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마음먹고 밤낚시를 해보고자 출발했다.
부여쪽 수로를 마음에 두었으나 가는 길에 들른 낚시점 사장님의 충고를 받아들여 논산의 탑정지로 방향을 바꾸었다.
바람이 세서 아무데나 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포인트를 잡기가 쉽지 않다.
수일전 모 동료로부터 자신의 보물터라고 소개받은 포인트가 생각 나 그리로 찾아갔다.
그곳은 마침 바람을 직각 방향으로 맞는 터라 마침 잘됐다 싶었다.
위 사진에서 관심지역에 마음이 끌렸으나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해서 결국 접근하기 쉬운 자리에 앉고 말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구석에서 배스인지 블루길인지... 계속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리지만 아주 입질이 없으면 배스나 블루길이라도
낚으며 손맛을 느끼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21, 27, 32, 29, 25대 순으로 4대를 폈다.
수심은 물이 많이 빠졌는데도 1미터 50은 나온다.
맨 오른쪽의 21대 말고는 전부 떡밥을 달아 수시로 헛챔질을 하면서 밑밥을 뿌리고, 맨 오른쪽 21대는 틈틈이 지렁이를 달아
블루길 배스를 노렸다.
유해한 외래어종 퇴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려고...
지렁이에는 블루길이 엄청 반긴다.
열댓마리 잡아서 앉은 자리 뒤 논에 던졌다.
좀 데리고 놀다 보니 지겨워져서 옥수수를 끼워 던져놓고서는 담배를 꺼내 물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어둠이 내려앉으며 밤낚시 풍경이 완성되는 듯 하여 케미를 꺾었다.
그리고 긴 대는 떡밥과 지렁이 짝밥채비로 바꾸고 혹시나 올지도 모를 붕순아지매를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붕순이는 올 기미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괜히 탑정지로 왔다는 후회가 드는 차에 미심쩍은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부시럭거리며 다가와서는 핸드폰 불빛을 비추며 다짜고짜 '왜 짧은 대를 펴놨어?'한다.
"누구세요?"하고 물으니 한참을 뜸들이며 나를 보다가 '아! 죄송합니다. 형인 줄 알았어요. 형이 여기서 낚시를 하거던요' 한다.
그런데 내가 미심쩍어 하는 이유는..
탑정지에 낚싯대 도둑이 많다는 이야기를 몇년전부터 들어왔는데, 과거에는 노골적으로 후랫쉬불을 비추며 낚싯대를 살폈으나
핸드폰 불빛으로 비추었고 왜 짧은 대를 폈냐며 반말조로 말을 건넸다가 금방 죄송하다는 흐름을 유지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하려 했지만 '형이 여기서 낚시한다'는 대목에서 결정적인 모순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 주변에는 릴낚시하시는 할아버지 한분과 나밖에 없는데 뭔 형이 낚시한다는 건지....
엄한 사람을 의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당시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어둠속에 갇혀 찌불만 겨우 보이는 밤 11시 반, 천천히 대를 걷기 시작했다.
집 근처 수로로 자리를 옮겨 낚시를 더할까 생각도 해봤으나 더해봐야 내 어복에 괴기가 걸려줄 것 같지도 않아 금방 생각을
바꿔먹고 바로 집으로 갔다.
낚시하면서 만든 쓰레기와 혹시나 해서 비닐봉지에 넣었던 떡밥과 지렁이통은 집에 와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샤워하고 잠자리에 누워 곰곰히 되씹는데 손맛이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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