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공중전화로 삐삐를 치던 아날로그의 시대.
조금은 느리고 불편했지만 유난히 그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이 많은 것은 일련의 일들을 전자 기기가 아닌 머리와 가슴에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디지털 치매, 정체를 밝혀라!
디지털 치매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 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신체기관 중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뇌는 1천억 개 이상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에서 정보가 유입되면 이 세포들은 우선 몇 초에서 몇 분 정도까지 정보를 단기로 기억했다가 반복학습을 통해 장기 기억으로 이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뇌 대신 디지털 기기에 정보를 저장하게 되면 단기 기억을 반복해 학습할 필요가 없게돼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옮겨지지 못한다. 때문에 나중에 급히 정보가 필요해도 꺼낼 수 있는 장기 기억이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사람의 뇌는 유동적인 기관이라 적절한 자극을 주면 좋아한다. 특히 헌것보다 새것을 좋아하는 뇌의 특성상 새로운 정보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세포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뇌는 점차 활동 영역을 잃고 퇴화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스스로 굳이 많은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직무유기를 선언한 것이다.
사실 디지털 치매가 정식 병명은 아니다. 치매는 기억이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중증 질환이기 때문에 오히려 '디지털 건망증'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다. 디지털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치매처럼 뇌 손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병으로 인정되지는 않고 하나의 증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망증이라는 단어로 가볍게 넘겨버릴 일도 아니다. 디지털 치매로 기억력 감퇴가 심해지면 결국 진짜 치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성과 집중력 결여로 이어져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유발해 공황장애, 정서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기술은 발전했고, 삶은 윤택해졌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만 있으면 두려울 것 없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디지털 기기 없이 간단한 정보조차 기억할 수 없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면 뇌의 영역을 지나치게 침범하는 일은 조금 줄여갈 필요가 있다.
디지털 치매 예방을 위한 방법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스마트폰의 사용을 줄여 여유를 찾자는 '디지털 디톡스'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미 죽은 뇌 세포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적절한 자극으로 뉴런 사이의 정보교환을 담당하는 '시냅스'의 수는 증가시키면 어느 정도 디지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기존의 일상을 탈피한 새로운 시도: 평소 시나 소설 등을 주로 읽었다면 전문서적이나 실용서로 바꿔 읽고, 강렬한 음악이나 록을 즐겨 들었다면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음악을 들어보자. 익숙하지 않는 것들이라 재미도 없고 어색하겠지만 뇌에 새로운 정보를 넣는 작업을 통해 뇌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자신과 다른 직종의 사람들 만나기: 언어를 이해하는 작업은 좌뇌,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은 전두엽에서 담당한다. 때문에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생소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뇌 전체를 활발하게 움직여 도움이 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습관 고치기: 일 처리의 방법이 간단할수록 뇌의 사용량은 떨어지게 된다. 전화를 걸 때는 단축번호 대신 직접 다이얼 번호를 누르고, 가끔은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아보는 연습을 하자. 또 간단한 계산은 되도록 암산으로 해결하고, 손 글씨를 자주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가진단 테스트
일상에서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당황스러운 기억들 중 어떤 것들이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발생한 일들일까? 그리고 그 심각성은 어느 정도일까?
▶ 아는 한자나 영어 단어가 기억나지 않은 적이 있다. 문제 없음
▶ 애창곡의 가사를 보지 않으면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문제 없음
▶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주의
▶ 부모님의 생신이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주의
▶ 웹사이트 ID나 비밀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주의
▶ 계산서에 서명할 때 빼고는 거의 손 글씨를 쓰지 않는다. 주의
▶ 몇 년째 사용하고 있는 집 번호가 갑자기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주의
▶ 종종 같은 이야기를 계속 한다는 말을 듣는다. 주의
▶ 오늘 먹은 점심 식사의 메뉴가 기억나지 않는다. 위험
▶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위험
▶ 외우는 전화번호가 내 번호뿐이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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