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낚시가방은 색깔이 벌건데다 부피가 크고 무겁습니다.
큰 짐을 메고 다니면 낚시 안하는 사람들 눈에는 저 짐을 지면서 왜 고생하는가.. 싶은 의문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작년에 집에서 멀지 않은 저수지에서 밤낚시를 하고 아침에 비를 맞으며 철수하는데, 저수지 윗쪽에 있는
절에 계시는 스님들이 차를 타고 올라 가시면서 차창 밖으로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시던데, 그 눈빛은
"참, 저 중생은 뭘 그리 번뇌를 한 짐씩이나 지고 다니는가.."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제 낚시가방이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낚싯대든 텐트든 뭐든 한꺼번에 다 때려 쳐넣을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겁고, 크고, 벌개서 말이죠...
이런 제 낚시가방 때문에 생긴 일화를 소개합니다.
언젠가 밤낚시를 하고 점심 때쯤 집으로 들어 가면서 이웃에 사는 시력이 좀 나쁜 선배 부인을 만났습니다.
나 : 안녕하세요?
그 분 : xx아빠, 운동하고 오세요?
나 : 아, 예...(대충 얼버무림)
그러고 집으로 들어와 무거운 낚시가방을 내려 놓고 샤워하고는 한 숨 길게 자고 나니 벌써 저녁 때가
되었더군요...
배가 출출해서 아내한테 밥 달라고 졸라 저녁을 먹는데, 아내가 기어이 한마디 합니다.
아내 : 낚시가방 좀 작은 걸로 갖고 다니면 안되나?
나 : 왜?
아내 : 아까 저 집 형님이 'xx아빠는 골프백 모양이 이상하게 생겼다' 카더라. 동네 창피해 죽겠구만...
나 : 알았어..
그래서 이제 안쓰는 다리 달린 골프백 하나를 개조해서는 낚시가방으로 쓸 궁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골프백에 들어 있는 골프채는 낚시가방에 넣고 말이죠.
그런데......
낚시터에 골프백 메고 오는 놈이 있다고 모르는 사람들이 흉 보지나 않을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