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부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연고가 있는 낚시꾼들이 서로의 현재 근무지를 기점으로 대구와 대전을 오가며
교대로 연례 낚시모임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번째로 대전에서 모임을 하는 해...
대전쪽에 있는 제가 주관하기로 하고 준비를 하는데...
먼저 낚시 장소가 문제가 되어 여기저기 물색을 해봤으나 많은 인원이 모일 장소가 마뜩치 않아 가깝고 만만한
논산의 탑정지로 결정했습니다.
탑정지(논산지)는 저수 면적으로는 국내에서 충남 예산의 예당지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수년전만 해도
배스나 블루길이 흔하지 않아 붕어 개체수도 많고 대물도 풍부한 천혜의 낚시터였지요.
지금도 산란기나 장마기 새물 찬스때는 제법 많은 수의 대물을 쏟아 놓기도 합니다만, 저한테는 그렇고 그런
바람쐬기 정도의 유원지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탑정지를 사랑하는 분들한테 욕먹을라...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정지로 출조장소를 정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낚시를 한다는 것은 친목이 우선이고 조과는 부수적인 것이란 평소의 지론 때문입니다.
그래도 타지역 손님맞이를 해야 하는 입장인지라 너무 무관심할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대전쪽 멤버 몇몇과
현장답사를 겸한 사전 짬낚시를 한 결과..
수위는 충분하고, 수초는 아직 발달이 덜된 상태로 밑걸림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여 낚시보다 행락이 우선인
모임 성격상 대충 여건이 맞아떨어질 것 같더군요.
게다가 식당과 방갈로도 있어서 술을 마시거나 잘 사람은 편히 먹고 잘 수 있으니 모임할 때마다 싸들고 와야 되는
취사도구와 대형 텐트도 필요없고...
<병암리 보경가든 쪽에 자리를 마련../손님들이 오기전>
하여간 이런저런 여건인데도 금요일 저녁 선발대로 들어간 대전쪽 멤버중 한명은 이 황량한 터에서 9치급 한 수를 걸어
다음날 계획된 운동 때문에 일찍 철수하여 집에 들어와 있는 저한테 컬러메일로 담뱃갑 옆에 누운 붕어사진을 보내 줍디다.
<손님들이 들어찬 모습..>
드디어 대구와 원주에서 손님들이 왔습니다.
손님들이 대 피고 나서 오후 4시부터 약하지만 비가 내려 분위기가 좀 우중충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제가 다른 곳에 있을 때라 직접 보지는 못했네요.
또, 초청한 사람 체면을 생각해서 손님들이 말하지도 않고요... ㅎ
당연히 제가 예상한 대로 붕어 구경은 못했을 테고...
(이튿날 배스와 블루길만 잡았던 것으로 판명)
<방갈로 내부...>
저는 토요일 운동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는 급히 낚시 모드로 변신하고 손님들을 유치해둔 그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동료들은 식사 다 끝내고 낚시 좀 하려는데 늦게서야 제가 도착하니 다시 모일 수 밖에...
그런데 운동 모임에서도 만만챦은 술을 마셔 체온이 상승한데다 낚시 복장을 다 갖추었으니 옷이 두껍고, 그 상태에서
차 타고 급히 모임 장소까지 달려왔으니 더워 죽을 지경인 건 당연지사.....
위 사진처럼 낚시복은 물론, 내피 상의까지 다 벗고 아주 불량한 복장으로 방갈로 안에서 야식하자고 해놓고
술에 취해 무슨 이바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이거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일지언정
진지하게 경청해준 저 동료들이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가만!! 위 사진의 저 표정들은 혹시.....?? (설마.. ㅎ)
<식사하고 자기 자리로 찾아가는 모습들..>
얼마나 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야식 타임이 끝나고 다시 전투태세에 들어갔습니다.(저는 예외..)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두번에 걸친 음주 탓에 그냥 취침..
아침에 눈뜨니 방갈로 안이더군요.
그것도 자진해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누가 낚시하다 추우니 몸 좀 녹이러 들어오는 기척에 겨우 눈을 떴죠.
제 낚싯대는 금요일 저녁에 자리도 확보할 겸 펴 놨는데 주인 없이 이틀밤을 보낸 낚싯대는 일요일 아침에 가 보니
비에 젖었는지 이슬에 젖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젖은 채 언제 올 지 모를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디다.
저도 거의 이틀만에 제 낚싯대를 보니 많이 반갑더군요... ㅎㅎ
그런데 아침이라 해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쪼으고 싶다는 꾼다운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드네요...
의자에 앉아 보지도 않고 하릴없이 동료들 자리를 오가며 남의 살림망만 살피다 누군가가 '이제 해장하러 가자'는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 "요 근처에 맛있는 순대국밥집이 있으니 빨리 가자"고 선동했습니다.
<대를 걷기전 기념으로 한 컷..>
<방향을 돌려 한 컷 더...>
그리고...
술이 덜 깬 몽롱한 가운데 "오늘은 비록 조과가 시원챦으나 다음에는 반드시 덩어리들을 만날 것"이라고...
속없는 덕담(취중진담이랬는데..?) 한마디 건넨 뒤 기념촬영을 마지막으로 낚시 끄~읕!!
<순대국밥집에서...>
다들 짐을 챙겨 인근의 유명한 순대국밥집으로 이동..
그 자리에서 밥 나오기전에 먼데서 온 동료들에게 자그만 선물을 하나씩 전했습니다.
<이건 제가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 에필로그
나이를 팔아서, 별것 아니지만 동료들 가운데서는 윗사람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팔아 지위를 얻었더라도 나름 최선을 다해 동료들을 대접하고 싶었는데, 이 놈의 팔자가 어찌 된건지...
주빈이 되어 제시간에 손님을 맞지도 못하고, 맨 마지막 사진처럼 선물을 받으면서도 절을 받는 몹쓸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기도 하는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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