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게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많다.
예컨대 소와 말은 같은 초식동물이고 발굽동물이지만, 생존방식은 전혀 다르다.
소는 '느리게 살기'의 대표 선수다. 모든 것이 여유롭고 느리다.
반면에 말은 '빨리 달리기'의 대표 선수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먹이'에 있다.

풀은 구하기 쉽지만,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다 보니 시간만 나면 되씹어야 했고, 4개나 되는 위와 긴 창자가 필요했다.
또 길어진 창자를 담아내기 위해 몸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소, 낙타, 하마가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구불구불 긴 길을 뜻하는 구절양장(九折羊腸)이란 말도 여기서 생겨났다.
직역하면 아홉 번 굽어진 양의 창자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같은 초식동물 중에도 차별화된 선택을 한 동물이 있다.
그 이유는 연한 풀처럼 좋은 먹이는 필수적으로 경쟁을 부르기 때문이다.
경쟁강도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로 한정된다.
첫째, 경쟁에서 이기거나,
둘째, 좋은 먹이를 포기하고 2류로 사는 것,
셋째, 앞의 두 가지가 아니라면, 또 다른 먹이를 개발하는 것이다.

말은 세 번째 선택, 즉 레드오션을 떠나 경쟁 없는 블루오션을 찾기로 했다.
즉, 말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거친 풀을 새로운 먹이로 선택했다.
비교적 소화가 잘 되는 연한 풀이 아닌 거친 풀을 먹기로 한 것이다.
대신 말은 4개의 위와 되씹기를 통해 완전히 영양분을 흡수하는 소화방식을
버리고, 빨리 그리고 많이 먹으면서 빨리 배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70% 정도 영양분을 흡수하면 배출시켜 버리고 또 먹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말은 경쟁이 없는 새로운 먹이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소가 문제였다. 새로운 먹이는 초원의 변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초원의 변두리는 초식동물들이 무리 지어 사는 초원 중심부와 멀리 떨어진,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당연히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했다.
「속전속결!」말은 새로운 먹이를 위해 속전속결이라는 생존전략을 개발해냈다.
포식자들이 우글거린다면 방법은 단 하나,
포식자들이 다가오기 전에 빨리 먹고 빨리 소화시킨 후,
포식자들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다.

먹이가 바뀌면 소화기관이 바뀌고, 소화기관이 바뀌면 생존의 형태가 바뀐다.
말은「속전속결 전략」에 맞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소는 음식물을 완전하게 소화시키는데 70~90시간이 걸린다.
말은 이 시간을 절반 정도인 48시간으로 줄였다.
4개의 위를 1개의 위로 대체했고, 덕분에 창자 길이도 확 줄었다.
소는 풀을 3~4번 되씹어야 하고 발효되는 것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느릴 수 밖에 없지만,
말은 대부분의 것을 버린 덕분에 스피드를 핵심경쟁력으로 가질 수 있었다.
먹이 선택이 생존방식을 결정한 것이다.

경영자들 치고 5년, 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가로 고민하지 않는 분들이 없다.
기업도 자연의 본성인 먹고 사는 일, 즉 생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성장동력」이라는 말을 자연의 용어로 말하면「새로운 먹이」이다.
그런데 이 먹이 선택은 절대 쉽지 않다.
먹이를 선택하는 것도 힘들지만, 선택하면 생존방식을 확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바로 핀란드의 국민기업인 노키아이다.
노키아는 원래 1865년에 세워진 제지회사였지만,
지금 노키아는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990년대 초 CEO에 취임한 요르마 올릴라는 노키아를 구하기 위해 통신분야를 새로운 먹이로 선택했고, 마치 말이 그랬던 것처럼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엄청난 투자를 했던 가전부문은 물론 전통의 종이펄프까지 다 버린 것이다.
몸집만이 아니다.
빠른 먹이 소화를 위해 평등하고 간결한 조직구조를 만들어냈다.
불필요한 위계나 조직 같은 것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덕분에 오늘날 노키아는 초일류기업으로 세계를 천리마처럼 달리고 있다.
먹이가 바뀌면 몸이 바뀌고, 몸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5년 후, 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가가 고민이 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모든 것을 바꾸는 모험이기 때문이 아닐까?  

       <출처 : SERICEO 세렝게티생존경영, 글 : 이코노미스트 서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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