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업무형 술자리가 있어서 좀 마시다 보니
술이 과했나 봅니다.
다음날이 휴가라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안당겨 놓은 관계로
젊지도 않으면서 2차, 3차에... 게다가 말도 안통하는(?)
사람들한테 한국문화를 알려준답시고 폭탄주까지...
<폭탄주를 그 사람들은 Bomb Shot 이라더군요...>
이튿날 느지막히 일어나 어제의 전투를 분석하고자
머릿속 자료를 정리하려니 2차 간 것까지는 아는데
그 이후로는 뭐가 나오는게 있어야지요..
한참동안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다 문득 생각난 것이
휴대폰.........
휴대폰의 통화기록을 다 살펴도 별 특이한 내용이 없고...
그러다 우연히 카메라 속 저장 사진을 들여다 보니
사진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어제의 전투 장면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휴대폰 화질이 평소에 비해 형편 없네요..
주인이 술에 쩔어 사니까 휴대폰도 술에 쩔은 듯.....
어쨌거나 그 몸으로 당장은 운전이 불가능하고...
술이 좀 깨기를 기다렸다가 오후 세시가 될 무렵
어느 정도 운전이 가능할 것 같아 낚싯대 챙겨서
말로만 듣다 위성사진으로 보고난 뒤 홀딱 반한
저수지로 내달렸습니다.
근처까지 가서.. 거기 사는 후배한테 연락하여
나머지 길을 안내토록 해서리.....
오후 네시경 저수지에 도착하여 한바퀴 둘러 보니
정말 한눈에 반한 것을 후회 안할만한 그런 정도의
저수지였습니다.
저수지 둘레를 감싼 갈대와 부들, 그리고 저수지
가운데를 거의 뒤덮다시피 한 마름하며...
손을 탄 흔적이 많지 않은 비밀터의 느낌까지..
그렇지만 낚시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잠시 불안한 생각이 가슴 한켠으로 스쳤더랬습니다만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렇겠거니..... 짐작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포인트에다 진지를 구축했습니다.
<이놈의 휴대폰은 하루가 지나도 술이 안깨나 봅니다.>
나름 신중하게 생각해서 마름 너머, 또는 마름 사이에
보이는 구멍으로.. 총 8대를 깔았습니다.
40 X 2, 38 X 2, 36 X 2, 34 X 1, 29 X 1... 이렇게요..
* 더 피고 싶어도 필 자리가 없기도 했지만 요정도만 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는 나중에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대를 다 펴서 메주콩과 옥수수 반반씩 달고 던져놓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도착 직후 후배에게 나한테 신경쓰지 말고 네 일이나 봐라.. 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심 이 친구, 먹을 거 좀 안갖고 오나.. 하고
많이 바랬습니다.
조금 있으니 후배가 정말로 먹을 걸 갖고 오네요..
그럼 그렇지.. 안갖고 올 친구가 아니지..........
그런데 이 친구, 통이 큽니다.
햄버그를 비롯하여 얼음에 채운 맥주, 소주, 수박 반통,
방울 토마토까지... 게다가 이것들을 담아 온 통도 큽니다...
약소하지만 드실 거 좀 갖고 왔습니다.. 면서
그 통을 내려주고 허리 한번 피더니
통에 든 것은 별로 없어도 얼음이 대부분이라서
무거워 죽는 줄 알았심다.. 합니다.
나는 고마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몇사람이서 먹으라고 저렇게나 많이 들고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저거 1/3도 못먹었거던요...
더구나 이튿날 아침에 저 통을 도로 갖다줘야 되는데...
이번 전투에 직접 투입되지 않고 남은 장비들과 껍데기들...
제 느낌으로는 주인은 참이슬 먹고, 우리는 찬 이슬 맞고.. 하며
불평들 하는 것 같네요... ㅎㅎ
그런데.............
미리 던져 넣어 놓은 채집망을 건졌더니 새우나 참붕어는
꼬랑지도 안보이고, 블루길 새끼만 몇마리 들어 있어서
헉! 이거 봐라, 심상치 않은데... 싶더군요..
오늘 낚시는 종쳤구나...
어이쿠~~ 새벽 세시가 좀 넘으니 갑자기 비가 옵니다.
점점 더 굵어지는 빗방울......
* 그 때문에 작년에 사서 한번도 목욕시킨 적이 없는 낚싯대들...
샤워 한번 잘 시켰습니다.
거기다 몸에 바른 모기 기피제가 약효를 잃어가면서부터
집요해지는 모기들의 공격...
* 색깔이 진한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모기들이 부위를 가리지 않고
뜯어대길래 흰 런닝셔츠만 입고 티셔츠를 벗어버렸더니 조금
나아집디다.
왜냐 하면... 모기는 눈에 띄기 쉬운 흰색 위에는 잘 앉지 않거던요...
이 나이에 누구처럼 어무이~~ 하고 부를 수도 없고..
일단 소나기는 피하라고.. 차 안으로 대피했습니다.
대충 두시간은 차안에서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잔 것
같네요...
눈을 뜨니 밖이 훤해지고 빗방울은 좀 가늘어진 것 같고..
그래서 지금이 가장 호기로 판단하고 제깍 대를 걷지 않으면
아무래도 크게 후회가 될 것 같아 하늘 눈치를 봐가며
천천히 하나 둘 대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대 걷는데 대략 반시간...
아무리 생각해도... 시종 입질 한번 못받았던 낚시는
없었는데..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꽝조사이니 당연한 거 아니냐... 라고 생각해야죠...
하여간 주변 정리까지 마치고 집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저 무거운 통을 갖다주고...
* 통이 하도 무거워서 다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약 한시간만에 집에 도착하여 씻고 닦고 밥먹고 잤습니다.
좀 자다 일어나 낚싯대 생각이 나서 차에 실린 낚시가방을
집으로 들고 올라와 옷가지 걸어놓은 방에 갖다 놨습니다.
아내 눈에 띄면 잔소리를 들을까 봐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골프가방 사이에 살짝 끼워 넣었습니다.
이렇게요........ ㅎㅎ
그리고 옷에 좀 슬지 말라고 제습기를 사놓고도 그동안
날씨가 좋아 가동을 않고 있었는데 낚시대를 위해서라도
곧바로 작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받침틀까지 호강을 좀 시켜줍니다.
아내가 잔소리 안하냐고요?
받침틀은 어디다 쓰는 물건인지 모르기 때문에 잔소리도
낚시가방을 방안에 두니 좋은 점이 하나 있네요..
낚시 안하는 평일날 가끔 가방을 열어 낚싯대들 주욱~
사열하는 재미...
낚시가방 안을 보면 꼭 개구리알 무더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얀 숫자들이 개구리알 마냥 때글때글......
<사진으로는 별로지만, 실제로 보면 때글때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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