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조행기록

빙어낚시

夕浦 2010. 1. 11. 16:32

지난 주말, 남들이 하는 빙어낚시가 하고파서..

이삿짐 늘어날까봐 주저하다 기어이 질러버린 얼음끌을 한번 써볼 요량으로, 

1시간 이내 거리인 충북 옥천의 장찬지로 떠났습니다.

 

두명의 동료 직원도 꼬셔서.........

 

이원읍내 유명한 낚시점에 들러 미끼와 함께 빙어잡이용 견짓대도 몇개 사고,

사장님한테 빙어낚시에 관한 주의사항도 교육 받고.....

* 도착하면 차를 돌려놓으라더군요. 차가 많으니..

 

저수지 가까이 다다르니 제방이 엄청 높습니다. 거의 댐 수준...

 

 

 

 

그리고 오전 10시경 50여명이던 사람들이 오후가 되니 300여명이 넘는 것 같네요..

 

 

 

인터넷을 통해 저수지 이름이 좀 알려지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가 봅니다.

 

 

살짝 얼음이 깔린 것 같은 길을 올라 꼬불꼬불 진입로를 따라 한참을 가서 드디어 상류권에 도착,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동원하여 나름 신중하게 포인트를 정하고 서둘러 구멍을 뚫었습니다.

 

 

 낚시텐트를 설치하여 은근히 본부석임을 내세우고...

  

 

꼬셔서 같이 간 동료들에게는 낚시구멍 뿐 아니라 빙어를 가둬둘 물창고도 만들어주고...

'빙어낚시는 이렇게 하는거니라..' 설명까지 곁들여 가며 왕초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는 것과 낚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가 봅니다.

다들 두세마리씩 잡았지만, 열심히 교관 노릇을 한 저는 매자(참마주) 한마리로 끝!!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와서 얼음끌 좀 빌려 달라길래 소심한 마음에

혹시나 끌을 물속에 빠트릴까 염려되어 '손잡이 끈을 잡고 얼음을 파라'며

일일이 주의사항을 일러주었습니다.

 

이렇게 인심을 쓴 덕분인지,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이쪽은 잘안나오니 자리를 좀 옮기라'라거나 '빙어는 예민하여 소란스러우면

다 흩어져 잘 안잡힌다.' 등 코치와 함께 견짓대 두대를 건네주네요...

 

 

그래서 구멍도 하나씩 더 파고...

더 열심히 쪼아 보지만, 야속한 빙어는 초보꾼을 끝내 외면합디다.

 

 

 이 꾼도 붕어잡이에는 펄펄 날지만 빙어 앞에서는 별 기력을 못씁니다.

그래도 빙어 두마리.........

 

 

그러고 있는데 아까의 그 천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빙어가 가득 든 비닐봉지를 하나 들고서.....

 

가까이 다가와서는 '빙어 맛 좀 보라'며 물창고에 빙어를 잔뜩 쏟아부어 줍니다.

 

오예!! 이렇게 황감할 데가......

 

얼마나 반가운지, 얼른 초고추장을 꺼내 빙어 머리를 잡고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 먹어 봤습니다.

 

뼈가 씹히지 않고 살만 씹히는 그 맛!

이 저수지의 물이 깨끗하여 빙어에게서 비린내가 전혀 없다더니 정말이네요.

 

 

그러니까 저 많은 빙어는 낚시로 잡은 것이 아니라 주위에 친절을 베푼 댓가로 생긴 것이지요...

 

 

  

 

혹시나 빙어가 안잡힐까봐 준비해온 과메기에다 단체낚시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품,

소주까지 내놓고 술판을 벌였지요... ㅎㅎ

 

 

빙어를 생으로 먹다 초고추장이 옷에 많이 튄 관계로 이제는 튀겨서 먹기로 합니다.

 

산 빙어를 튀김가루만 묻혀 끓는 기름에 넣었더니 빙어가 기름속에서 몸부림을 쳐서

묻힌 가루 거의가 다 벗겨져버리네요...

 

그래도 맛은 변함없이 좋다는거...

 

준비해간 소주 5병중 1병은 옆집에서 빌려달라는 말에 받을 기약도 없이 그냥 빌려주고,

남은 4병을 운전할 사람 빼고 둘이서 다 마셨습니다.

 

맑은 공기속에서 마셔서 그런지 취하지가 않더군요.

* 그런데 집에 들어오니까 취합디다.

 

 

그렇게 마시고 놀다 보니 어느듯 해가 저무네요...

 

 

이제는 돌아갈 시간... 차례로 짐을 싸서 돌아갈 준비를 했습니다.

 

아직도 빙어는 많이 남았는데 어떡하나.. 궁리하다 각자 집에 갖고 가서

튀겨 먹든지 삶아 먹든지 하기로 하고, 삐꾸통에다 눈을 쓸어 모아 깐 다음

빙어 한 겹, 다시 눈 한 겹 해서 3단으로 쌓아 냉장한 채로 실어서 

출발 지점에 다시 돌아와 빙어를 3등분하여 나눠 가지고 각자 집으로 해산..

 

다른 두 사람은 집에 가서 식구들과 다시 튀겨 먹었다던데,

저는 빙어와 함께 잡힌 피라미들을 골라내어 배를 따고 매운탕 꺼리를 만들어

아내에게 저녁 안먹었으니 저녁상 차리면서 피라미 매운탕을 끓여 달라고 했죠.

 

빙어는 따로 모아 냉동실에 집어 넣고...

 

비린내 난다며 잔소리를 하더니 그야말로 대충 매운탕을 끓여 내 왔는데

시원하기는 해도 영 맛이 아니어서 국물만 떠먹고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된장을 조금 풀어서 다시 끓여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정말 매운탕을 다시 끓여 내 왔는데, 엊저녁 보다는 훨씬 맛이 납디다.

다만 '아침부터 무슨 매운탕이냐'는 쓸데없는 잔소리 양념만 빼면요... ㅎㅎ