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4개월 전부터 짜기 시작했는데, 헛점이 많이 보인다.
특히 더블린을 들어가고 나오는 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숙소랑 교통수단(배, 버스)을 전부 예약해버린 상태라 그냥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6. 6, 화]
집에서 식구들의 환송을 받으며 KTX편 용산역으로 이동, 거기서 공항버스를 탔다.
계획했던 시각(09:50)보다 이르게 09:20 공항에 도착했다.
집에서 이미 셀프 체크인해서 탑승권은 출력(휴대폰에도 저장)했고, 수하물까지 셀프드롭하는데, 시골 영감이 조금 두리번거리는 듯하니까 직원들이 거들어준다. 내가 휴대폰에 저장된 탑승권을 내미니까 '그건 인식을 잘 못하는 것 같다'고 해서 예비로 출력한 탑승권을 건네줬더니 그새 직원들이 회물표를 뽑아 배낭에 매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내가 손수 해야 할 일을 저들이 해버렸으니 내가 실습할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원망스러웠다.
하여간 그렇게 탑승수속 절반을 끝내고, 뭘 할까 생각하다 보안검색까지 일찍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가서 구경이나 하자며 안으로 들어갔다.
보안검색까지 마치고 나니 정말 할 일이라고는 구경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기준에 구경할 것도 별로 없었다.
비행기 출발 시각이 12:15니까 이륙 직후에 기내식이 나올 것이란 계산하에 공항청사 안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탑승 게이트 주변에서 앉아 대기하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
예측대로 이륙한지 얼마 안되어 기내식을 나눠주었다.
낙지덮밥과 반찬(?)을 먹으니 허기는 충분히 해소되었고, 빵과 케이크는 손도 대지 않았다. 쓰레기로 소각될 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측의 영공 통과 불허조치로 인해 예전과 달리 카자흐스탄에서부터 카스피해, 흑해 남쪽으로 우회해서 비행하다 보니 이전보다 2시간 이상 더 소요된다.
장장 14시간여 비행 끝에 런던 가까이 왔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 받으러 가는데, 한국은 무인입국심사대로 안내 받는다,
그러면 뭐해? 나는 심사불가 판정을 받고 짧은 영어실력을 부담스러워 해야 하는 유인심사대로 보내졌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권 속 얼굴과 실물이 다르다고 본 것이다.
하긴 나이가 70이 가까우니 하루가 다르게 삭아가는 얼굴을 그놈의 AI가 어찌 알아먹겠나...
유인심사대로 가서 줄서서 인터뷰까지 하다 보니 무인심사대 쪽보다 시간이 20분 가량 더 소요되었다.
드디어 닥친 입국삼사..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
방문 목적이 뭐냐 해서 그냥 '관광!' 하면 될 것을, 긴장해서 '내가 존경하는 넬슨제독의 생애 마지막 자취를 탐구(explore)하고 싶어서 왔노라' 라고 다소 장황하게 대답했다.
자기 나라 영웅을 존경한다니까 기분이 좋아졌는지 바로 '즐거운 여행 되시라'며 통과시켜주었다.
이렇게 큰 고비(?)를 넘겼고 이제 배낭을 회수해야 하는데, 다들 떠나고 내 배낭만 진열대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을까 봐 조바심이 났다.
그런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히쓰로공항의 낡은 수하물 관리시스템은 나보다 먼저 나간 다른 사람들도 수하물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시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 인천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너무 일찍(?) 수하물을 부친 탓일까, 내 배낭은 거의 끝무렵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어쩼건 배낭을 찾았으니 이제는 숙소를 향해 출발!
해가 지지 않은 훤한 상태에서 숙소에 도착하겠다고 15분만에 런던시내까지 가는 공항철도(Heathrow Express)룰 예매했는데 가는 길에 보이는 건 모두 Heathrow Express X라, 이쪽은 아닌가 보다 하고 안내데스크로 왕복하며 세번을 물어도 대답은 같았다.
한참을 방황하다 '에라, 가보기나 하자, 안되면 그냥 전철이라도 타자' 하고 가다 위 표지를 가까이서 보니 그 ' X'가 No 의미의 X가 아니라 공항철도 로고였던 것이다.
그렇게 3~40여분을 헛되이 날리고서는 해가 지기 전에 숙소 도착하리라던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저 표시를 따라 가는데, 길이 엄청 멀다. 무빙워크 서너개 포함 족히 2Km 정도 되지 않나 싶다.
저렇게 높은 곳도 오르락 내리락하며 드디어 공항철도를 마주할 수 있었다.
驛에서도 가까이 나올 수 있는 길을 멀리 돌아 겨우 숙소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런던의 2층버스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해서 18:00에 도착하리 했던 숙소는 22:00 쯤 돼서야 도착했다.
숙소애서 얼른 좀 씻고 프런트에 추천 식당을 물어서 갔더니 그곳이 소위 말하는 '런던펍'이었다.
런던의 유명한 먹거리 '피쉬 앤 칩스'는 다음에 맛보기로 하고, 같은 식당 오른쪽 구역의 러시아식 샤슬릭을 택했다.
맥주 1병이 금방 거덜나 1병을 추가로 주문했더니 자기네 식당은 11시(23:00)에 문을 닫는단다.
남은 음식을 쑤셔넣다시피 하고 11시를 조금 넘겨 일어섰다. 35파운드.
[6. 7, 수]
본격 영국 투어의 첫번째 목적지가 런던의 동쪽, 우리나라 서울로 치면 강일동 정도의 느낌이 나는 곳에 위치한 '그리니치천문대'...
숙소에서 가까운 빅토리아역까지 걸어가 교외선을 타고 근처까지 가서 입장까지 시간이 많이 남으니 나머지 구간은 걸어갔다.
입구에 비록 꼬리지만 '입구'임을 알리는 안내판에 한글도 있다.
그리니치천문대(박물관) 외관
천문대 밖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풍경.
가까이 구 왕립 해군대학, 밀레이엄 돔이 보인다. 저 멀리는 템즈강 너머의 신시가지...
10시에 문을 열자마자 바로 찾은 곳이 본초자오선...
본초자오선은 동경 0도이자 360도인 선으로 일부만 위 사진처럼 저렇게 표시가 되어 있다.
저 위를 걸으면 몸이 흔들린디고 하던데, 그냥 낭설인가 보다.
아래는 그리니치천문대박물관 안팎의 모습들...
이렇게 그리니치천문대 투어를 마치고 타워브릿지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전철을 타기 위해 오이스터카드를 찾으니 없다,
일정표를 주머니에 넣었다 뺐댜 하다 어디선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겨우 한번 쓰고 잃어버리다니...
역에서 다른 비자카드로 지불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문제 없단다.
조금 불안하지만 입구에서 터치를 하니 반응을 한다. 안심이다...
전철로 런던브릿지역까지 이동, 이후 걸어서 타워브릿지로 다가갔다.
아래는 타워브릿지 위에서 내다보이는 전경...
타워브릿지를 돌아보고 나서 바로 북쪽에 있는 런던탑으로 갔다.
런던탑은 경우에 따라 왕궁으로, 요새로, 감옥 및 처형장으로 사용된 곳이다.
그 안에는 현재 왕살애서 쓰는 모든 왕관과 보석을 진열해둔 곳도 있다. 그러나 사진촬영은 안된단다.
이동하면서 다시 이용한 2층버스...
2층까지 올라가기가 귀챦다.
1층에 앉아서 저 앞의 전광판에 표시되는 다음 정류장을 산경썼다.
뒤이어 영국박물관으로...
영국박물관은 예전에는 대영박물관이라고 칭했는데...
하여간 전시물이 너무 많아 무지한 내 눈에는 번잡스러워 보였다.
영국박물관에서 도보로 트라팔가광장으로 이동했다.
트라팔가광장은 이름 그대로 낼슨제독의 영국함대가 숫적 열세에도 불구, 당시 무적이라던 스페인과 프렁스의 연합함대를 격파한 트라팔가 해전의 역사를 기념해 붙인 이름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저기 공사중이라 사진 찍을 곳이 마땅치 않다.
아래는 트라팔가광장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빅벤(시계탑)과 영국 국회의사당 등 건물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나가 어제 그 식당에서 같은 음삭을 또 주문해서 포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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