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양의 의학자들이 얼굴의 생김새에 깊은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잇따라 국제 논문을 통해 발표됐습니다.
글로벌 CEO…그들의 얼굴은?
먼저 미국 위스콘신 대학이 경제 전문지인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CEO의 얼굴형태를 분석했습니다.
이런 황당한 연구를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한 것은 그들의 리더쉽에 깊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리더쉽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조직이나 기업을 잘 이끄는 리더들에게는 겉모습이 주는
특징이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게 강인한 인상을 주거나 혹은 큰 사람인 것 같은 인상을 주거나, 기억을 잘나게 한다거나,
그 사람의 말은 잘 들어야 할 것 같다거나 하는 겉모습이 풍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주는 특징이 신체의 어떤 부위와 관련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큰 키가 이런 특징들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지만 큰 키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위스콘신 대학은 혹시 얼굴의 비율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 겁니다.
그래서 세계 500대 기업의 CEO 중에서 리더쉽 연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55명을 선정했습니다.
General Electric, Hewlett-Packard, NIKE 같은 회사들의 CEO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55개 회사들은 이미 다른 연구에 의해서 그 회사의 수익, 고용인 인원수가 파악되었고 동시에 CEO의 인지 행동학적 특징이
분석되어 있었습니다.
인지 행동학적 특징은 쉽게 말씀 드리면 그 사람이 복잡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 아니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복잡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비슷하게(approximately)', '가능성(possibility)', 그리고 '성향(trend)'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 단어들은 딱 떨어지지 않고 어딘가 열려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단순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절대(absolutely'), '의심의 여지없이(without a doubt)', '돌이킬 수 없는
(irreversible)' 같은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이 단어들은 단순하고 단호합니다.
연구팀은 CEO들의 연설과 쓴 글을 분석해서 CEO들의 인지 행동 유형이 복잡한지 아니면 단순한지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 즉 회사의 수익, 규모 그리고 CEO의 인지행동 유형이 얼굴의 가로/세로 비율과 관련 있는지
조사를 해본 겁니다.
CEO 그들은 얼굴이 넓었다.
CEO들의 얼굴은 확실히 넓었습니다.
세로 길이가 짧고 가로 길이가 길었습니다.
55명의 CEO 얼굴의 가로/세로 비율의 평균은 1.96 이었습니다.
일반인의 경우 민족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4에서 1.6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30% 정도 더 넓은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얼굴이 넓은 CEO 일수록 인지 행동 유형은 더 단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비슷하게', '가능성', '성향' 이런 단어보다 '절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같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사람이나 관계를 파악할 때 여러 측면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한 가지만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2011년에 psychological science라는 국제 유명 저널에 연구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얼굴 넓은 게 좋은가?
하지만, 넓은 얼굴이 낙관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먼저 2008년에 하키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얼굴이 넓을수록 훨씬 공격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일반 회사원과 연구원을 대상으로 '얼굴이 넓을수록 주변 사람이 믿음직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실험 결과가 국제 논문으로 발표됐습니다.
200여 명의 실험 참가 남성을 얼굴 면적이 넓은 사람과 평균적인 얼굴 넓이를 가진 사람들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한 상황을 주었습니다.
남을 위해 경제적 기부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서로 이야기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나중에는 서로 말없이 상대방에게 줄 기부 금액을 결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얼굴 면적이 넓을수록 기부는 적게 하고 자신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배분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한 가지 나왔습니다.
얼굴이 넓지 않은 사람도 유독 얼굴 면적이 넓은 사람과 협상할 때는 기부를 적게 하고 자신에게 많은 몫이 돌아가도록
선택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 결정 실험에서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기부 금액을 먼저 듣고 나서 기부 금액을 결정하도록 하면 대부분 상대방의 기부 금액만큼만 결정합니다.
그러니까 이 결과는 얼굴이 넓지 않은 사람이 얼굴이 넓은 사람과 거래할 때는 얼굴 넓은 사람이 자기 몫을 더 챙길 걸
예상하고 본인도 자기 몫을 더 챙기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얼굴이 넓은 사람일수록 경제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고 다른 사람들을 더 잘 속이는 경향이 있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얼굴 연구…아직은 초기 단계
유전학자들 중에는 넓은 얼굴이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자연 선택된 형질이라고 분석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넓은 얼굴에 대해서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에 대한 걸 모두 소개해 드렸는데 저는 사실 넓은 얼굴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얼굴 넓이에 관한 연구가 아직은 초기단계라서 나중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재미로 들어야지 예민하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다만, 혹시라도 협상하게 되는 일을 하실 땐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 > 世事雜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부터 달라지는 車 관련 제도 (0) | 2014.01.01 |
---|---|
디지털 치매란... (0) | 2013.12.08 |
24 절기로 보는 농사 달력 (0) | 2013.09.26 |
사라 브라이트만 내한공연 계획 (0) | 2013.05.19 |
치약 짜는 습관으로 본 성격 (0) | 2013.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