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으니...

관동별곡에 나오는 첫구절마따나  강호에 깊이 든 병을 

치료하기 위해 폭포수 같은 빗줄기를 무릅쓰고 

건물도 멋있고 간호사도 이뻐서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병원으로 떠납니다.

 

도중의 어느 낚시점에 들러 지렁이를 사면서 사장님한테

"오늘 낚시 좀 할만한 곳 없을까요? "물어 보니

조금은 퉁명스럽게 "그냥 집에서 쉬는게 낫지..."하면서

말끝을 흐리네요..

 

미끼는 다 팔아놓고 나더러 어쩌라고......??

 

참 기분 나쁜 대답이었을 터인데도 가슴 부풀어

낚시를 가는 도중이어서 그런지 그냥 씨익~

웃고 말았습니다...

 

<목적지에서 가까운 경인운하 옆길 같은데...> 

 

비가 억수로 내리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평소보다 도로가 한산해서 운전하기에는 아주 좋네요...  

 

급할 일 없으니 음악 들어가며 여유있게  천천히  

한시간여 운전 끝에 목적지에 당도했습니다.

 

<여기가 목적지... 좌대에 앉아서 보면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 유료낚시터로 운영했다는데..

사장이 물에 빠져 죽었대나 뭐래나...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개별 좌대 시설도 아주 고급스럽게

제작하였고 저수지를 빙 돌아가며 방갈로까지 설치해두어

잠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했더군요...

 

어쨌건 지금은 무주공산인 채로 저를 포함한 야매꾼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야매꾼들이라도 쓰레기는 좀 안버렸으면 좋으련만...

주인이 없다 보니 저수지 주변이 온통 쓰레기로 뒤덮여 있어서

마음이 참 아프네요...

 

낚시 시작전 제자리와 제 옆자리의 쓰레기를 좀 치웠습니다.

 

완전히 치운건 아니고 병, 캔 PET병은 뒷쪽으로 모아두고

재활용 불가 쓰레기는 담아서 제 차에 실었죠...

 

언제나 낚시터에 가면 어차피 다 청소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차지하는 자리의 두배만 청소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내가 앉은 자리보다 조금만 더 청소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낚시도 못하는 놈이...'라는 지탄은

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그래봤자 '낚시는 못하지만...' 이라는 수사가 또 따라 붙겠지만...

 

<낚시가방으로 변신한 골프백...>

 

아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 특성상 주말마다

낚시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이 남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냐

마눌님의 지적을 받들어(?) 낚시를 가더라도 골프백을

메고 나가는 것으로 위장...

 * 그렇지만 낚시터에 골프백 들고 오는 놈 있다고 또 흉 볼 걸요..

 

대를 많이 넣지는 못하지만 당일 쓸 만큼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떡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용궁지 터가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40대 두대를 꺼내 쌍바늘 채비로 바꾸고

새우잡이에 쓰려고 조금 갖고 있는 떡밥류를 비벼서

바늘에 달아 던졌습니다.

 

 

집게형 뒤꽂이가 없어서 PET병 하나 줏어서 뒷받침대를

대신하도록 합니다.

 * 바람이 세게 불면 낚싯대가 돌아가길래 칼로 홈을 파고

    물을 더 채워서 썼습니다.

 

밑밥질 차원에서 십여차례 던지고 다시 꺼내고 하다 

어느 정도 됐다 싶을 때쯤 오른쪽 대에는 지렁이를 꿰어

짝밥채비로 던져봤습니다.

 

지렁이가 들어가니 찌 움직임은 좀 있습디다.

살치나 피래미.. 그런 것들이겠죠..

  

 

그러나 대물채비로 쓰던 찌(짜리몽땅한..)와 봉돌(11~12호)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핀 만큼 기대도 않습니다.

 

찌가 껌뻑대든 말든 대를 끌고가는 놈만 당기겠노라

마음먹고 마냥 놔두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 출조객도 많지않고 조용하니

빗소리만 들리고.......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낚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사는 일에 대해 생각 좀

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졸이고 있는가..

무엇이 아파서 주말마다 물가로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가.. 

 

물고기 잡는 일에는 벌써 마음을 놓았으니 낚시에

대한 집착은 아니고....

 

그렇다면................ ??

답은 뻔한데 차마 입으로 내뱉기가.......

 

에라~ 집에 가서 밥먹고 쐬주나 한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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