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은 내 나름의 특별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첫째, 콜룸부스의 행적을 더듬어 보면서 그의 대담하고도 비장했던 그 각오를 느끼고  나중에 손주들에게 이야기해주겠노라는 것.

둘째,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산재해 있는 종교적 상징들을 둘러보면서 그것들이 갖는 의미를  가늠해보는 것.

셋째, 해외 나간 김에 남들도 다 보는 유적과 명승지를 여건 범위 내에서 최대한 둘러보는 것.

넷째를 굳이 이야기하자면, 젊은이들이 거리낌 없이 배낭을 메고 해외로 떠나는 것이  너무 부러워 한번 흉내라도 내보고 느껴보는 것.

이렇게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짜서 실행에 옮겼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힐링, 여행의 참맛 등등 이런 건 뒤로 미루고 내 기준의 여행에 집중하려 노력했는데, 그렇게 너무 두드러지게 목표지향적이다 보니 사실 출장인지 여행인지 애매했다.

 

그리고 여행 출발 1주일 전에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삐어 침을 맞으며 치료를 한다고는 했지만 그 상태로는 계획된 여정을 모두 소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끌낭 ; 배낭으로도, 캐리어로도 쓸 수 있다>

10. 13()

 

여행 출발 1주전 주말 야구경기중 2루 도루하다 발목을 삔 터라 오늘 경기에 뛰지는 못하고 소리 지르며 응원만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 함께 식사에다 한잔 마신 다음 해산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가방을 최종 점검한 다음  일찌감치 16:00 인천공항행 고속버스를 탔다.

시원챦은 발목 탓에 이것저것 갈아타야 하는 걸 피하려고 너무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택한 것이다.

 

그런데, 출발까지는 순조로웠던 버스가 공주를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길이 막혀 1시간 가량 지체되면서 평소 1시간 정도 걸리던 천안휴게소까지 2시간 걸렸다. 지체되어도 23:55 출발 예정인 나야 바쁠 일 없다만 몇몇 승객들에게는 똥줄 타는 모양이었다.

휴게소에서 쉬었다 갈까라는 운전기사의 물음에 시간이 없으니  바로 가잔다. 운전기사도 조금 속도를 냈다.

그렇게 해서 결국 19:20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골에 살다보니 공항 가는 시간에는 여유를 두는 것이 마음 편하다.

 

나는 우선 사전에 온라인으로 구매한 유심칩(KPN)을 수령해서 큰 가방안에 넣고 Emirates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를 찾았다. 공항 내부를 부분 보수공사중이라 이전과는 달리 M라인에 위치해 있었다.

온라인 체크인하려다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문구가 마음에 걸려 포기했는데, 온라인 체크인한 사람들의 줄은 아주 짧아서 소심한 내 자신을 책망하게 했다.

탑승권 발권후 하릴 없이 면세구역을 이리저리 둘러봐도 딱히 살 것도 없으니 그냥 구경만 하다 시간이 되어 탑승구로 가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는 23:50부터 Taxing을 시작하더니 00:20에야 이륙한다.

비행기안 모니터에 인천~두바이간 거리가 6,735km라고 뜬다.

 

 

10. 14()

 

01:00경 즈음 이륙한지 40여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朝食이 나왔다. Emirates항공사 기내식에 대해서는 호평 일색이라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치킨 or 비프라면 나는 언제나 비프다.

역시 나쁘지 않았다.

 

04:40(현지 시각) 8시간 40여분의 비행 끝에 두바이공항에 착륙했다.

여느 공항이나 매한가지지만 Boarding Bridge에서 나와 입국심사대까지 먼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입국심사를 위해 다시 긴 줄에서 기다려야 했다.

05:40 그때까지 줄에 서 있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을 살피니 3/5은 중국 관광객, 1/5 정도가 한국인 관광객들이다.

06:00경 통과해서 가장 먼저 환전소로 가서 30를 바꾸니 97디르함을 준다.

그걸 가지고 아침 요기를 하고 어쩌고 하던 본래의 계획은 나도 모르게 묵살되고 ‘Metro’안내 표시에 이끌려 공항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무슨 관광안내 부스 같은게 있어서 어디 가면 전철 표를 살 수 있느냐고 물으니 바로 거기서 표를 살 수 있단다. 내가 이른 새벽이라 눈이 아직 침침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06:10 교통카드(왕복)를 사서 두바이 Metro 적색선을 탔다.

그 시각이 되니 시내 전경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목적지인 Burj Khalfa도 멀리 보인다.

한참을 가다 지금 올바로 가고 있는지, 지나치지는 않았는지가 의문스러워 하차하여 확인해보고 다시 열차에 탔다. Burj Khalfa까지는 아직 4구간이 남아 있었다.

전철은 배차 간격이 짧아서 금방 다시 탈 수 있었다.

 

<전철역에서 내려 Burj Khalfa까지 가는 복도 ; 1.5km는 되는 듯하다.>

 

<두바이몰 앞 세계 3대 분수쇼중 하나가 펼쳐지는 곳>

 

<두바이는 아직 고층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었다.>

 

Burj Khalfa 이정표를 따라 끝까지 한참을 걸어 거의 마지막 부분에 가니 ‘At the Top’ 표식이 보여 걸 따라 방향을 꺾어 들어갔다. 개찰구를 확인하고 개찰 시각을 기다리며 바로 옆의 음식점에서 눈에 익은 고기가 들어간 음식과 음료수를 사 먹고나서도 시간이 남아 이것저것 물어보고 다녔다.

수준 낮은 내 영어를 못알아들을까봐 걱정했는데, 그들은 발음이 조금 낯설 뿐이지 영어에는 능통했다.

 

08:30 개찰시각에 맞추어 카운터로 갔는데 예상과 달리 줄이랄 것도 없이 금방 체크인되었다.

조금 걸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니 내부 조명이 화려하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고속 엘리베이터 안>

드디어 124층에 도착했다. 500m의 고공이면 지상보다 좀 시원하지 않을까 했던 내 기대는 제대로 무시당했다.

바람은 조금 시원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햇볕은 정말 따갑다.

그리고 그 정도 높이에서 내려다 보는 시각은 200m500m나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러므로 십수만원을 들여 148층 전망대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건 그냥 내 주장일 뿐 사실은 꼭대기층에서는 또 다른 서비스가 있어서 그 값어치를 하긴 한단다.

하여간 124층 전망대에서 밑을 내려다 보다 꼭대기쪽을 봤더니, 글쎄 거기서 63빌딩 같은 높이의 건물이 하나 더 올려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날 안개만 끼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멀리 팜 아일랜드랑 알 아랍 주메이라 호텔 등 두바이의 핫스팟들이 희미하게만 보인다.

 

 

한참을 124층과 125층에서 구경도 하고 남들 사진도 찍어주며 시간을 보내다 두바이몰을 둘러보려고 내려왔다.

 

두바이몰의 그 유명한 아쿠아리움을 보러 들어갈까 말까 하다 발목도 아프고, 시간도 아깝고 하여 겉만 보고 통과하려 했는데, 안에서 방향을 잃었다.

 

 

두번을 물어보고도 전철역 가는 출구를 못찾아 헤매다 완전히 한바퀴를 돌고서야 방향을 잡았다.

구글지도를 봐도 잘 알 수가 없었다.

 

전철역까지의 거리가 750m라는데, 걸어보니 아무리 봐도 1.5km는 되어 보였다.(이번 여행중에는 구글도 못미더웠다.)

그 바람에 두바이몰은 샅샅이 구경했지만 나머지를 구경할 시간은 통째로 빼앗겼다.

그리고 만보계는 그 시각에 벌써 14천보(10km)를 찍고 있었다.

 

 

11:00가 채 안된 시각에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놓칠까봐 그냥 공항으로 복귀했다.

전철 타고 복귀하면서 바깥 풍경을 살피는데, 그 유명한 액자형 건물, '두바이 프레임'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두바이 전철을 타고 왕복 총 46을 지나면서 알아듣는 말이 하나 생겼다.

엘마 학까 우깔리나 히야 00’(추측컨데 '다음 정차할 00입니다.'일 것이다.)

참고로 두바이 전철 안내방송에서는 이번 은 없고 전부 다음 뿐인 것 같다.

 

두바이공항으로 돌아와 일단 점심을 사 먹었다. 고기와 감자칩에다 음료수, 도합 40디르함..

그리고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는데, 땀을 많이 흘려 온몸이 찝찝하다.

누군가의 정보에 의하면 안내데스크에서 경유 승객에게 무료로 식사와 샤워시설을 알려준다는데 나는 그 안내데스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공항청사 안을 돌다가 샤워 표시가 보여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더니 거기는 유료로 15US$란다. 까짓거 뭐...

출발전부터 미리 샤워를 계획하고 갈아입을 내의를 기내용 배낭에 넣어둔 터라 대충 샤워하고 내의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몸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15:30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은 미리 지정했던 대로 통로쪽.

모니터에 두바이~바르셀로나비행거리가 5,181km란다. 그러니까 인천~ 두바이~ 바르셀로나거리는

도합 11,916km인 것이다.

15:45 Taxing을 시작하더니 16:00 이륙한다.

 

이륙한지 1시간쯤 지났을까, 기내식을 나눠주길래 이전과는 다르게 해물요리를 주문했더니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옆자리의 다른 승객은 소고기요리를 주문했는데 괜챦단다. 조금 짠 거 외에는...

다음에는 무조건 소고기요리를 주문해야지,,,

 

 

그렇게 하여 7시간여를 비행한 끝에 20:45(현지 시각) 비에 젖은 바르셀로나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주기장지역에 도착해서 정지한 채로 10여분 정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항공기 駐機(parking)를 잘못했다고 좀 기다리라더니 20여분 뒤 비행기 뒷문으로 내리게 해서 버스를 태워 입국장으로 데려다 주었다.

빨리 내려 얼른 숙소로 가려고 앞자리를 지정해 앉았는데 말이지...

전체적으로 연착했지, 비행기가 제자리를 못찾아 지체했지, 그 많은 승객이 다 내리는데 긴 시간이 걸렸지 등등 해서 내 계획보다 엄청 긴 시간이 지체되었다.

거기다 비슷한 시간에 다른 대형 항공기가 착륙해서 또 많은 승객을 토해 놓으니 입국심사장은 북새통이 되었다. 안내 표시가 보이지 않아 제대로 줄을 찾아 서기도 어려운데다 사람이 많으니 다시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한참 기다려 입국심사가 코앞인데 그제서야 공항직원인 듯한 사람이 유럽인들은 저쪽으로 가란다.

정말이지 한숨(사실은 욕)만 나온다.

짐 찾고 입국수속하는데 1시간, 이동에 30, 그렇게 되면 22:20 숙소에 도착하리라던 내 계산은 여지없이 박살났다.

 

그럭저럭 입국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그때 시각이 벌써 23:00가 훌쩍 넘었다.

늦은 시간에 숙소 들어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처음부터 택시를 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이건 택시 잡기가 예전 30여년전 서울에서 택시 잡을 때와 상황이 똑 같았다.

공항버스, 단체승객 대절버스, 승합차, 택시가 뒤죽박죽인 승강장에서 좀 더 앞쪽으로 갔는데거기도 마찬가지였다. 또 경찰차가 그쪽에 와서 기다리고 있으니 택시가 설 리가 만무했다.

다시 원래 지점으로 돌아오는데, 빈 택시가 하나 눈에 띄길래 스페인어로 “00까지 60유로를 외쳤다.

택시가 서더니 기사가 다짜고짜 큰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출발하면서 요금을 달래서 바지 주머니의 지갑을 열었더니 돈이 모자란다. 그걸 보고 운전기사가 성급하게 뭐라면서 화를 낸다.

잠깐만하고는 휴대용 가방에서 다른 지갑을 꺼내 100유로짜리 지폐를 건네는데 빼앗듯이 받아서 챙긴다.

거스름돈은 안줄 심산으로... 그래도 괜챦았다. 자정 이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정확한 주소를 묻길래 내가 휴대전화를 꺼내 구글지도에 표시된 위치와 주소를 보여주었는데갑자기 이 양반 자세가 부드러워지면서 나더러 휴대전화의 배경사진 인물이 본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파일럿이냐고 다시 묻길래 은퇴한지 오래 됐다.’고 답했다.

이후 아주 호의적인 분위기로 바뀌어 자기는 파키스탄 출신인데 스페인에서 산지 30여년이 되었다는 둥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숙소까지 와서는 100유로짜리 지폐를 돌려주면서 25유로 전후인 미터기 요금만 달란다. 그래서 50유로를 건넸더니 아니 아니라는 것 같길래 100유로 지폐를 들고 이제 이건 내것도 아니다. 우리 둘이 반반씩 나누자(Now this is not mine. Let's share each half.)며 자갈밭에 말구루마 굴러가는 듯한 콩글리쉬로 말했더니 알아듣고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한다.

그러면서 숙소 입구의 초인종까지 대신 눌러서 주인이 대꾸하니 지금 손님이 도착했다고 알려주고는 내게 손을 흔들며 떠난다. 나는 그에게 아디오스!’하고 인사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운전기사 덕분에 그 뒤로 묵었던 모든 숙소의 초인종 누르는 걸 혼동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야 숙소에 들어가서 체크인 절차를 끝내고 간단히 샤워후 유심칩을 갈아끼우는데 크기가 안맞다. 낙담하면서 내일 밖에 나가 새로 유심을 사 끼워야겠구나’ 생각하며 캐나다에 있는 아들에게 카톡 메시지로 이야기했더니 정 급하면 테두리를 깎아내고 써도 된다길래 손톱손질용 줄로 다듬으려다 자세히 보니 칩의 테두리를 두단계나 더 뜯어낼 수 있었다.

그제서야 규격이 맞아진 유심을 갈아끼우고 성능을 점검하는데, 이상이 없어서 좋아하다 이 집 WIFI 덕분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WIFI를 끄고 체크하니 역시나 불통이다.

설정데이터 연결로밍 허용으로 설정하고 나서야 모두 해결되었다.

그 때는 이미 새벽 1시가 되었는데도 잠이 안온다. 하루종일 상황이 꼬이다 막판에 반전되어 기분이 좋아 상기된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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