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주째 꽝치고 다닌 고로 손맛이 몹시 그립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임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때려 싣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낚시 카페에서 자주 떠올랐던 충북 청원 부강의 둠벙을 찾아보려고 호남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어렵게 찾아갔지만 최근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낚시를 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공주 장자늪을 생각하고 방향을 선회했으나 장자늪은 가는 길이 비포장이라

잘못하면 차가 빠질 염려가 있다.

 

그럼 소류지로 가야 되는데 어디 갈 데가 없나... 생각해도 내 머리에 적당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한테 물어보자 싶어 공주시 끝에 있는 낚시점을 들러 지렁이와 묶음바늘 2봉지를 사면서

주인의 견해를 들어봤다.

 

지금 시간이 이미 10시니 오래 할 게 아니라면 근처의 손맛터가 어떠냐고 되물어 본다.

 

손맛터? 내가 꼴에 그래도 대물낚시에 입문했는데, 작년에 이어 또다시 손맛터를?

쪽 팔리지만 한번 더 가봐?

 

가겠다고 하니 낚시점 안주인이 친절하게 가는 길을 아르켜준다.

그렇지만 가다가 좀 헤맸다.

 

어쨌건 낚시터에 도착해서 보니 대여섯명이 앉아 있는데, 파이팅하는 모습은 안보인다.

살짝 걱정이 된다. 나도 저런 꼴 날까봐...

 

여러명이 있는 관리실쪽을 피해 반대방향에 호젓하게 혼자서 자리를 잡고 3대를 폈다.

 

아쿠아텍 II와 보리가루를 섞어 밑밥을 굵게 달아 몇번 던지니 슬슬 반응이 온다.

 

살짝 올리다 끌고 들어가는 입질...
잡아채니 바로 피아노줄 소리를 낸다.

천천히 손맛을 즐기려는데, 갑자기 팅~ 하고 채비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채비를 회수해서 보니 괴기가 낚시바늘 귀 부분의 목줄을 끊어먹고 튀었다.

 

바늘을 새로산 걸로 바꿔서 다시 던져 넣고 좀 있으니 또다시 입질..

잡아채니 짜장 9치...

 

이어서 9치에서 35센티 정도(토종이면 월척인데...)가 계속 올라온다.

29대와 32대 두대만 펴도 되는데 34대는 괜히 펴서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그리고, 몸을 많이 움직인 탓인지 몸이 덥다.

비가 와서 입었던 낚시외피를 벗고 티셔츠 차림으로 낚시를 했다.

 

한번은 안주인이 커피를 갖다주어 왼손에 들고 있는데 하필 그때 입질이 와서 채다 보니

왼손이 흔들려서 커피를 흰색 티셔츠에 쏟았다.

 

 

열서너마리까지 세다 그 이후로는 세기도 귀챦고 해서 그만뒀다.

아무리 짜장이지만 채비를 넣자말자 입질하는 고마운(?) 놈들이 어디 있어?

 

그런데...

이 놈들 입이 아주 걸레처럼 너저분하다.(얼마나 많은 꾼들에게 입술을 허락한거야?)

그래서인지 후킹이 되고서도 떨어져 나가는 놈들이 많다.

 

 

왠지 불결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첫수만 손으로 다루고 그 뒤로는 지난번에 사둔 고기집게로 고기를 다룬다.

 

 

사실 노지에서 잡은 듯이 꾸미려 했으나 위 사진에서 보이는 좌대가 양어장 낚시터임을 알려주는 

결정적 꼬투리가 되기에 어쩔 수 없이 손맛터를 갔노라고 이실직고하는 바이다.

 

손맛터에서 손맛은 충분히 봤으나 왠지 모를 불결한 느낌...

꼭 성매매라도 한 듯 찜찜하면서도 공허한 기분이다.

 

게다가 점심도 굶었다.

낚시터에서는 식당을 운영하지 않고.. 소개해준 중국집도 1인분은 배달을 안해준단다.

 

저녁때가 되어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전을 걷고 얼른 집으로 향했다.

오면서 저녁밥을 차려 놓으라고 미리 전화한 덕에 도착과 거의 동시에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밥먹고 씻고, 담배도 필 겸 낚시도구 창고를 들렀다.

 

그러고 보니 참 많기도 많다.

대물가방, 떡밥가방, 바다가방, 방한화, 난로, 삐꾸통, 받침틀, 방수모포, 텐트, 침낭,

파라솔 및 파라텐, 아이스박스, 얼음끌, 얼음 뜰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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