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분 더러운 하루였다.

 

자초지종 내막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오랜만에 이틀 이상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 지난 주말(4.25)..

바야흐로 붕어 산란기의 대박 예감에 들떠 직장의 두 동료와 아침 일찍 낚시 가기로 했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설 때만 하더라도 가슴 부풀어 '오늘은 뭔가...' 하는 예감에 그 많은 짐도 가볍더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괜챦다 싶은 자리는 이미 사람들이 다 찼다.

 

어쩔 수 없이 주변을  돌고 돌다가 필이 꽂혀 마음을 정한 곳이 아래 그림에 보이는 이 곳...

 

 

차를 세우고 수로로 내려가 포인트를 살피니 그런대로 쓸만한 곳이 여러군데 있다.

 

게다가 덩치 큰 붕어들이 인기척에도 불구하고 발 아래 물가까지 나와 몸부림을 친다.

물론 그 붕어들은 내 고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붕어 얼굴만 봐도 좋았다.

 

내가 동료들에게 '고수부터 먼저 자리를 정하라' 하니 굳이 '당신부터 정하라'고 한다.

그래서 수초가 가까이 분포되어 있고, 햇볕이 잘드는 지점을 택해 앉았다.

 

이어서 동료 두명도 자리를 잡고 대를 다 피고 낚시를 시작하고 있는데, 그 지역 사람인 듯한 일행

네명이 오더니 일언반구 없이 가운데의 나를 기준으로 두 동료 사이에 끼어든다.

 

수로를 전세낸 것도 아니고 해서 말은 못했지만, 왼쪽은 두명이 자리하면서 나의 맨 왼쪽 대와

1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대를 핀다.

 

그냥 대를 피는 정도야 어쩌랴.. 싶어 참고 있는데, 캐스팅을 한번에 잘하면 그나마 불만이 덜하겠지만

수시로 내 왼쪽대 채비와 겹쳐져 다시 캐스팅을 하곤 한다.

 

특히나 그중의 한 명은 완전 초보라 낚시 기본은 물론 낚시 예절에 대해서도 문외한인 것 같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줄기차게.. 오는 6월 2일의 지자체 선거와 친구나 선배들의 거취에 대해 

큰 소리로 나한테 알려주려 노력한다. 관심도 없는데 말이지...

 

게다가 그 자리는 교량 바로 아래라 소리가 웅웅 울리면서 다른 곳보다 더 크게 들린다.

내 귀가 따가울 지경인데, 물속의 고기들이야 오죽하랴 싶었다.

자리를 잡자말자 수거해둔 쓰레기 봉투 두개를 그 사내의 입에 쑤셔넣고 싶었다.

 

그럼, 내 오른쪽의 꾼은 어땠는가..

앉은 자리는 10여미터 떨어졌는데, 그 꾼의 맨왼쪽대는 내 오른쪽 대의 1미터 앞에 채비가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맨오른쪽 대를 3.2대에서 2.4대로 바꾸어 장착했다.

 

캐스팅도 항상 스윙으로 던지니 가뜩이나 언쨚은 기분에, 스윙하는 소리도 귀에 많이 거슬린다.

 

그래도 참았다. 술을 안마신 맨정신이어서 참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 양쪽의 꾼들한테만 붕어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왼쪽의 완전 초짜에게도 두마리나 올라왔다.

 

부글부글 끓는다. 내 속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철수다.(영희는 아니고..)

 

두 동료에게 '가자'고 했다.

영문을 몰라하는 두 동료에게 '무조건 가자'고만 했다.

일그러진 내 인상을 본 동료들은 아무말 없이 각자 자기 낚싯대들을 접었다.

 

그런데, 내가 그날 편 5대중 3대를 접었을 때, 오른쪽의 꾼이 아직도 걷지 않은 내자리의 받침대 밑으로

기어들어와 물가에 바짝 붙여 자기 받침대를 꽂는다.(내가 고른 자리가 좋은 포인트이기는 한 모양이지...)

 

나는 그 순간 폭발할 뻔 했다. 내눈에 500촉광 헤드라이트가 켜지는 것 같았다.

 

내 발 아래에서 받침대를 꽂고 있는 그 사내의 등짝을 밟아 물속으로 쳐넣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참았다. 맨정신의 힘이 그렇게 하게 했다.

멘정신의 힘이 그날 두사람을 살렸다. 나와 그 꾼을..

 

※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그 쪽으로는 오줌도 안눌 것'이라고 몇번이나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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