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관광

스페인~포르투갈 나홀로 자유여행 5

夕浦 2020. 5. 4. 09:39

10. 18(금)

01:20 잠이 깨서 가방을 싸고 오늘 계획된 일정을 살피며 기다리다 샤워하고는 어제 사온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다음 숙소에 계속 앉아 있는 게 불편하기도 하길래 숙소를 나섰다.
가로등 불빛만 가득한 새벽 골목길을 발렌시아공항행 전철을 타기 위해 Colon역을 향해 약 300m를 걷는데, 인도가 옛날 마차가 다닐 때와 같은 사각형 돌조각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보니 가방을 끌 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주민들에게 미안했다.

06:20 Colon역에서 5번 전철을 타려고 무인 발매기에서 승차권을 발권하는데 승차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영수증만 주워들고 가려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는데 그제서야 승차권이 툭~ 튀어나오고 있었다. 얼른 되돌아가서 승차권을 집어들고 공항으로 가는 전철 플랫폼을 찾아갔다.
06:40 드디어 5번 전철을 탔는데 새벽이라 그렇겠지만 좌석이 많이 비어 있어서 아무 자리나 앉아 갈 수 있었다.

07:05 발렌시아공항역에 무사히 도착해서는 좀 이른 시간이기는 해도 미리 가서 항공기 탑승권을 발권하자 싶어서 3층으로 올라가 한바퀴 돌면서 에어유로파항공사 발권 창구를 찾았다.
창구에서 직원에게 ‘自家 換乘이라고 알고 있는데, 마요르카공항에서 내 가방을 회수했다가 다시 그라나다공항까지 위탁해야 되느냐’고 미리 연습한(?) 영어로 물었더니, 그 직원이 누군가에게 한참을 통화한 다음 그라나다까지 직통으로 위탁수송해준단다.
일이 잘풀린다고 좋아하며‘이게 웬 떡이야’ 싶었다. 그 때는..

0745 발렌시아 發 마요르카行 에어유로파 발권수속후 남는 시간에 간단한 요기를 했다.
크로와상 1개, 커피 1컵, 오렌지쥬스 1컵... 그렇게 해서 4.5유로였다.

0800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서 탑승장으로 가서 대기하는데, 비행기 준비하는 꼴을 보니 도무지 예정 시각인 08:35 출발할 비행기 같지가 않았다.


항공사의 비행기들에 비해 자그마한 것이 스페인産 군용 수송기 CN-235기종과 유사한 프로펠러 비행기였다.
그러고 보니 에어유로파항공사가 유럽지역 저가항공사중 가장 작은 항공사인 것 같았다.


08:45 시동을 걸고, 08:48 taxing하더니 08:53 그제서야 take off하는데도 사람들이 별로 조급해 하지 않는다.
09:30 마요르카섬 상공에 도착해서 아래를 보면서 이게 그 유명한 마요르카섬이구나.. 하며 한참을 감상했다.

<밑으로 마요르카섬이 보인다>


09:42 gear down / 09:45 touch down / 09:50 엔진 정지... (쓸데없이 이런 시각들을 전부 메모했다.)
그리고 짧은 환승시간을 감안, 환승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려고 앞좌석으로 지정하면서 10유로나 더 지불했는데 뒷문으로 타고 내린다. 이런 젠장...

팔마 마요르카공항 대기시간은 65분...
어쨌거나 발렌시아를 예정시각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해서 마요르카공항에 그만큼 늦게 도착, 체크인을 다시 해야 하는데 그놈의 시골 공항이 얼마나 넓은지, 게다가 유럽의 모든 군소 항공사들은
전부 취항한 듯 카운터도 무진 많고, 탑승 경로를 찾아가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특히 보안검색대에서 눈 찢어지고 범죄형으로 생긴 동양인 하나인 나를 를 정밀검색하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이어서 1~3층을 바삐 걸어다니며 수속을 끝내고, 갑자기 촉박한 시간에 무슨 배짱이 생긴 건지 화장실을 들렀다가 탑승구로 갔더니 막 항공기 문을 닫았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망연자실하다 그래도 정신차리고 어떡하든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에 다른 항공사도 가봤는데, 그 다음날(일요일) 밤 10시까지 마요르카 섬을 빠져나갈 수단이 없다.
내 딱한 사정을 이해해준 건지 에어유로파항공사측에서 여직원 하나가 나를 전담해서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약간 감동했다. 그네들이 연착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열성적으로 도와줬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그때는 고마웠다.

아마 비행편이 없는 게 아니라 비행편이 있어도 주말이다 보니 좌석이 없었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부엘링항공에서 단 하나 뿐인 다음날 밤 비행기를 예매하고 공항내 여행안내소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더니 자기 앞 피씨를 검색한 뒤 몇군데의 호텔을 소개해준다.
그분의 친절에 감사드리고 택시편으로 거기를 갔더니... 그쪽은 해변가라 호텔마다 빈 방이 없다.
별 수 없이 부XXX 앱으로 검색해서 그곳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방을 구했더니, 방이 큼직한데다 전망도 좋은데 하필이면 공항 활주로 서남방향 끝쪽이라 종일 비행기 소음에 시달렸다.
그 많은 비행기를 보면서 내가 타고 나갈 비행기가 없다는 사실에 분노와 서글픔이 뒤범벅된 감정을 억누르면서 일단 모자라는 잠부터 한숨 잤다.

<눈 앞에서 이륙하고 있는 비행기 모습... 이 모습이 종일 이어졌다>


한참 자다 깨서 일어나니 대략 오후 세시쯤 된 듯, 배가 조금 고파서 부근 거리로 나가 식당을 찾았는데 스페인에서 식당가는 어디 가나 고기 굽는 냄새가 진하다.


식당에 들어가 ‘발렌시아에서 해물 빠에야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소고기 빠에야를 먹어봐야지’하고 주문했더니 한참 뒤에 나오는 음식이... 양은 너무 많고, 맛은 너무 없다. 입맛도 없는데 말이지...
그렇더라도 언제 다시 음식을 먹을지 몰라 맥주 두잔을 겻들여 꾸역꾸역 2/3를 먹어치웠다.


그라나다 투어 대신 마요르카 투어로 대체할까 생각했는데, 이미 기분을 잡쳐버린 뒤라 포기하고 호텔에 들어가 빨래나 해서 욕실과 방 곳곳에 널었다.
그리고는 알아들을 수도 없는 TV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