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50을 한참 넘기고 60을 바라보며 꺾어진 나이에 무슨 할 일이 그리도 없는지
틈만 나면 무언가에 빠져든다.
집중? 아니 집착일 것 같다.
새로 이사 와서는 한동안 화분을 끌어모았다.
그렇지만 아내는 꽃이름을 거의 모른다.
그냥 꽃만 달려 있으면 들고 오는 일이 다반사다.
그 바람에 이사할 때는 그리 좁지 않던 베란다가 갑자기 좁아졌다.
제라늄, 카랑코에, 후루지아, 수국, 설란, 사랑초, 그외 나도 이름을 모르는 여러 화초들...
이전부터 키워오던 몇 안되는 종류의 화초중 게발선인장은 조그맣던 게 6~7년을 지나니
징그러울 정도로 많이 컸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다육식물들...
하도 사 모으길래 화를 내며 제발 그만 좀 모으라고 소리쳤더니 조금 뜸해지기는 했는데
이후에도 지아비 눈치를 보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꽃 핀 화초들을 수시로 들고 온다.
"꽃이 이쁘쟎아?" 하면서...
드디어 아내가 보기에도 베란다에 꽃이 꽉찼다고 생각이 되는지 화분을 들고 오는 일은 그쳤다.
대신 어디서 뭘 봤는지 집에서 색실로 바느질한다고 난리다.
노안으로 바늘에 실꿰기가 쉽지않아 애를 먹길래 "돋보기 갖다줄까?"했더니 "무슨 돋보기!"라며
발끈했는데, 어느날 퇴근하는 지아비를 보고 "실 꿰는 거 샀다?"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짔는다.
하여간 다 좋은데 하고 많은 무늬 중에 또 꽃이다...ㅠ.ㅠ
꽁한 마음에 "걸레에다 무슨 꽃무늬냐?"고 했더니 "이게 걸레로 보이냐, 행준데.."라며 또 발끈한다.
내가 보기에는 아내가 나한테는 행주라고 했지만 속마음은 다포(茶布)로 시작한 듯 하다.
딴에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유치찬란하다.
위 사진은 아마 찻잔 받침으로 생각하고 만든 듯 한데, 앞에서 말한 대로 처음부터 행주가 아니라
다포(茶器를 닦는 수건)를 목표로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쨌건 좀 더 연습해서 무늬가 잘 나오면 아는 사람한테 선물할 거라는데, 글쎄 내 생각은
'암만 그렇게 행주라고 줘도 걸레로 쓸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차라리 내가 재봉틀 자수를 배우는 게 낫지 싶은데, 재봉틀을 쓸 줄 모르는 아내가 이번에 이사하면서
어디다 줘버렸다니 그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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