어나서 꾼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라.. 명복을 빌며 고이 묻어주었습니다.

 

 

예천으로 가면서 시상품으로 낚싯대, 받침틀, 유명 낚시인 서명이 된 찌들을 갖고 갔지만 계측은 하나마나

동료들이 애당초 예상한 대로 저 말고는 상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행사 준비하느라 애쓴 현지 동료들이

알아서 나누어 쓰라며 소액의 금일봉과 함께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샤워후 나른한 몸을 뉘고 한숨 잤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만난 반가운 동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과연 내년에도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추억의 한 장으로 고이 담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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