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0일 토요일...

 

두달반동안 여름방학이라 집에 와 있던 딸래미가

개학을 앞두고 짐 싸서 대전으로 내려가던 날,

 

아내는 딸래미와 함께 지내는 동안 늘 티격태격하며

그리도 다투더니만, 딸래미를 차 태워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허전하다며 훌쩍거립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저도 마음이 울적해져

아내에게 기분전환겸 낚시를 가자고 졸랐습니다.

*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가 낚시가고 싶어서.....

 

다음에 함께 갈테니 오늘은 정 가고 싶으면 혼자 가라

의외의 대꾸에 얼씨구 어쩐 일이야.. 하는 마음으로

알았다 하고는 날쌔게 짐을 챙겨 김포로 휭하니

날았습니다.

 

 

 

오후 늦게 올림픽대로에는 벌초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서울쪽으로는 도로가 많이

막혔지만 교외로 나가는 길은 비교적 한산하더군요.

 

당초에 하성수로를 염두에 두고 차를 몰고 있었는데 

누산수로를 지나면서 매점이 눈에 띄어 지렁이를 사려고

역부러 들러 사장님한테 그 곳 조황을 물어 보니

괜챦다고 하네요.

 

하성수로를 염두에 둔 이유가 지난 주에 나가서 보니

마름으로 완전히 덮혀 낚시가 불가한 구간이 있는데

그 곳에 구멍을 내고 낚시를 해보려는 계산이죠.

  

그런데 급히 나오느라 수초제거기도 안가져 왔으니

굳이 하성리까지 간들 애초 생각한 낚시는 불가능할 터,

사장님이 일러준 그 자리로 가서 눌러 앉았습니다.

 

 

 

10단 받침틀 반쪽을 꺼내 장착하고, 4대를 폈습니다.

* 20, 24, 28, 31대 각 1대씩을 꺼내 짧은 대는 갈대숲에

   바짝 붙이고, 가운데 쪽은 28/31대로.....

 

우선 지렁이와 떡밥, 글루텐을 내놓고, 각 대마다

서로 다른 배합으로 짝밥을 달아 던졌습니다.

* 가장 반응이 좋은 미끼로 몰빵하려는 복안을 갖고...

 

저녁 8시반경 대를 다 피고나니 저녁을 먹고 왔는데도

갑자기 배가 고파오네요...

 

그래서 낚싯대들을 두고 매점으로 다시 가서 라면을

시켜서 먹고 자리로 돌아왔더니...

 

맨 왼쪽 24대 찌가 몸통까지 솟아오른 채 덩실덩실 춤추고,

가운데 두 대는 맨 오른쪽 20대 찌와 일직선으로 정렬해서

주인을 맞이합디다.

 

우선 춤추는 놈부터 먼저 들어 올렸더니........

애걔... 세치짜리 붕애기.........

 

 

 

이거 오늘 낚시 완전히 조졌구나...하는 낭패감이

왕창 들더군요.

 

본래 성격적으로 집착이 강한 편이 아닌지라 포기도

빠릅니다.

바람이나 쐬고, 새벽에 돌아가지 뭐...

 

그러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두번째 28대 찌가 서서히

솟아 오릅니다.

 

몸통이 보이기 직전 챔질.. 제법 힘을 쓰는 녀석을

서둘러 들어올려 얼굴을 보니 토종 6치짜리...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솟아 오르는 20대,

챔질하니 아까보다 더 버팅깁니다.

끌어내니 8치에서 9치 사이...

 

대물낚시한다고 맨날 꽝치다 오랜만에 힘 좀 쓰는

붕어를 만나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6치는 글루텐, 또 하나는 떡밥에서 나왔으니

어느 미끼를 집중적으로 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이네요...

 

그 뒤로도 대여섯치급 몇마리가 더 올라왔는데,

그런 건 별로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밤 12시 좀 넘었을라나... 지렁이를 끼워 던져 놓고

신경도 별로 안쓰던 31대의 찌가 한두마디 깜빡깜빡

오르내리며 옆으로 끌려 가는 것을 참게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최선을 다한다는 신조대로

휙~ 잡아챘더니, 뭔가 묵직한 느낌과 함께 바로

버팅기기 모드로 들어가려 하네요.

핑~ 핑 피아노 소리를 내면서...

 

빠샤~ 드디어 왔다.. 싶어 대를 세우고 신중하게 제압을

시도했죠.

 

바로 옆 대를 비키고, 대로 좌우로 방향을 유도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끌어서 거의 발 밑까지 당겼습니다.

 

이제 다 왔다고 생각하며 한번 살짝 튕기듯이 반동을 주어 

들어올리려 시도하는 순간 녀석이 갑자기 수초 밑으로

파고들더니 꿈쩍을 안합니다.

 

* 이 녀석은 또 자기 나름대로 저 낚시꾼놈이 번쩍 들어

  올리려는 그 순간 수초를 확 파고들어야지.. 하고 생각한

  듯합니다...

 

남은 받침대로 밑에 넣어 들어 올렸는데, 그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괴기한테 유리한 쪽으로 결판 나 있었죠.

 

좀전에 빠샤~ 라고 했던가요? 그거 취소, 쓰파~~로 급수정..

 

그래도 손맛은 옳게 봤지 않냐고 억지로 자위하려 해도

미련이 쉬이 사라지지 않습디다.

 

얼굴은 못봤지만 개가 풀 뜯어 먹는 경우 만큼이나

잉어가 지렁이를 먹을 까닭은 없다.

 

 

그러면 가물치? 아냐 아냐~~ 지난번 가물치 걸었을 때

이렇지 않았어, 이건 틀림없이 붕어 대물인거야...

 

대물대를 갖고 올 걸 그랬나? 뜰채도 안갖고 왔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련을 붙잡아 묶어두려 하네요.

 

*  그 녀석 얼굴은 못봤지만 오랜만에 맛 본

   진한 손맛 덕분에 흥분이 되어 그 뒤로 잠시도

   졸지 않고 낚시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건 녀석이 다니는 길목을 알았으니 다시 이 길로 오겠지..

생각하고, 그 대에 다시 지렁이를 달아 던져 넣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언제나 내 기대를 배반하지요...

정신을 수습하고 낚시 좀 제대로 해보려니 수위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붕어 입질은 뚝~~

 

* 한강 하류 쪽이다 보니 조수 간만의 영향을 받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서울에서 산 지 얼마 안돼서..........

 

대신 참게가 극성을 부립니다.

게다가 먼동이 터 오면서 살치 새끼도 덤비고요....

 

그래서 과감히 철수를 결심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천천히 대를 걷기 시작해서 30여분 후  

간밤에 앉았던 그 자리를 다시 한번 눈여겨 본 다음

다시 찾아 오마~고 다짐을 하고 갈 때와는 달리

천천히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 와서 참게는 참게대로 삐꾸통에 넣어

기포발생기를 틀어주고 붕어는 욕조에 넣어 놓았는데

아내가 비린내 나니 빨리 근처의 공원 호수에

방생하라고 잔소리를 해댑니다.

 

저녁에 둘이서 들고 가서 방생하기로 약속하고난 뒤에야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방생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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