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온통 조사들로 가득 찰 거라는 예단을 바탕으로 하루 먼저 금요일날 간을 보기로 하고
작년 겨울에 두번이나 꽝을 친 적이 있는 논산 병사리지로 갔다.
나랑 비슷한 아이큐의 사람들이 제법 있다.
차를 둑방 근처에 주차한 탓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중류쪽으로 가려다 보니 힘도 많이 들 것 같고,
철수때 돌아올 생각을 하니 너무 아득해서 어중간하게 중하류쪽에 자리를 잡고 말았다.
일단 짐을 내려놓고...
아무래도 눈이 녹은 곳이 수중에 햇볕이 조금이라도 더 잘 투과될 것이라는 과학적 논리를 동원하여
제법 넓게 눈이 녹은 곳을 택해 자리를 잡았다.
오른쪽에 보이는 큰 구멍이 마음에 들기도 한다.
점심으로 컵쌀국수에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서 먹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무의식적으로 찌를 한번 주~욱
훑어 보는데 맨오른쪽 찌, 이놈이 내가 못본 새 솟아올랐다가 스르르~ 내려가고 있다.
배만 덜 고팠으면 먹던 쌀국수 확~ 집어던져버리고 싶었다.
붕어는 왜! 꼭 딴짓할 때 입질하는가?
아주 많이 낙담하면서 자리를 옮길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입질이 있으니 언젠가 다시 올거라는 믿음으로 계속 죽치고
앉아서 찌를 노려보다 그제서야 낚시터에 와서 아직 담배를 한가치도 안피운 걸 깨달았다.
담배를 한대 물고나서 입질이 있었던 맨오른쪽 대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면서 가운데 대도 혹시나 그 붕어가 옆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가끔 겻눈질 정도 하고, 맨왼쪽 대는 거의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살짝 옆으로 이동하는가 싶더니 끌고 들어가길래 낚아챘는데, 손맛이 좀 가벼워서 그렇지 올해 첫붕어이니 만큼
그 의미는 상당하다.
얼른 사진을 찍어서 조우 몇몇에게 메일을 보냈다.
약 좀 오르라고... ㅎ
좀 있으니 아픈 배를 내색하지 않고 줄줄이 답신이 돌아오는데...
작지만 이걸 신호탄으로 올해 많은 월척 올리기를 기원한다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다시 봐도 이쁘다.
그 자리에서 한껏 고무되어 미끼를 갈아주고, 고패질을 하며 정성을 다해 낚시에 임했지만 그 뒤로는 소식이 없다.
게다가 오후로 접어들어 바람이 조금 강해지면서 좀 춥기도 하다.
그래서 자리를 옮겼다.
새 얼음구멍을 뚫으며 땀도 내려고...
오후에 해볕이 잘드는 동쪽의 수몰나무가지들이 물속에 잠겨있는 곳...
다시 구멍 세개를 뚫고 낚시를 시작한지 한시간여...
그러나 여전히 입질은 없고, 주변의 출조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면서 날씨도 차고, 마음은 더 차가워진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대를 접었다.
하지만 너댓치짜리 붕애 한수 하고도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써 다음에 언제 다시 출조하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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