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달 어느 주말 오후 직원들이랑 유료 낚시터를 갔습니다.

사실 낚시는 무슨... 

낚시터에 도착한 얼마후 잉어 한마리 잡고는 저녁 반주에 발동이 걸려

손님용 휴게실에서 술 마시고 고스톱 치느라 낚시는 날샜죠.


새벽에 잠을 깨서 본 휴게실 안의 풍경은......

소동파 선생께서 "적벽부"에서 표현하신 "盃盤狼藉(배반낭자)하고,
서로 깔고 베고 누우니, 어느덧 동녘이 밝아옴도 모르네..." 라는
표현 그대로였습니다.
※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술병, 안주 접시, 술잔, 젓가락, 안주 쪼가리들..

    그리고 아무방향이나 엎어져 있거나 뒤집어져 있는 군상들...


가장 먼저 깬 제가 이것 저것 챙기다 핸드폰이 방바닥을 딩굴고 있길래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 했네" 하고 생각하며 주머니에 집어 넣고

밖으로 나와 제 자리에 앉아서 아침낚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좀 있으니 같이 낚시하고 있던 후배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오길래
제가 "여보세요?"했더니, 후배는 그냥 "아! 알았습니다!"하곤 끊네요.

술이 덜 깬 저는 그 때 그 핸드폰이 그 후배의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하고
"이 친구 싱겁기는... "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보니 메시지가 많이 떠 있었습니다.

메시지 ① : 자기야. 고기 많이 잡아 와. 나, 정미(가명).

"아니 정미가 누구지? 그리고 내가 낚시 간 걸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지?"하고

생각하면서 다음 메시지를 보니...

메시지 ② : 미꾸라지 잡으면 놓아 줘.

"도대체 뭔 소린지 원.." 생각하면서 나머지 메시지들을 쭈욱~ 검색했는데...

메세지 ⑥ : 오늘 잉어 잡으면 밤에 내가 위에서 해 줄께...(?)

 

이건 또 무슨 이바구야?? 하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그 후배가 와서는 "제 핸드폰 주십시오"하길래 그 때서야 상황이
파악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체로 핸드폰을 구입해서 많은 사람들의 모델이 같거던요..)

"내가 잡은 저 잉어 네가 갖고 가라." 하면서 생각하니 그 후배가 많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그 날 밤새 아무런 기척도 없었던 제 핸드폰은

물속에 집어 던져버리고 싶었습니다... ㅎㅎ

 

'낚시 > 낚시雜事'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낚시 小考  (0) 2009.05.15
대물낚시 입문기  (0) 2009.05.13
수초제거낫..  (0) 2009.05.11
낚시 가방  (0) 2008.03.13
어느 낚시광  (0) 2007.09.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