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2 세동지
늘 찾아오는 주말...
한번이라도 낚시를 빼먹으면 한주가 너무 지겹기 때문에 국가대사가 없는 한 가급적
낚시를 한번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지난 주도 성스러운 낚시를 앞두고 스마트폰 운세보기를 통해 주말 일진을 알아봤더니,
토요일은 별로지만 일요일은 좀 더 좋게 나왔다.
토요일날...
일진은 별로라 해도 굳이 할 일도 없던 터라 이번 주는 토~일요일 모두 낚시하리라 마음먹고
먹을거리를 싸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월 / 부적 / 광석면 쪽을 두루 돌아봤는데
도무지 '여기다'하고 마음이 끌리는 데가 없다.
얼마전 물낚이 가능했던 숙X지에도 얇은 얼음이 잡혔고, 반X, 학X, 구X소류지는 가생이쪽
얼음이 너무 약해 올라탈 수가 없는 등등 이유로 결정을 못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듯
점심시간이다.
'에이, 오늘은 도저히 안되겠다.'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 먹고 낮잠이나 잤다.
'내일은 기필코 일찍 출발해서 진득하게 낚시 한번 해보리라' 다짐하면서...
드디어 기다리던 일요일...
스마트폰 운세보기에서 일진도 괜챦게 나왔던 터라 '오늘은 분명 손맛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집을 나서서 공주시 장기면 쪽으로 출발...
그런데 가다가 갑자기 세동지를 다시 한번 파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급히 진로를 변경,
샛길로 빠져 내려갔다.
세동지는 2년전 여름에 한번 상류쪽 조그만 부들옆 50cm 수심에 옥수수를 끼워 던져서
9치 정도 붕어를 낚아본 이래 4~50개의 얼음구멍을 파고도 입질 한번 못받아본 곳이다.
그래서 더 도전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어쨌건 저수지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고 한적한데다 얼음도 지난번 보다 조금 더 두꺼워져
이래저래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운세보기의 일요일 일진이 맞아떨어질 것 같다.
일단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 구멍 3개를 뚫고 채비를 준비하는데, 이런.. 첫번째 릴에 감긴
낚싯줄을 살짝 당긴 것 같은데 '뚝' 끊어진다.
왠지 불길하다.
그래도 오늘의 일진을 끝까지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 3대 모두 채비를 달아서 내렸다.
수심 5m 40cm... 깊다.
그런데 여태 이곳에 얼음낚시를 몇번이나 왔어도 같이 구멍 뚫은 사람은 없었는데 오늘은
손님이 많다.
오늘의 일진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나는 얼음낚시는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불의의 사고시 구조할 동료가
있다는 가장 큰 이유 다음으로, 다른 사람이 다른 곳에 쿵쾅거려서 활성도가 떨어진 붕어를
억지로라도 깨워 움직이도록 해서 내 채비에 붕어가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조그만 소류지에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이 그렇게 반가웠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일진도 또한번 나를 속이려나 두시간째 입질이 없다.
그래서 오전에 햇볕을 가장 많이 받은 제방 좌측 중류 지점에 새로 구멍을 뚫고 채비를 옮겼다.
여기는 수심이 겨우 1m를 넘길 정도로 얕다.
다시 30분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뒤로 돌아앉으면 되는 곳에 구멍을 새로 뚫고 지렁이를
모두 갈아끼워 채비를 내렸다.
그렇지만 감감 무소식...
하도 조용해서 쓰잘데 없는 짓임을 알면서도 구멍마다 어분을 조금씩 뿌려주기도 해봤다.
어느듯 12시를 넘기고 오후 1시가 되니 출출하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리면서 갖고온 빵쪼가리들을 씹었다.
갖고온 음식 다 먹고 코코아차까지 마시니 배는 불룩하게 차올랐다.
붕어만 잡혀주면 되는데...
그러나 어디건 전혀 입질 소식이 없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오후 2시를 넘기면서 앉은 자리쪽으로 산그늘이 덮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처음 내가 뚫었던 구멍으로 또 이사를 했다.
거기서도 기대했던 입질은 종무소식...
이놈의 저수지는 상류 빼고 나머지 웬만한 곳은 다 뚫어봤는데 붕어들이 모인 곳을 아직
찾지 못했다.
입질이 없으니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간다.
3시 반쯤 되어 마지막으로 나도 짐을 쌌다.
집에 돌아와서도 이날 내내 그다지 신나는 일이 없었던 걸로 미루어 봐서 이놈의 일진은
믿을 게 못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