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조행기록

2012-01-07 서천 축동지

夕浦 2012. 1. 9. 10:20

 

 

요즘 서천 축동지 조황이 좋다는 소문은 들어가지고.. 얇은 귀 탓에 토요일 아침 7시 반에 출발, 축동지로 내달려 본다.

 

실은 아침에 일어나자말자 수초가 잔뜩 뒤덮은 축동지 위성사진을 포인트 선정에 참고하려고 휴대전화기로 사진까지 찍는

열성을 발휘했다.

(괜한 짓이었지만 조행기 작성하면서 이렇게나마 소용이 되긴 되었다.)

 

 

1시간여만에 도착해서 보니 소문이 난 탓인지, 정말 많은 꾼들이 모였다.

(5천원씩 받는 입어료로 주말에는 하루에 50여만원은 쉽게 벌 것 같다.)

 

제방에 차들이 가득하고, 사방의 공간이란 공간은 전부 차들로 채워졌다.

나도 주차시킬 자리가 없어 헤매다 무너미쪽 제방 끝부분 밑에 요상스런 틈새가 있어서 거기다 차를 세웠다.

 

 

그리고 조심조심 얼음판위를 걸어서 주변 50미터 거리안에 사람이 없는 곳을 택해 자리를 잡고 남이 뚫어놓은 구멍을

재활용해서 5개중 4개에 채비를 넣었다.

반대편에서 해를 마주보고 앉아야 더 좋다는 건 알지만 눈이 따가울까봐 그냥 해를 등지고 앉았다.

 

수심 3~3.5미터 정도, 오른쪽 두번째와 맨왼쪽 대는 밑에 수초가 있는지 채비 안착이 어렵다.

찌가 한참 있다 겨우 다 내려간다.

극단적으로 가벼운 분할봉돌채비 탓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10시 반쯤 맨 오른쪽 채비를 마지막으로 집어넣고 담배 한대를 피우려는데, 바로 그 대의 찌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솟아 오른다.

작년부터 얼음 구멍을 그렇게 팠건만 찌가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던 터라 보는 내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가볍게 챔질... 어? 그런데 힘도 제법 쓰네?

 

이 겨울에 잡힌 붕어의 힘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크기가 얼마나 될지 몹시 궁금했는데, 끌어내고 보니 18센티..

얼른 사진 하나 찍고 바로 돌려보냈다.

혹시 다시 물어주면 손맛은 곱절로 볼 수 있으니까... ㅎ

 

 

돈 받으러 온 사람이 구멍을 이렇게 가깝게 뚫으면 얼음이 약해져 사람이 빠질 수도 있쟎냐며 잔소리를 했지만

방금 낚아올린 붕어로 말미암아 분비된 아드레날린 탓인지 그렇게 고깝지가 않다.  

 

좀 있으니 오른쪽 두번째 찌가 다시 솟아오르길래 급히 챘는데 낚싯줄이 얼음 조각에 걸려 옳게 챔질이 안되었다.

결국 헛챔질...

 

아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리는데, 두번째 찌가  다시 솟아오른다.

천천히 솟는 찌를 감상하듯이 지긋이 노려보다 챔질... 후킹!

버티는 힘이 아까랑 비슷해서 고만한 크기라고 짐작했는데, 역시나...

 

 

그러고 나서는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가끔 고패질도 하면서 꾼으로서 성의는 다하려 노력 많이 했다.

 

그러던 중 맨 왼쪽 찌가 빠르게 솟아오른다.

급히 잡아챘더니 19센티...

두번째 나온 붕애가 첫번째 그 놈이 다시 돌아와 물어준 게 아닌지 의심이 됐지만 이놈은 분명 다른 놈이다.

색깔도 좀더 검고...

 

하여간 괴기 크기야 별로지만 이 겨울에 끌고 들어가는 입질보다 올리는 찌맛을 보기가 쉽지 않을텐데

오늘 연이어 찌오름을 감상하다니.. 참 행복하다.

 

내가 짧은 시간 동안 몇마리 걸어올리는 모습을 보고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이 자기는 왜 입질도 한번 없냐고 투덜댄다.

왠지 내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번진다.

(메롱~ ㅎ)

 

그러나 내게도 닥칠 시련의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었나 보다.

세마리째 올린 뒤에는 1시간 반이 지나도 찌가 꼼짝도 않는다.

 

겨울에도 붕어는 회유하니 한동안 입질이 없으면 포인트를 옮기라는 정석대로 자리를 옮겼다.

근방에 사람이 없어 한적하고 나름대로 괜챦은 포인트로 생각되는 지점을 택해 자리를 잡았다.

 

구멍 두개는 남이 뚫어놓은 것을 다듬고, 두개는 새로 팠다.

이전에 앉은 자리보다 수심이 훨씬 얕다. 2~2.5미터...

게다가 왼쪽 두대의 채비에서는 지저분한 것들이 걸려 올라온다.

 

웬만하면 다시 자리를 옮길 법도 하지만 좀전의 자리에서 예까지 살림 옮기느라 120여미터 거리를 두번 왕복했는데 

얼음 위라 그런지 힘이 많이 들어 녹초가 되었던 터라 철수할 때까지 그냥 죽치기로 했다.

 

 

다만 미끼를 전부 새로 갈고, 어분을 비벼 구멍마다 넣어주는 등 공을 들였다.

(정말 괜한 짓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들의 찌는 내 성의를 완전 개무시한다.

하도 찌가 움직임이 없으니 간혹 잔잔한 바람에 살짝 움직이는 찌 모습에도 나의 뱁새 눈이 황소 눈만큼 커진다.

 

심심한 이 상황이 점심 먹기 좋은 타임이다.

빵 두쪽은 아까 저쪽에서 먹어치웠고, 컵라면을 꺼내서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부어 5분이상 기다렸다가

먹으니 평소 싫어하는 메뉴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면서 기온이 최고로 올라가니 얼음이 땀을 흘린다.

특히 저수지 가생이의 수초지대는 밟으면 꺼진다.

 

내 뒤쪽의 어느 조사 한분이 빠졌다.

그 때 동료애가 진한 다른 조사분이 낚싯대 손집이 부분을 건네주고 '엎드려, 가만 있어!' 등등 소리치며 동료를

끌어내주신다.

(유심히 봤는데, 분명 초릿대 부분이 아니라 손잡이 부분을 빠진 분에게 건네주셨다.)

 

그런데 그 여파는 이 낚싯터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을 야기했다.

주변에 있던 많은 꾼들이 우수수 일어나더니 철수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무리 속에 파묻혀 있는 것 같았던 나는.. 갑자기 덩그러니 혼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모든 꾼들의 안전의식이 최고로 고조된다.

서로 휴대폰을 통해 철수를 종용하거나, 가생이에 묶여져 있는 배옆으로는 가지 말라느니..

엄청 부산스럽다.

(전화를 잘받지 않으니 'X발놈' 등 정겨운 호칭이 섞인 고래고함으로 동료를 찾아 부르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일어서버릴까.. 하다 지금껏 자라며 배운 과학적 지식을 썩히지 않기 위해 논리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즉, 오후 2시면 하루중 기온이 가장 높을 시점이라, 좀 더 기다렸다 3시 이후면 얼음이 다시 단단해질테니

그 뒤에 철수하는 것이 타당할 듯 했다.

 

그렇지만 논리는 논리로 끝나고, 언제나 그렇듯 이성보다는 감성이 우선한다.

여러겹 껴입은 등에서는 땀이 나지만 가슴은 왜인지 모르게 휑~하니 서늘해 온다.

 

에라, 집에나 가자..

집에 가다가 세차라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