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에 한바탕 내린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병암리권이 이 모양이라...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수심이 좀 나오고 적은 양이라도 새물이 흘러 들어오는 곳으로 결정,

재작년에 한번 앉았던 종연리 별장가든 맞은 편으로 달려가 짐을 풀었다.

 

 

 

발밑이 직벽이 되어 수심이 가장 깊다. 깊어 봤자 1미터지만...

32대로 바닥을 훑어보니 물골이 있다. 그게 바로 발밑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21대부터 32대까지 비교적 짧은 대로 편성했다.

21대도 길어서 물골을 완벽하게는 커버할 수가 없다.

 

 

앉으면서 한 지점의 수위를 눈여겨 보고 있는데, 예상대로 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물이 흙탕물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낚시가 불가할 정도로 탁하지는 않다.

그리고 바닥이 맹탕 수준이긴 하나 물 흐름이나 풍향 등 여건을 감안할 때, 뭔가 될 것 같은 感이 온다.

 

 

재빨리 대를 피고, 텐트도 피고...

떡밥은 어분과 신장떡밥을 1대1로 배합해서 준비해두고...

잠시 숨을 돌리며 챙겨간 저녁 요기꺼리를 먹으려는데, 입질이 시작된다.

 

숫가락으로 밥을 입으로 떠 옮기는데, 찌가 스르륵 올라오더니 다시 스르륵 내려간다.

왼손도 밥통을 들고 있는 상황이라 숫가락을 재빨리 놓고 챔질할 여유가 없었다.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하고 다음을 대비해야지...

밥을 최대한 빨리 쳐넣은 다음 밑밥을 전부 갈아주고 다시 시작했다.

 

다시 왼쪽에서 두번째 29대의 찌가 솟아오른다.

챔질!!  걸려 나온 녀석의 크기가 겨우 6치다.

그런데 월척 못지않게 반가운 것은 블루길과 배스가 판치는 이곳 탑정지에도 작은 붕어가 살아 있다는 것은 

토종붕어 새끼가 다 잡아먹히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이다. 

 

밑밥 갈아준 다음 사진 찍으려고 두레박 속에 잠시 넣어뒀더니 점프해서 자력으로 귀향해버렸다.

 

좀 있다 27대의 찌가 떠올라 옆으로 둥실둥실 춤을 추는 걸 보고서야 챔질을 해서 올라온 이 녀석, 8~9치어간...

이놈은 얼마나 힘을 쓰던지 정말 겨우 끌어올렸다.

이번엔 사진부터 찍고 밑밥을 갈아줬다.

 

 

 

폰카에 플래쉬 기능이 있는 줄 몰라 헤드랜턴으로 비추고 찍었는데, 반은 암흑이니...ㅠ.ㅠ

 

이제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담배가 생각이 나서 한대 꺼내 무는데, 다시 27대 찌가 솟아오른다.

얼른 챈다고 했는데, 좀 늦었다. 헛챔질...

쇠주 한모금 마시고 안주 먹는 사이에 또 입질... 담배 찾아 불 붙이려는데 입질...

 

그랬는데... 조금 뒤부터는 갑자기 입질이 끊긴다.

 

 

 

입질이 없어 심심하다 보니 공연히 폰만 만지작거리다 케미불빛이 보일락말락한 이 무의미한 사진도 한 컷!

 

 

 

기계는 자꾸 만지다 보니 하나씩 더 알게 된다.

플래쉬 기능을 알고 플래쉬를 터뜨려 한 컷!

 

계속 입질이 없어서 하품만 하다 새벽장을 보리라는 다짐을 담보로 무거운 머리를 뒤로 젖혔다.

주변에 낚시꾼들이 없으니 황소개구리 울음소리 같이 코를 골아도 미안할 사람이 없어 좋았다. 

 

 

새벽에 다시 밑밥을 갈아주며 입질을 살폈으나 더이상 때가 아닌 듯, 깐죽대는 피라미들의 입질뿐...

차라리 덜더울 때 철수하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되어 그 길로 하나씩 장비를 걷어들였다.

 

뭐 '나의 感'이라는 게 본래 이 수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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