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5(화)
06:40 일어나려고 태블릿PC에 알람을 설정해놨는데, 현지 시간으로 넘어가지를 않아서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보니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됐는데...
어쨌든 일어나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07:40이라 급히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 타고 구엘공원측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대기중인 Alfonso-X역으로 갔다.
택시 기사에게 ‘알폰소 엑스 역으로 가자’니까 어디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단다.
그래서 구글지도를 열어 보여주니 ‘아~' 하며 알려주는데, 거긴 '알폰소 디에스(10)’란다.
하여간 거기 도착하니 Guel공원측에서 운영하는 ‘Guel버스’가 대기하고 있다가 조금 뒤 출발했다.
Guel공원 고도가 시내보다 조금 높은 곳이라 지중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가 내게는 무슨 의미가 있는 듯 했다. 아마 스페인 투어 첫날이라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08:20 그 시각에 일출을 보다니... 좀 늦지 않은가 하고 생각하다 보니 유럽은 10월까지 써머타임제를 적용하니까 그런 것 같았다. 우리나라라면 07:20이니까...
08:30 Guel공원에 시간 맞추어 도착해서는 중심구역을 찾아갔더니 팜플렛을 나눠주고 있었다.
한글판 팜플렛을 받아들고 구경을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광경과는 차이가 나니 자연히 흥미가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봐야지 하고는 구석구석 다니며 가우디의 의중을 짐작하려고 노력했다.
나 같은 범재가 가우디 같은 천재의 머릿속을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냐마는... 그냥 건축의 컨셉이 ‘자연주의’를 표방·추구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기로 했다.
09:00을 좀 넘겨 Guel버스를 타고 다시 알폰소-10 전철역으로 나와서 구글지도를 열어 다음 행선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위치를 확인했더니 도보로 10여분 거리 밖에 안되길래 걸어가기로 했다.
입장 예정 시각이 10:30이라 여유가 있어서 가는 길에 수퍼에 들러 빵과 우유를 사서 일부만 아침식사 턱으로 먹고 나머지는 배낭에 집어넣은 뒤 성당 주위를 돌며 사진을 한참 찍다가 시간이 되어
입장, 오디오 가이드 기계도 받아 목에 걸고 관람을 시작했다.
그런데 출국전에 너무 많은 자료를 봐서 그런가, 다 아는 이야기에 그저 그렇다고 생각되었다.
거기다가 파사드(탑)에 올라가 보려고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서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지금 수리중으로 입장이 불가하고 해당 요금 7유로는 환불해준단다.
수리중인 구엘공원에 이어 여기서도 이러니 이래저래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성당 내부에서 동쪽 스테인드글라스는 무엇을 의미하며, 서쪽은 또 무엇이다 등등의 해설은 별로 가슴에 와 닿지도 않았다. 2년전 왔었던 아내의 말에 의하면 어딘가에 한글 주기도문 일부가 기재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찾아보지 않았다.
내가 스페인을 방문한 주목적인 콜룸부스의 행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도 해서...
11:20 성당을 나와 까사밀라를 향해 걸었다. 1.4km밖에 안되는 거리인데다 걷는데 이력이 난 터라 그냥 걸은 것이다.
까사밀라에 도착해서 예매한 e티켓을 내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6인승 정도 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줄을 섰지만 길지가 않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곧장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거기서도 까사밀라 자체가 가우디의 작품이지만 거기다 더해 옥상에도 가우디의 작품이라는 여러 조형물이 있었다. 아침부터 가우디란 이름을 질리도록 듣는다.
12:10 까사밀라를 나와 까사바트요를 향해 500여m를 걸었다. 까사바트요는 애당초 입장권을 예매하지도 않았다. 까사밀라나 까사바트요나 건축의 컨셉이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10여분간 건물 외부를 눈으로 훑어보면서 지나쳐 까탈루냐광장 방향으로 걸었다.
12:30경 길가에 사람들이 뭘 사먹고 있는데 맛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사전에 계획했던 식당 말고 거기 한자리 잡고 앉아 햄버거와 맥주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밑반찬도 아니고 비스켓 비슷한 과자류를
주던데 메인디쉬가 나오기 전에 맥주 안주 삼아 그걸 다 먹었다.
바로 옆으로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뭘 먹어보는 건 머리에 털 나고 처음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특별히 맛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 음식을 깨끗이 먹어치웠다.
13:20 점심 요기를 끝내고 개선문이 있는 동쪽 방향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바르셀로나 개선문이래서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적벽돌로 지어져서 그런지 조금 얕보이는 조형물이었다.
사진 몇장만 찍고는 돌아서서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다.
구글지도를 보며 걸어서 미술관을 찾는데, 입구를 잘 못찾겠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골목 속의 후줄그레한 건물로 들어서니 거기가 피카소미술관이었다.
외관은 그랬지만 피카소의 연습작을 비롯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피카소란 불세출의 천재가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선을 죽죽 그어 그려진 듯한 그의 추상화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실력을 바탕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4:35 미술관을 나와 다시 람블라스거리 방향으로 향했다.
길거리를 따라 주변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한참을 걷다 보니 드디어 오른쪽 발목에 약간의 통증이 생겼다.
그래도 바르셀로나대성당과 보께리아시장 입구를 거쳐 구엘저택으로 간다며 강행군을 계속했다.
15:10 람블라스거리에서 골목으로 약간 들어가서 있는 구엘저택 앞에 도착했다. 겉모습만 구경하고 돌아섰다.
여기서는 그 정도 외관이라면 흔해서 특별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15:40 콜룸부스기념탑에 도착, 사진을 찍는데 휴대전화 배터리가 바닥 났다. 하루 종일 구글지도 본다고 켜서 들고 다녀 그런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전화기 뒷뚜껑이 불룩해졌다. 그래서 전원 수명이 짧아진 모양이었다.
보조배터리도 챙겨 나오지 않았다. 돌아다니는데 구글지도가 없으면 장님이나 다를 바 없는 신세라 별 수 없이 배낭에서 태블릿PC를 꺼내 사진도 찍고 구글지도도 켰다.
한참을 돌아다니니 발목도 아프고 슬슬 배도 고파지길래 바르셀로나 항구까지 구경하려던 당초 계획을 버리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교통편을 알아보다 눈에 띄는 전철역 구내로 들어가 교통권 2매를 구입했다.
그리고 주변을 한번 더 보려고 밖에 나와 구경하다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D20 버스가 서는 걸 보고 올라타서 운전기사에게 교통권을 내밀며 ‘혹시 이걸로 이 버스를 탈 수 있냐’고 물으니 안된단다.
별 수 없이 돌아서서 L3전철역으로 향했다.
16:20 L3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에스파냐광장으로 향했다. 전철이 참 편하다.
4구간만에 에스파냐광장에 도착해서 광장 전경을 한번 주욱~ 돌아보고는 씻기 위해 숙소를 찾아갔다.
17:10 숙소에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놓으면서 아까 가방 안에 쑤셔 넣어둔 빵과 우유를 꺼내 요기를 하는데, 우유통이 커서 한참을 마셔도 반 이상 남았다.
그러고는 간단히 샤워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속이 뒤집어지는 듯 하다가 기어이 설사가... 한번, 두 번...
오늘 저녁 식사는 글렀다.
세탁이나 하자 싶어서 프런트 직원에게 근방에 세탁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빨래방이 근처에 있단다.
그래서 설사를 조금 참고 얼른 빨래방으로 가서 먼저 와 있던 손님에게 물어가며 코인을 집어넣고 빨래를 해 와서는 방안 곳곳에 널었다. 내일까지 다 마르지 않아도 비닐봉지에 싸서 발렌시아까지 가지고 갈 요량으로..
저녁 식사는 이미 틀렸고, 부근에 그 유명한 몬주익분수가 있으니 구경하러 나가면 좋으련만 분수쇼를 운영하는 요일도 아니거니와 설사 때문에 밖에 나갈 수도 없다.
그냥 물이나 마시면서 잠이나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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