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물냄새가 하도 그리워서 낚시대를 챙겨가지고 가까이 있는 1,500여평의 자그마한 소류지를 찾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몸에 밴 패배주의는 꽝~의 느낌을 먼저 떠올립디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현장에 도착해서 저수지를 살펴 보고...

맞은 편은 수초도 있고,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양지로서 괴기가 잘붙을 것 같은 곳이지만....

 

어차피 꽝을 각오하고 온 만큼 괴기보다는 시원한 곳에서 낚시대나 좀 말려보자는 생각으로 응달진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그 곳은 머리 위에 큰 나무들이 빽빽히 가지들을 뻗어 햇빛을 완전히 가려주어 시원하기도 했죠...

 

그러나 괴기 입질은 전혀 없었다는 거...

 

 

 

일단 자리를 잡고서는 10단 받침틀 반쪽에 4대만 설치하고...

 

건너편에서 잉어가 가끔 펄떡이는 광경을 목도한 지라 혹시나.. 싶어 총알까지 장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애당초 생각한 대로 입질은 없고..

 

건너편에 앉은 조사님은 낚시도중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친절하게 일일이 응대하며 영업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붕어도 낚아 올리고, 잉어 손맛도 봅디다만..

(덕분에 인터넷 연결 신청시 가능한 서비스 내역을 다 외웠음.)

 

하마는 오려는가... 기다리는 입질은 꿩 구어먹은 소식이라..

꽝조사에게는 온갖 잡생각만 머리에 가득히 떠오르다 보니 하릴없이 주위로 눈길이 많이 갑니다.

 

우선, 하늘에 있어야 할 별들이 물위에 많이 떠다니네요...

 

 

 

그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하나의 별...

 

"저 별은 나의 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잠시동안 바람이 휭하니 불더니 "애나 콩(천만의 만만의 콩떡의 말씀)" 이라는 듯, 

멀리 떠밀려가고 마네요...

 

 

그래도 잠시지만 마음을 둘 대상이 있었다는 것에 낚시를 하러 온 보람이 있었다고 억지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잠시도 쉬지않고 불어대는 바람은 점차 세어져 종국에는 태풍이라도 되는 듯, 죄없는 대를 마구 흔들어대고...

 

이미 노안으로 진단내려진 눈은........

물결에 잠겼다 나왔다 하는 찌를 봐도 입질인지 아닌지 분간도 못하지...

 

낚시대를 접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주위를 둘러 보는데 앉은 자리 뒷편에는 이렇게 예쁜 노란 별꽃이 또 있네요...

 

저 꽃의 이름은 모르지만, 꽃말은 틀림없이 '이제 웬만하면 집으로 돌아가라'일 겁니다...

 

 

그래서 오후 4시, 풀었던 짐을 도로 싸가지고 집에 돌아오면서 애꿎은 아내에게 "오늘 저녁 맛있는 것 좀 준비해 봐!" 라고

당당히 명령을 내렸습니다.

(속으로는 좀 쫄았지만요... ㅎㅎ)

 

그랬더니 "뭐 좀 잡았어?" 라고 묻는 아내.....

 

"붕어는 못잡았지만 붕어가 만땅인 저수지를 낚았노라" 라는 뻥으로 지아비의 체면을 세우려 발버둥쳤습니다.

 

평소에 낚시 한번 가려면 아내 눈치를 봐야 되는 신세지만 가끔은 아내에게 큰소리 칠 때도 있어야지요... ㅎ

 

'낚시 > 조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8-14 금강으로 출조..  (0) 2009.08.23
09-07-03 공주 탄천면 X골소류지  (0) 2009.07.06
단체 꽝조행 주모자의 기록  (0) 2009.05.06
3.23 낮낚시  (0) 2009.03.25
'09년 첫 붕어 얼굴을 보다...  (0) 2009.03.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