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8(목)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후배와 함께 콜택시편으로 대전 정부청사앞 고속버스터미널로 달려가서 표를 끊고 대기하다
마치 중요한 무엇이라도 잊은 양 ‘팩소주’를 외치다 후배가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팩소주 20봉을 사갖고 왔다.
그럭저럭 시간이 되어 고속버스가 도착, 짐과 몸을 싣고 의자에 몸을 기대어 느긋하게 잠이라도 잘 요량이었으나
제법 원거리 여행이라 설레어서 그런지 잠은 쉬이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하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발권하고 짐 부치고, 식사하고 청사 안을 돌아다니다 웬만큼 시간이 돼서 라오스행 비행기가
있는 계류장으로 가는데,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처럼 전철같은 뭔가를 타고 한참을 가서야 도착했다.
<탑승 대기중, 동절기 복장.. 후배도 참 나이 많이 먹었네... ㅎㅎ>
그 건물 내에서 기다리며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를 보니 B-737기인데, 크기에서 A380이나 B-747기와 분명한 대조를 보인다.
목적지인 비엔티엔은 라오스 首都이지만 공항이 작아 대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가 없어서 소형기들만 취항하고 있단다.
<앞을 지나가는 A-380, 좀 멀리는 있지만 웬만큼 덩치 큰 점보기도 작게 모인다.>
오후 5시반쯤 되니 탑승수속을 시작, 우리도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야구가방을 맨 사람들이 있어서 한-라오스 친선야구대회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30여년만에 타는 B737기종이라 그런지 너무 협소해서 갑갑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예쁜 승무원들과 마주 보는 제일 앞자리라 상당한 위안이 되면서 좀 나았다.
저가항공이라 승무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많이 생소하다.
오후 6시가 되자 드디어 움직이는 비행기...
그런데, 인천공항이 제아무리 넓다고는 하지만 30분 동안이나 유도로를 기어다니다 그제서야 이륙한다.
정말이지 그렇게 작은 비행기가 6시간동안 날아갈 수 있을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서부터 어두워져서 중국 상공을 날때는 완전히 깜깜해져서 육지의 도시들 야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니, 그보다 술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기내에서 돈주고 사 마셔야 하는 맥주...
6시간후, 드디어 라오스 비양쨘공항에 도착했다.
2시간의 시차가 있는 라오스라 밤 10시였다.
입고 갔던 동절기 복장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바꾸었지만 비행기 밖으로 나오자말자 숨이 막힐 정도로 공기가 후끈하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오니 이만수감독을 비롯, 라오스야구단장(제**)과 여러 코치들이 나와서 맞아주었다.
대절해온 버스에 타고 숙소로 가면서 비양쨘(비엔티엔) 시내를 구경했는데, 한 나라의 首都치고는 좀 허름했다.
하여간 현지에서 예약해준 호텔로 가서 짐을 풀었다.
<이 호텔의 4층이 숙소였다>
그리고는 씻고 자려는데 그 늦은 시각에 후배는 배가 고프단다.
그래서 인근의 자그마한 카페로 가서 피자를 시키고 라오스에서 가장 유명한 라오비거(맥주)를 사 마셨다.
20불을 지불하니 7불 정도가 남아서 억지로 맥주를 더 시켰다.
비행기 안에서 술을 제법 마신데다 카페에서 더 마셨으니 취기가 많이 오를 수 밖에...
써빙하는 아가씨에게 "응앰 라이(예쁘다, 많이)"라고 했더니 배시시 웃다가 옆의 동료에게 뭐라 하더니 둘이 함께
또 웃는다.
<피자... 배가 좀 고팠던 탓인지 제법 맛있었다.>
한참을 노닥거리다 호텔로 돌아와 자려는데, 술을 마신데다 열대지방인만큼 후덥지근하다.
에어콘을 키고 자는데 새벽녘에는 쌀쌀하다.
이른 아침과 한밤중에는 고맙게도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2016. 1.29(금)
일어나 씻고 7시에 식당으로 내려가 어렵게 주문해서 바게뜨빵과 죽, 후식으로 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이제 본행사가 열리는 국립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주최측에서 호텔을 행사장과 가까운 곳에 잡아주어 걸어서 5분만 가면 된다.
가는 길에 주위를 돌아보니 과연 열대의 나라임을 실감케 된다.
바나나며, 야자들이 흔하다.
경기장으로 걸어가다 보니 야구유니폼 입은 한국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모두 같은 행사 때문에 왔을 터,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드디어 '짜우 아누봉 국립경기장'에 도착했다.
<입구에 서있는 동상은 태국과의 독립전쟁에서 한번 승리한 적 있는 아누봉장군이란다>
<이곳이 국립경기장 전경.. 우레탄 코팅도 많이 벗겨져 있고, 옆에 보조경기장이나 야구장 같은 건 없다>
주최측에서 경기장 본부석쪽에 행사 현수막을 3개 걸었다.
팀별로 줄을 섰다.
라오스 가기전 주최측에서 '당신은 외인구단에 편성되었습니다'고 해서 몇명 되는 줄 알았는데, 달랑 둘...
그리고 개막식...
국기에 대한 경례에 이어 애국가 제창을 할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것도 국가간 행사라고...
駐라오스 한국대사와 서울대 사대학장님까지 행사에 참석해주어 격이 상당히 높아졌다.
게다가 일본 대표팀(현지 일본교민)도 있쟎은가?
개막식후 각 구단 소개시간이 있었는데, 나한테 외인구단 대표로 한마디하라기에 한다고 했는데...
팀소개를 할 것도 없고 해서 '나이 60이 넘어서도 좋아할 수 있는 운동종목이 야구라는 걸 라오스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왔노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놈의 기념촬영...
왜 사람들은 유명인과의 사진촬영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이만수감독이 피곤할 정도로 기념촬영 요청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안해하는 내게 후배는 '괜챦다'며 나를 잡아끌어 세우는 통에 나도 본의 아니게 이만수감독에게 폐를 많이 끼쳤다.
<복장을 보니 행사 첫날...>
<이건 둘째날, 내가 이만수감독과 배터리를 이루어 함께 1이닝을 뛰기전...>
<행사 3일차에도...>
이어서 개시된 경기...
백넷도 없고 투수마운드도 없이 축구장에 금만 긋고 경기를 하는데, 제1경기에서는 라오스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급조해서 간 교회 신자팀에게 이겼다.
그 아이들은 대부분 중고생들로서 잘 먹지를 못해 그런지 체격이 작지만 훈련을 잘받아서 조직력이나 경기력은
내가 생각한 수준 이상이었다.
언어소통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길러낸 코칭스탭들의 노고가 짐작이 되었다.
제2경기가 시작되는 걸 보고 후배와 나는 점심을 해결하려고 밖으로 나와 근처 식당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메뉴를
살펴봤다.
뭘 사먹어야 후회가 없을지 한참을 망설이다 '이러다 결국에는 짜장면 사먹노라'면서 長考끝에 들어간 곳이 라오스에서는 제법 품격이 있는 식당인가 보다.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가 사람 마음을 끈다.
거기로 들어가 메뉴판을 봤는데, 잘 알 수가 없어서 그냥 돼지갈비탕(Pork Rib만 알아보고...)을 주문해서 먹었다.
돼지갈비가 덜 고아져서 질기고 뜯어먹느라 애를 썼다.
그래서 고기는 대충 뜯다 건져내고 국물에 밥을 말아서 우리식으로 뚝딱 해치웠다.
그런데 무엇보다 고역인 건 그놈의 '팍치(향신료의 일종, 우리나라는 '고수'라던가?)...
후배는 그게 좋다는데, 나는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식사 도중에 주방장인 듯한 젊은이가 다가와 '맛있냐'고 묻는 것 같아서 "쌥 라이(맛있다, 아주)"라고 대꾸해주었다.
식사후 호텔 숙소로 돌아와 양치질하고 잠시 낮잠 한숨 때리고 기다리다 다시 경기장으로 가서 제2경기 후반부를
좀 관전하다 몸풀기 시작...
일반적인 스트레칭은 대충 하고 어깨풀기에 집중했다.
그런데 전날 비행기에서부터 알차게(?) 마셔댄 술기운 탓에 몸이 많이 흔들린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던지는 공 속도에 깜짝 놀랐단다.
드디어 라오스 청소년팀과 외인구단팀이 제3경기를 진행하는데, 먼저 경기에서 심판을 보던 사람이 등판했다.
그는 폐암 말기 환자로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단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은 밝았고, 심판 볼 때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그리고 그는 라오스 청소년들의 야구를 위해 4천만원 상당의 피칭머신을 快擲했고, 다시 5천만원 상당의 야구연습 장비를
기증하기로 약속한 상태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주 감동적이다.
나는 나이 하나로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감동을 주려 했는데, 괜히 부끄러워졌다.
하여간 그랬는데 아무래도 그 사람은 투수로는 힘이 부치던지 무사 1루의 상황에서 나한테 마운드를 넘겼다.
던져 보니 라오스 청소년들은 직구에는 어느정도 적응을 했는데, 변화구에는 좀 약했다.
내가 던지는 동안 정타는 많지 않고 빗맞은 타구나 헛스윙이 많았다.
내가 술이 완전히 깬 상태도 아니라 4구도 많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당일치기 레슨으로 외인구단에 합류한 선수가
몇명 되다 보니 이길 수가 없었다.
물론 이겨야겠다는 욕심도 없었지만...
하여간 2이닝 던지고 내일 일본전을 위해 쉬라는 권유에 '不敢請이나 固所願'이라 마음 가볍게 내려왔다.
그 경기는 후배의 2타점 2루타가 아니면 영봉패할 뻔 했다.
경기후 선수단 인사시 걔네들중 가장 키가 큰 학생에게 내가 갖고 있으면서 한번도 안쓴 배팅장갑을 선물했다.
(그 친구는 그 이후 항상 뒷주머니에 장갑을 꽂고 다녔다.)
그리고 라오스 가면서 우리팀장비중 배트 1자루와 헬멧 하나를 갖고 갔는데, 얘네들이 탐나는지 돌아가며 만지고 있어서
돌려받기가 정말 미안했다.
1일차 행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씻은 뒤 저녁식사도 해결하고 거리구경도 할 요량으로 호텔을 나서서 길을 걷다 보니
'한국 밥집'이 눈에 띄어 무작정 들어갔다.
돼지국밥을 시켜서 먹다 소주 1병까지 겻들여 먹으니 19불이 나왔다.
소주값이 식대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다시 거리로 나왔으나 피곤한 몸에 술까지 들어간 탓인지 다리까지 무거워져서 당초 계획했던 메콩강변 야시장 탐방은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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