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지 보경가든 구역에는 지난 첫 오름수위때부터 휴일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늘 만원사례다.
오늘도 혹시나.. 해서 쳐다봤더니, 역시나.. 이다.
애시당초 양촌보를 염두에 두고 집을 나섰으니 미련없이 걸음을 돌려야지...
그런데 탑정지 정찰때부터 띄엄띄엄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양촌보에 도착하기 직전부터는 아예 소나기로 변해
마구 퍼붓는다.
게다가 천둥 번개까지...
상황이 그러니 감히 대를 펼 생각을 못하고 단골 포인트 주변 정찰만 하는데, 오늘 앉고자 하는 지점으로
빗물이 몰려 흘러들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야삽은 오래전에 없어졌고, 마침 오늘 아침에 혹시 쓸지 모른다며 모종삽 하나를 챙겨뒀는데, 그게 빛을 발한다.
물길을 돌리고, 포인트로 내려가는 길을 한삽씩 파서 계단처럼 발을 디딜 수 있게 했다.
계속되는 천둥 번개 속에 "하늘이시여, 내가 정말 죽을 죄를 졌으면 내려치세요.." 라는 비장함과 더불어 근처 야산에
설치된 고압송전탑과 인근의 이동통신 중계소 통신안테나 등 여건으로 미루어 나한테 벼락이 떨어질 확률은
아주 낮다는 얍삽한 속셈을 바탕으로 안전불감적 행태를 자행했다.
비 맞을 경우에 대비해서 챙겨둔 우의도 제법 기능을 발휘했다.
다만, 워낙 땀이 많은 체질이라 삽질(?)한다고 흘린 땀만 해도 비 맞은 양만큼이나 되다 보니 우의는 입으나 마나
한듯 하지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젖지 않게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여간 비와 번개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포인트를 살펴 보니, 지난번에 폼으로 하나 핀 36대가 계속 입질을 받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앞에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초대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하천 중앙부로는 흙탕물이 흐르는데, 이곳은 물이 탁하지가 않은 것이다.
이 포인트는 수초대로 둘러쌓인 둥그스럼한 웅덩이와 비슷해서 유속의 영향도 덜타고 흙탕물의 유입도 더딘 것이리라..
"그렇지... 오늘도 요기다" 하고 기다리다 비가 좀 잦아드는 틈을 타서 낚시짐을 내렸다.
수초대를 기준으로 조금 긴 대 위주로 5대를 폈다.
32, 34, 40, 36, 29...
미끼는 모두 지렁이로만...
참고로, 바로 왼쪽 10여m 지점의 포인트는 수심이 70cm 내외였는데, 여기는 어찌된 일인지 2m 전후다.
하여간 잔뜩 기대를 품고 낚시에 몰입했다.
그런데 어이하랴... 한동안 퍼부은 장대비로 인해 이곳도 흙탕물이 차버린 것이다.
게다가 수위까지 오르고 있다.
보가 있어서 잠시 조금 오르고 더이상 안오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평소에 비가 많이 오면 수로낚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수위가 오르고, 흙탕물이 될 줄은 몰랐다.
특히 수락계곡쪽에서 내려오는 물은 항상 맑기만 한 줄 알았다.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다.
밤 11시 반경에, 받침틀을 뒤로 물리면서 34대 이상은 접고 짧은 대로만 4대를 유지했다.
새벽 2시까지 수위가 30cm가량 오르더니 그제서야 주춤한다.
좀 있으니 수위가 조금씩 내려간다.
그 악조건 속에서도 붕어는 있어서 초저녁에 3치 붕애가 찌를 올려주어 한 수...
그뒤로 동자개 새끼, 가물치 새끼가 물었을 뿐 내내 소식이 없다가 새벽에 맨왼쪽의 21대에서 겨우 손바닥만한
붕어 한마리를 걸었으나 그마저 올리던 중 떨구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낚시는 꽝!
기분이 별로지만 불과 하루이틀전에 그 자리에서 낚시를 한듯한 꾼이 고스란히 남겨놓고 간 쓰레기를 모두 담아왔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내가 버린 것처럼 보일 것이고, 그러면 '어제 이래저래 생긴 놈이 낚시하더니만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갔구만.. 에이 개XX!' 할 것 같아서...
내가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모범시민이라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오래전에 누군가가 버려서 무성한 풀숲 속에 있는
많은 쓰레기들은 그중 하나도 챙겨오지 않은 사실만으로 충분히 입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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