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중 동료와 동출했던 탑정지 중심부...
그날의 손맛을 탐해 꾼들이 없을 것 같은 월요일 오후 독조에 나섰다.
용감하게 맞바람을 안으면서 정북(正北)을 향해 전을 펴고 아방궁까지 축조했는데...
샛바람이 그치지 않고 분다.
아! 오늘은 꽝이겠구나...
그래도 탑정지는 모른다. 덩어리 한마리쯤은 안겨줄지도...
희망을 품고 낚시채비로 밑걸림이 되는 수초들을 부지런히 걷어냈다.
일부는 수초낫으로 긁어서 옆으로 옮기고...
사실 저 앞의 수초대는 3일전만 해도 마름밭이었는데, 누군가가 낚시를 위해 많이 걷어냈다.
그 상태에서 내가 내 입맛에 맞게 낚시하려다 보니 한참을 더 걷어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3일전 위 사진 오른쪽의 수초대가...
오늘은 위 사진 정면의 수초대 모양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보면 환상(環狀)의 산호초지대처럼 생겨서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환상이다.
수초대 밖에서 물결이 일어도 상당 부분을 막아주어 찌가 잘보인다,
3일전 동출했던 동료가 앉았던 오른쪽의 빈 자리로 자꾸 눈길이 간다.
2시방향에서 끊임 없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좀 쌀쌀하다.
폰으로 보니 논산시 기온이 25도다.
그럼 거의 열대야 수준인데 나는 왜 춥지?
추석을 사흘 지난 밝은 달이 동녘에서 떠오른다.
하늘의 달과 수면 위로 어리는 달빛이 묘하게 요염하다.
본래 달이 밝으면 낚시가 좀 어렵다고 알고 있으나 탑정지 붕어들 한테는 예외다.
아마 배스나 블루길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것보다는 좀 밝은 것이 생존에 유리해서
그런 건 아닐까...
블루길이나 배스는 밤이면 활동을 멈추지만 탑정지 블루길과 배스는 한밤중에도 설치니까...
그렇게 가녀린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맨왼쪽의
32대 찌가 움직인다.
아주 천천히... 5cm 가량 솟아오르다.. 멈추었다가.. 다시 내려가다가 다시 10cm경 슬며시 솟아오르다
멈추었는데, "조금만 더 더 더.."하는 그놈의 기다림 때문에 상황은 싱겁게 종료! 찌가 스르르 내려간다.
조금 솟아오를 때 챔질이라도 해볼걸... 하는 후회가 기다리는 내내 끊이지를 않는다.
결코 잔챙이의 입질은 아니었다는데, 내 모든 것을 걸 수도 있다.
그 단 한번의 입질이 이번 낚시의 전부였다.
이제 동녘이 밝았고, 날은 샜다.
모처럼 핀 뜰채와 살림망은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드디어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일출과 수면에 비치는 긴 자국은 언제 봐도 엇지다.
고급 카메라가 있었다면 정말 멋진 그림을 새기고 싶은데, 폰카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감내하면서
셔터를 자꾸 눌러봤다.
텐트를 걷고 철수 준비를 하면서 어쩌다 낚싯대쪽으로 눈길이 갔는데, 40대의 찌가 왼쪽으로 50cm나 이동해 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들어봤더니, 뭔가 요동을 친다.
으잉! 웬 횡재? 싶어 들어 보니 그럼 그렇지... 살치란 놈이다.
인증샷하려고 준비하다가 이놈이 발버둥을 치는 통에 놓지고 말았다.
결국 이번 출조는 완벽하게 꽝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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