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 입대를 앞둔 아들녀석을 구워 삶아 낚시터에 자주 데리고 다녔다.
내가 더이상 낚시를 다닐 수 없을 즈음에 저 수많은 낚싯대를 아들녀석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으로...
고등학교와 재수시절을 거치는 동안에는 두번 정도인가 낚시를 데리고 갔는데, 낚시에 취미가 없던 이 녀석이
지 에미한테 "엄마 나 좀 구해줘.."라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 아내가 나를 꾸중(?)하도록 만들더니, 이제는
군소리 않고 낚시를 따라 오는 게 여간 기특하지 않았다.
하긴, 최근 5년간은 유학이랍시고 외국에 나가 있는 통에 1년에 한번 짧은 기간만 만날 수 있는 실정이었던 지라
녀석도 이제는 애비 마음을 좀 헤아려야겠다는 심산(心算)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4년전 이랬던 녀석이 이제 애비를 따라 낚시를 다닐 정도가 되었다.>
아니면 어릴 적 물가로 따라다닌 경험이 많아서 마음속 저 한켠에 숨어있던 물에 대한 향수가 발동했는지도
모를 일이고...
지난 주에도 금요일 저녁 무렵.. 주말인데 뭘할까.. 하고 생각하다, 아들한테 '군대 가기전 마지막으로
낚시나 한번 더 가자'했더니 웬일로 선뜻 따라나선다.
2.5대와 2.7대 두 대를 받침틀에 장착해주고 내 낚시 채비를 하고 있는데, 아들이 먼저 너댓치되는 붕어를
끌어낸다. 아들에게는 그것이 누구의 조언도 없이 자력으로 잡아낸 최초의 붕어였다.
그전에는 항상 솟아오르는 찌를 보고 내가 '지금 채!'라며 이야기를 해줘야 됐었다...
그날은 그렇게 해서 아들이 자기 실력으로 일곱마리를 잡아냈다고 엄청 자랑한다.
9시쯤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내려서 좀 기다렸다가 밤 11시쯤 철수했는데, 아들녀석이 기억에 남을 정도의
자그마한 추억거리는 되었을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엊그제... 아들녀석이 군대 가기 하루전날, 평소에 그렇게 깎으라고 닥달해도 안깎던 머리를 짧게 깎았다.
'훤하니 보기는 좋은데, 갑자기 고등학생이 된 것 같다'고 놀렸더니 자기는 장발일 때도 동안(童顔)이란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고 우겨댄다.
<머리를 깎은 아들과 짓궂게 놀리던 딸..>
아내는 이발하는 내내 핸드폰으로 아들 얼굴을 찍느라 법석이고..
이발후 단정해진 아들 모습이 그렇게 신기하다네...
이어서 우리 가족만의 조촐한 송별식사를 위해 횟집으로 가서 유학기간중에 그렇게나 먹고싶어 하던 회를
실컷 먹였다.(새꼬시를 추가로 한접시 더 시켜 먹어서, 다음날 이빨이 아플 정도로...)
<재작년 겨울에 귀국했을 때도 회를 왕창 먹였다.>
식사하면서 아들에게 '동료들 보다 두살 이상 나이가 많으니 더 잘하라' 등등 해줄 말은 대충 다해줬다.
'훈련소 근처에 낚시터가 있는데, 낚시하면서 네 생각 좀 해줄께..'라고 어깃장에 가까운 멘트를 덧붙여서..
식사하고 집에 들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려는데, 아들녀석이 갑자기 "내일 아부지가 출근할 때
나도 좀 깨워주슈.."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훈련소 들어가기전에 챙길 것도 있고.."하며 얼버무린다...
다음날 아침, 정말로 출근하면서 아들을 깨웠다.
침대에 있는 아들에게 그냥 '군대 잘 갔다오라'고만 했더니, 일어나서 현관까지 따라나와 배웅한다.
다 알고 있다.
입영전 하직인사하려고 일찍 깨워달라고 한 것을...
그리고 출근한 뒤에는 일과에 묻혀 잠시 잊고 지냈다.
훈련소가 내 사무실에서 거리는 가깝지만 일과중에 내가 나간다는 것은 양심상 용납이 안된다.
나 대신 신부님과 아내가 훈련소까지 데려다 주고, 입소식까지 보고 온 모양이다.
오후 늦게서야 언뜻 생각이 나서 아들이 먼 길 떠날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던 아내가 또 무슨 짓(?)을 해서
아들을 힘들게 했을까.. 걱정이 되어 전화로 '애 잘 보냈냐'고 물으니 어쩐 일로 명랑하게 전화를 받는다.
'씩씩하게 잘들어갔노라'고...
왠지 이상하다.
눈물 많은 울보 아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저녁 무렵 퇴근했을 때, 아내는 밥상을 차려주고 내 앞에 앉더니 입대한 아들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한다.
들어 보니.. 아들이 씩씩하게 들어갔다는 말은 빈 말이고, 아들도 고개를 돌리고 아내도 고개를 돌렸단다.
그럼 그렇지...
아내 대신 신부님이 'XX야, 잘갔다 와!'라고 소리쳐도 아들은 애써 외면한 채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데
눈이 좀 충혈된 것 같다고 하더란다.
모르긴 해도, 아들이 먼 길 떠날 때마다 눈물을 안보이려 화장실로 도망가는 지 에미를 생각했을 것이다.
아내가 거기까지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아예 엉엉~ 하면서 통곡을 한다.
애써 태연한 척, '쓸데없이 질질 짜냐'며 고함은 쳤으나 아내의 그런 모습에 나도 울적해졌다.
이번 주말에 다시 낚시를 갈텐데 아들의 빈 자리가 유달리 크게 느껴질 것 같다.
특히나 큰 낚시가방을 책임지고 짊어져다주는 셀파였는데...
이젠 강원도 최전방 배치가 예약된 아들녀석이 휴가 나오면 그 때나 한번 호강하며 낚시를 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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