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6.25) 그동안 주말마다 데리고 다니던 아들 없이 낚시를 나갔다.
아들 대신 직장의 한참 후배인 생초보 조사 한 명을 대동하고...
퇴근하면서 낚시 갈 사람들은 오후 6시까지 어느 순대국밥집에 모이라 알린 뒤
집에서 재빨리 옷 갈아입고 약속 장소에 가보니 나까지 총 5명이나 되었다.
저녁을 먹으며 출조지를 정하는데, 모두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 멀리는 가지말고
가까운 데서 잔 손맛이나 좀 보다 밤 12시에 철수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저녁식사하면서 막걸리 두 통과 안주꺼리로 제육볶음 한접시를 주문해서 낚시터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인 입낚을 미리 준비하고...
드디어 식사를 마치고 목적지로 출발, 10분만에 도착하여 전을 펴기 시작했다.
내 낚싯대를 펴기전 생초보 조사부터 챙겨주었다.
아들이 자리했던 바로 그 곳에 자리잡도록 하고, 받침대 꽂는 법, 낚싯대 빼는 법,
미끼 다는 법, 채비 던지는 법, 채는 법 등등 설명과 함께 시범을 보이면서...
이어서 내 낚싯대까지 다 폈다.
그리고 내가 첫미끼를 달기도 전에 생초보 조사가 동료중 처음으로 6치쯤 되는 붕애를
한마리 걸어내더니 얼마 안있어 또 5치짜리를 걸어냈다.
다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한마디씩 하면서 즐거워 했다.
좀 있으니 보름 전날이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사위(四圍)가 컴컴해졌다.
낚시하기에 좋은 날짜는 아니나 달빛이 없어 좋다며 다들 좋아했다.
잠시후 한 때 소나기가 쏟아져 막막해 하기도 했지만...
후배에게 케미라이트를 갈아끼워주고 연신 후배 찌를 본다. 아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후배는 어두워진 후부터 갑자기 조과가 형편없이 떨어진다.
다른 동료들은 시동이 좀 늦게 걸렸지만 연신 걸어내고 있는데...
알고 보니 후배의 채비가 낚시점에서 매어준대로 고정식 찌라 앞치기로 같은 자리에
채비를 던져넣지 못하고 앞뒤 좌우로 자꾸 왔다리 갔다리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긴.. 수심이 3미터는 족히 되는 계곡지이니 초보가 앞치기로 채비를 던져 넣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다시 후배에게 가서 유동찌로 채비를 바꿔주었다.
이렇게 신경써주는 데 대해 후배는 아주 황송해 한다.
사실은 그 시간에 우리 아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리가 없으니까 그랬겠지...
그건 그렇고, 어찌된 영문인지 내 찌는 후배에게 가 있을 동안만 솟아 오른다.
내 자리로 쫓아오면 찌는 다시 스르르 내려가고... 또, 내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말뚝이고...
슬슬 약이 오른다.
아까 준비한 막걸리와 안주를 준비하라 이르고, 입낚 모드로 전환했다.
제육볶음을 코펠에 쓸어넣고 보글보글 다시 끓여서...
소주가 아니라 막걸리라서 많이 마시지는 못했으나 도수 낮은 막걸리도 많이 마시니
취하네...
하여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애초 기약했던 밤 12시를 넘겨 1시가 되니 슬슬 졸린다.
잠시 잠시 내린 비로 인해 젖었던 낚싯대와 파라솔은 바람에 다 마르고, 철수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 되었다.
자칫 타이밍을 놓지면 비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바로 짐을 쌌다.
그리고, 차 있는 곳까지 낚싯짐을 지고 숨을 헐떡이며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아들의 빈 자리를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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