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라 해도 몸이 자유롭지 못한 직업 특성상
차례 지내러 멀리 고향까지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내 '방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길이 가장 덜막힐 시간대를 찾아, 토요일(9.13) 오후에
김포반도의 끝부분에 있는 하성수로로 달려갔습니다.
<저 멀리 오두산 전망대가 보입니다.>
전에 낚시하러 갔다가 마름으로 완전히 뒤덮힌
구간이 있는데, 그 밑에서는 어떤 붕어들이 살까..
궁금하기도 해서, 거기다 구멍을 뚫어 낚싯대를
담가 보기로 하고요...
지난 번에는 수초제거기를 안갖고 와서 언감생심
꿈도 못꾸던 곳에 낚싯대를 담근다는 기대감 만땅..
낚시가방에 특별히 챙겨 넣은 수초제거기를 찾아
꺼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수초낫을 안갖고 왔네...
<날을 간다고 별도로 빼서 거실에 두고..>
낭패감 속에서도 이제껏 사용한 적이 없는 갈쿠리가
생각나서 차 뒷트렁크를 뒤지니 구석에 짱박혀 있던
갈쿠리가 나오네요.
갈쿠리로.. 대물대가 아닌 낚싯대 사정을 감안하여
구멍을 좀 크게 뚫었습니다.
<사실은 갈쿠리만으로 뚫다 보니 작게 뚫을 수가 없었음.>
세개를 뚫었는데, 땀은 비오듯 하고.. 배는 고프고..
해서.. 집에서 싸준 도시락을 먹고 나니 그제서야
이성적인 사고가 작동되면서 저 구멍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어차피 오늘 저녁에 뚫은 구멍이라 오늘 밤낚시에는
효용이 없을 터, 그리고 대물대를 안갖고 왔으니
저기서 7치 정도만 걸려도 마름 위로 붕어를 끌어 올릴
방법이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저 구멍은 다른 사람들이 쓰도록 두고
그냥 손맛이나 즐기다 가자...
뭐, 대충 이 정도로 머리속이 정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4대 하나와 20대를 꺼내 마름구역
가생이 쪽에 두대를 피고, 한대를 더 필까말까
망설이다 그냥 두 대만 피고 낚이는 추이를 봐서
더 피든지 말든지 하기로 하고 일단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참게 새끼 한마리가 바로 앞에까지 나와
사람을 겁내지도 않고 뭔가 먹이 활동을 합니다.
지렁이통에서 나온 흙을 아주 좋아하네요...
그 흙을 좀 더 뿌려주며 친교를 시도해 봤지만... ㅎ
그런데 주위를 돌아 보니 이미 어둠은 완전히 깔리고..
그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다~ 철수하고..
저 혼자만 덩그러니 남았네요.
갑자기 고독감 보다 공포감이 앞서서 밀려 옵디다.
별일이야 있겠어? 그냥 밤낚시 하지... 라는 생각과
만의 하나, 무슨일이 생기면 어떡해, 후회하지 말고
조심해야지.. 라는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고민하다
좀 비겁하지만 안전빵 쪽으로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발 앞에 있는 참게 새끼하고는 무언가
무서운 거에 함께 대항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아서...
이미 캄캄해진 들길을.. 길가의 키 큰 갈대와 억새,
그 외 여러 잡풀들의 환송 인사를 받으며......
그나마 사람들이 좀 남아 있을 누산수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거기서 지난번에 앉았던 자리를 가 보니 다행히도
비어 있네요.. 그래서 최대한 빨리 낚싯대를 피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20, 24, 28, 31대를 각각 하나씩 피고,
부들 숲 속 구멍에 16대를 하나 더 필까말까 하다
네대만으로도 바쁠 거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좀 전에도 더 필까말까 망설였는데... 내가 결단력이
부족한 건가?>
맨 오른 쪽 20대는 지렁이만, 그 다음 31대도 지렁이만,
그 다음 28대는 떡밥만, 맨 왼쪽 24대는 지렁이와 떡밥을
달고 던졌는데, 10분이나 지났을까.. 맨 왼쪽 24대 찌가
쭈욱~ 솟아 오릅니다.
챔질...
아이고~~ 힘 좀 쓰네요, 지난번에 놓친 피아노줄 소리
내던 그 괴기만큼은 아니어도 잠시 핑핑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에 걸린 수초대에 이번에는 걸리지 않게 해야지..
마음은 그렇게 먹었는데, 이번에도 꼭 그 자리에 다시
걸리고 말았습니다.
또다시 괴기는 떨구고요.......
하도 억울해서 그 자리를 자세히 살펴 보니 그 곳은
바로 직각으로 생긴 턱이더군요. 수초가 빼곡히 나있는..
다음에는 붕어용 미끄럼틀을 하나 만들어 갖고 가야
되겠습니다.
거기다 미끄럼틀을 설치해 놓으면 또다시 거기서
괴기를 떨구지는 않겠지요?
일단 씨알 괜챦은 녀석들이 대쉬하는구나.. 싶어
바짝 긴장해서 찌를 살피는데, 맨 오른쪽 20대의
찌가 쑤욱~ 솟아오릅니다.
챔질..!! 제법 힘 쓰는 녀석을 끌어내니 6치 정도...
이 녀석은 지렁이에 입을 댔더군요..
그러고 있는데, 이번에는 28대 찌가 살랑살랑~
옆으로 움직이길래 다시 챔질했더니, 월척급
참게가 걸려 올라 왔습니다.
<어분을 섞어서 그렇나.. 참게가 떡밥 미끼를 물다니.. 삐꾸통을 넘어 나올 정도로 큰 놈입니다..>
그 때 마침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12시가 넘었는데, 빨리 안올거냐고.....
붕어 이야기는 빼고 참게가 입질을 많이 하는데
벌써 참게 엄청 큰 놈 한마리 잡았다니까...
갖고 오지말고 바로 놔주고 오라고 합니다..
딸래미도 연휴라고 집에 와 있으니 밤 새우지 말라는
통고인지 명령인지 모를 말과 함께...
어쨌거나 새벽 1시까지 심심챦은 입질에 잡아채면
가끔 서너치짜리 붕애들이 날아 왔습니다만 1시가
지나니 입질도 뜸하고.. 살살 졸음도 밀려오고....
이 좋은 명절에 고기도 못낚으면서 괜히 청승맞게
찬이슬 맞는다고 할까봐 새벽 2시경 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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