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라면 누구나 다 똑같겠지만 주말마다 의례히 생각나는 낚시...
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
언제 무슨 일이 갑자기 생길까.. 조바심 때문에 멀리 가지도 못하고 집과 가까운
인근의 조그만 소류지로 떠납니다.
대물낚시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은 다 났는데, 요즘은 무거운 가방 메기도 싫고
열대 이상을 펴고 접는 것도 귀챦아 가벼운 떡밥낚시 가방으로 챙겨서...
언제나 동행해줄 수 있는 가까운 직장동료들에게 연락, 단출하게 세명이 모여
역시 가까운 동네서 저녁을 챙겨먹고 의논 끝에 2번지(?)로 결정.
서둘러 대를 폅니다.
이윽고 해가 지면서 찾아온 어둠을 무기삼아 낚시를 시작하는데...
어분을 섞은 떡밥과 지렁이를 준비해서 짝밥채비로 던져 넣었더니 이놈의 찌가
고장이 났는지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 잠기는 입질.. 후다닥 올리는 입질..
휙~ 잡아채면 빈 바늘...
지렁이를 지느러미로 붙잡고 입으로 베어먹는 듯 합니다.
어쩌다 스르르 잠기는 입질에 챔질을 했더니, 애걔... 두치짜리 붕애가 나오네요.
턱밑이 걸려서...
동료들에게 교통사고라고 이야기는 못하고, 그냥 붕애 걸었다고 했지요...
그래도 마수걸이인데...
그리고 계속해서 두번이나 챔질했을 때 걸려나오는 두치짜리 빠가...
세상에!! 그렇게 작은 빠가사리를 걸어올리기는 처음이네요...
그러던중 옆에 앉은 동료는 굵직한 미꾸라지를 한마리 걸어 올려놓고 손을 못대
어쩔 줄을 몰라하고..
달려가 미꾸라지를 떼어내주면서 앞으로 지렁이를 쓰지말자고 했습니다.
떡밥만 달아 여러번의 헛챔질로 어느정도 집어를 시켜놓고 좀 더 있으니
본격적으로 어신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5치, 6치, 또 5치, 또 6치, 또또 5치, 또또 6치 순으로...
동료들도 마찬가지...
자그만 저수지에서 '쐐에액!'하는 챔질 소리가 연이어 울려퍼집니다.
동네 옆의 작은 소류지이지만, 어자원은 이미 확인되었고, 배수도 안됐고,
수심도 1미터 30센티 정도로 뭐라 탓할 수 없는데, 몇시간 동안 동료들 셋 모두
대여섯치와 씨름을 하다 보니 낚시를 시작할 때의 그 열정은 벌써 식어버려
철수를 희망하는 듯 보입니다.
"남은 떡밥 다 쓰고, 12시 정각에 대를 걷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를 다 걷고 철수하면서 갑자기 시장끼가 느껴져서 '야식이나 먹고 집에 가자'고
선동하여 예의 그 동네에서 야식집을 찾아가 내장탕으로 뱃속을 채우며
오늘의 조과에 대해 진지한 의견들을 제시했습니다.
결론은 '그래도 이 근처 낚시터중 최고다'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붕어에 굶주렸으면 이럴까.. 라는 연민과 함께
내가 이 사람들과 함께 계속 낚시를 다녀야 하나... 라는 고민이 생깁니다만
소박한 그들의 모습에서 천사같은 순수함이 엿보입니다.(뻥이 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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