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붉은색을 띄게 하는 헤모글로빈은 암 세포를 만드는 주범이다.

가끔씩 섭취하되, 암세포 성장을 막는 오색 채소와 함께 먹는다.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 암 전문의와 영양학자들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말이다.

21일은 암 예방의 날이다.

요즘 암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 선회하면서 음식에 관심을 갖는 의사들이 크게 는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암 발생 원인 중 음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차병원 암예방연구센터 함기백 교수(소화기내과·대한암예방학회 명예회장)는 "암은 절대 단기간에 생길 수 없다.

20~30년 동안 끊임없이 축적·분열·성장·단계를 거쳐 암으로 발현된다. 담배·음주·운동부족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해 암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적색육의 헤모글로빈이 용종 유발

우리나라 암 종류별 발생 추이를 보면 흥미롭다.

30~40년 전에는 거의 없던 대장암·전립샘암·유방암이 크게 늘고, 흔하던 위암·간암 등은 줄고 있다.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장 송용상 교수(대한암예방학회장)는 "우리나라 암 발생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음식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세 가지, 적색육(쇠고기·돼지고기 등), 동물성 지방(닭껍질·적색육의 마블링 등에 많음), 음식 가공과정에서

들어가는 화학물질(발색제 등) 섭취 증가를 꼽는다. 30여 년 전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음식 재료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증가하는 암의 공통적인 유발 요인은 기름진 음식과 적색육"이라며

"50~60년 전에는 1년에 몇 번 특별한 날만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요즘은 외식할 때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을 골라먹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10년 사이 한국인의 적색육 섭취량은 3배 늘었다.

그렇다면 적색육과 암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박 교수는 "고기를 빨갛게 보이게 하는 헤모글로빈이 문제"라고 말했다.

헤모글로빈은 혈액 속 물질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육류를 통해 신체 내로 들어오면 산화반응을 일으킨다.

대장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성장시켜 용종을 만든다. 용종은 암으로 변할 수 있다.

또 육류를 고온에서 가열하면 발암물질(다환방향족아민화합물)이 생성된다. 이것이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켜 결국 암이 된다.

미 하버드대병원 조사에서도 고기를 10g 섭취할 때마다 대장암의 위험이 4배 증가했다.

두 번째는 동물성 지방이다.

박 교수는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간에서 '2차 담즙산'이라는 게 분비되는데, 이게 대장세포를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동물성 지방은 유방암 위험도 높인다.

송용상 교수는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될수록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동물성 지방이

에스트로겐 분비를 자극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고지방식을 즐기면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정상세포도 암세포로 바꾸는 가공식품

인공화학물질 섭취 증가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육류를 가공할 때 맛과 향을 좋게 하기 위한 발색제·보존제 등은 몸속 아미노산 성분과 반응해 발암물질(니트로소아민)을 만든다.

함기백 교수는 "어쩌다 한번 섭취하는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고지방식·육류·가공식품을 매일 먹다 보면 정상세포도 지쳐

암세포로 바뀐다"고 말했다.

유방암·전립선암 예방엔 콩이 좋아

암을 유발하는 음식이 있지만 암을 예방하는 음식도 있을까.

대장암의 경우 적색육 대신 흰색육(닭고기·칠면조 등)을 선택하고, 지방질이 많은 닭껍질보다 닭가슴살을 먹는 게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산균과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유산균이 증가하면 대장 내 유해한 미생물 증식이 억제돼 세포의 정상적인 성장을 돕는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채소의 엽록소 성분은 적색육의 체내 산화·발암 작용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유방암 예방엔 채소와 과일 섭취가 지원군이다.

박건영 교수는 "비만은 유방암의 주요 유발 인자인데, 채소와 과일에는 섬유소가 많아 포만감을 느끼게 해 비만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또 섬유질 자체가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콩이나 콩가공식품 섭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서영준 교수는 "콩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이소플라본이 있다.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방해해 유방암 발생을 억제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된장·간장은 소금 함량이 높아 오히려 위암 발생을 높일 수 있다.

소금을 넣지 않은 콩·두부 등으로 섭취해야 한다.

전립샘암 발생 요인으로는 서양인의 과다한 지방섭취가 주목 받았다.

하지만 최근 우유와 유제품 섭취가 더 강력한 발암인자로 밝혀지고 있다.

우유 속 칼슘이 전립선암 세포 활성도를 높인다는 것.

반면 전립샘암을 막기 위해서는 토마토·콩 제품 섭취를 늘려야 한다.

토마토 속 라이코펜은 전립샘암 세포 활성을 막는다.

또 콩의 에스트로겐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한 전립샘암 증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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