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몇주동안 낚시를 못갔더니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다.

 

저수지와 수로들은 누가 업어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잘 있는지...

겨우내 나를 피하던 붕어들 마음은 좀 돌아섰는지...

이 모든 것들이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 아내에게 "내일은 낚시를 가야겠노라"고 결의에 찬 어투로

말을 던지면서 눈치를 살폈더니 그다지 저항하는 기미가 없다.

 

'챤스!'

내킨 김에 "지난 번에 산 식빵으로 토스트 좀 준비해줘!"라며 오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몇조각이면 돼?'하고 아주 호의적이다.

 

그날 밤잠을 설쳤다.

새벽 4시에 잠이 깨서 인터넷으로 날씨 검색하고, 위성지도를 보며 

평소 마음에 두었던 몇몇 저수지와 수로들 가는 길을 찾아봤다.

 

7시가 되니 아침을 굶고 그냥 출발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의 출조에 대해 모처럼 보인 아내의 우호적 태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7시 반에 정중하게 아내를 깨워 아침밥 배식을 요청했다.

 

그리고 점심으로 먹을 토스트도 요구했더니 전날 약속을 까먹은 건지,

남편을 우습게 본건지 전날 홈플러스에 가서 사온 빵 한봉지를 그대로 준다.

 

지아비로서의 자존심이 일순간 일렁였으나 '그까이꺼..' 출조를 앞두고

대수로운 게 아니쟎나?

 

하여간 아주 단촐하게 차려진 아침밥을 깨끗이 먹어주는 성의로  

아내의 상차림에 대한 후의를 표하고 난 뒤 새벽부터 싸둔 낚시짐을 싣고

중간에 낚시점 들러 지렁이 한통 사서 나는 듯이 익산 용안수로로 달렸다.

 

 

그동안 몇번인가 가서 한번 빼고는 언제나 손맛을 안겨준 그 곳, 난포교 부근에

차를 세우고 물가로 내려가 물색을 살피니 아~주 Good!이다

 

다만 평소에 비해 물이 4~50센티나 빠져 있는게 마음에 걸린다.

 

 

교각 주변과 오른쪽의 수초대 가까이에 3대를 펼쳤다.

36, 34, 32 각 1대씩..

수심은 약 1미터 30정도..

 

앉은 자리가 높다 보니 원하는 포인트까지 거리가 멀어 평소보다

긴 대가 필요했다. 

 

 

한참동안 정적을 유지하다 오후로 접어들 무렵, 맨오른쪽의 찌가 솟구치고 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한눈 팔다 고개를 돌리니 찌가 끝까지 올라와서

끄덕대고 있었다.

 

늦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으나 일단 잽싸게 잡아채봤다.

그런데... 어쭈구리? 힘을 제법 쓴다.

 

손맛을 즐기고 싶었지만,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발밑에 폐그물이 있어서

손맛타령할 계제가 못되었다.

 

그래서 번쩍 들어올려 핸드폰으로 사진부터 한방 박았다.

올해 구경한 첫붕어... 7치짜리..

 

붕어는 반갑기 그지없으나 '반자동빵'이란 자괴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살림망도 없고, 바로 방생하는 것이 마땅하나 너무 자랑하고 싶었기에

주변에 있는 반찬통 하나를 주워 물을 떠서 붕어를 담가 놓았다.

 

그런데 한번 보자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1시경 다시 오른쪽에서 찌가 서서히 솟아 오른다.

이번에는 찌맛을 제대로 즐긴다.

 

하나, 둘, 셋, 넷을 세다 챔질..

 

아까보다 좀 더 무거운 것 같다.

잠시 '혹시 월인가?'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나  '애나 콩'이다.

 

이번에는 8치...

 

 

반찬통에 한마리 더 집어넣고 정말 사람들이 구경해주기를 바랐다.

 

저 붕어들을 오래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구경시키고 나면

바로 방생하려고...

 

 

그러고 있는 차에 또 한번의 입질이 왔다.

애걔걔~ 이번엔 겨우 5치... 

 

 

이제 반찬통에는 세마리나 들어 있는데, 보러 오는 사람은 왜 이리 안오는지..

 

한참 지난 뒤 겨우 한사람이 근처까지만 와서 '좀 나오냐?'고 말을 붙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반찬통을 반쯤 까뒤집어 보이며 "좀전까지 입질이 잦다가 이제

좀 뜸하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자랑에 집착하는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ㅎㅎ

 

 

어쨌건 우여곡절 끝에 자랑은 했고... 붕어들도 통속에서 고생 많이 했으니

집으로 돌려 보내야지..

 

다 보내주고 다시 잡힐 붕어를 위해 통에다 아까보다 많은 양의 물을 담아놓고

낚싯대 편성도 방향을 돌려 갈대가 쓰러져 누운 곳에다 채비를 넣었다.

29, 32, 34 각 1대로...

 

맨 왼쪽대는 수심 맞추다 갈대에 걸려 채비를 두번이나 떨궈 먹었다.

찌는 겨우 회수했지만...

 

    

포인트 이동후 2시간 동안 입질을 두번 봤는데, 후킹에는 실패했다.

붕어를 위해 반찬통에 물을 받아놓은 일은 공연히 뻘짓한 꼴이 되었다.

 

4시가 되는 것을 보고 전을 걷었다.

더 기다려 봤자 입질이 없을 터, 집에나 일찍 가서 씻고 밥 먹는 것이

영양가 있을 테니까...

 

 

또 하나의 인증 수단... 셀카..

붕어 사진을 퍼왔다는 소리 들을까 봐서...

 

그리고 한낮에는 온도가 많이 올라가서 모자는 물론 것옷도 벗어야 할 정도로 더웠다.

 

얼굴도 좀 탄 듯, 물가에서는 시원한 바람 탓에 몰랐지만 차를 타니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얼굴 각질이 다 벗겨진 줄 알았다.

벌써 썬크림이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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